0세 때 사교육 시작하는 ‘32.9% 아이들’의 미래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이지원의 사회적 그늘 보듬記 더 불편해진 사교육 천태만상 3편 사교육 시작 연령 나날이 낮아져 1인당 사교육비도 역대 최고치 서울서 초중고 12년 사교육비 1억원 훌쩍 넘어… 등골 휠 수밖에

2025-07-30     이지원 기자
사교육을 시작하는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 사교육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처음 사교육을 시작하는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1인당 사교육비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만 0세’에 사교육을 시작하는 비중은 2016년 11.9%에서 2024년 32.9%로 증가했고, 지난해 1인당 사교육비는 47만4000원으로 전년(43만4000원)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다.

#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와 닿지 않는 통계란 목소리가 많다. “월평균 5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 아니냐”는 거다. 한국 사교육 시장 이대로 괜찮은 걸까. 視리즈 더 불편해진 사교육 천태만상 마지막 편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대학 입시를 타깃으로 삼은 ‘사교육’을 언제 시작할까. 초등학교? 아님 유치원? 이마저도 이젠 옛말이 됐다. 사교육을 시작하는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0세에 사교육을 시작하는 비중은 지난해 32.9%로 2016년 11.9% 대비 21.0%포인트나 증가했다. 

■ 이슈1. 시장 규모 = 그렇다면 영유아 사교육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교육부는 올해 3월 처음으로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세 미만 취학 전 영유아 가구 부모 1만32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4년 7~9월(3개월간) 6세 미만 영유아의 사교육비 총액은 8154억원에 달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47.6%, 1인당 사교육비(참여 영유아 기준)는 월평균 33만2000원이나 됐다.  

영유아 사교육의 목적도 다양했다. ‘예체능 및 취미ㆍ교양’에서의 사교육 목적은 재능계발 및 진로탐색(60.3%ㆍ이하 복수응답), 문화ㆍ예술적 감수성 함양(50.1%), 사회성 발달(23.8%)이 주를 이뤘다. ‘일반과목 및 논술’ 영역에서의 목적은 입학준비(67.6%), 재능계발 및 진로탐색(53.8%), 불안심리(41.0%) 등이었다. 

이 조사에서 사교육의 정의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사적인 수요에 의해받는 보충교육’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걸음마를 해야 할 아이들이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 이슈2. 숱한 문제들 = 이렇게 이른 나이에 시작하는 사교육은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의 의지와 무관한 교육이란 점은 생각해 볼 점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 4일 발간한 ‘영유아기 사교육, 문제와 해결방안은?’이란 리포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사교육은 영유아기의 삶을 좌우하지만, 사교육의 선택권은 전적으로 부모에게 있다. 아동의 권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영유아기는 사고력 집중력 등이 발달하는 시기로 과도한 사교육은 뇌 발달 저해와 정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영유아기 사교육은 부작용 우려가 크지만,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초ㆍ중ㆍ고교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 평균 47만4000원(전체 학생 대상)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학생이 많고, 사교육 경쟁이 치열한 서울 지역의 사교육비 부담은 더 컸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아이 한명이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사교육비를 지출했을까. 교육부의 지난해 통계를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초등학교 6년 4708만8000원(이하 사교육 참여 학생 대상), 중학교 3년 2923만2000원, 고등학교 3년 3704만4000원 등 총 1억2336만4000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는 실제 사교육비가 이보다 훨씬 크다고 하소연한다. “1인당 사교육비가 월평균 47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라고 말하는 학부모들도 숱하다. 

■ 이슈3. 교육 양극화 = 한달에 수십~수백만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감당하는 건 평범한 부모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중 “사교육비 지출 부담이 크다”고 답한 이들은 77.1%(매우 크다 58.6%+크다 18.5%)에 달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76.2%(매우 크다 29.4%+크다 46.8%),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54.4%(매우 크다 21.6%+크다 32.8%)도 “사교육비 지출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이런 부담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저출생 문제’와 맞닿아 있다. 사교육비 부담에 임신ㆍ출산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사교육비가 저출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실질 사교육비가 1만원 증가할 때 합계출산율은 0.012명(2009~2019년 조사) 줄었다. 

이런 이유로 ‘선을 넘어선’ 사교육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지역별 교육여건과 환경 차이(33.6%)’ ‘학벌주의를 둘러싼 사회ㆍ문화적 분위기(25.9%)’ ‘가정 환경 차이(23.6%)’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여서다(한국교육개발원 조사). 과연 우리 사회는 산적한 문제를 극복하고 사교육 열차를 멈춰세울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