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는 ‘신직업 발굴’ 중단, 미래가 멈췄다 [視리즈]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新직업 미래 보고서 3편 정부 주도 신직업 리스트 下 미래 산업 키우려면 인재 필요 신직업 발굴이 인재 양성 첫단추 2021년에 멈춘 신직업 발굴 섣부른 성과보다 뚝심이 중요

2025-08-25     김정덕 기자

‘미래 산업’을 국가가 선제적으로 육성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재 양성이다. 그 첫걸음이 신新직업 발굴이고, 다음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다. 누군가는 ‘정부가 나서 직업을 발굴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미 주요 국가들은 신직업을 정책적으로 발굴ㆍ지원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視리즈 대한민국 新직업 미래 보고서 세번째 이야기 ‘신직업 리스트 下’ 편이다. 

미래 산업을 육성하려면 인재 양성은 필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먼저 출발하는’ 것이다. 시의적절한 외부의 도움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국가 간 산업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출발하고, 정부가 적절한 지원을 펼친다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선제적인 인재 양성이고, 그 첫걸음이 바로 ‘신직업 발굴 작업’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신직업’을 토대로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범정부적 육성 전략에 따라 신직업을 만들어낸다. 국가적 차원에서 신직업 리스트를 활용하고 있다는 거다.

미국과 일본 역시 국가의 개입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흐름과 결은 비슷하다. 바꿔 말하면, 정부가 나서 신직업을 발굴하고 인재를 양성하지 않는다면 미래 경쟁에서 한발짝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참고: 더스쿠프 643호 ‘직업은 시장에서만 탄생한다는 오해’ 기사 참조.]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신직업 발굴과 육성ㆍ지원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성과를 논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그 이유는 신직업 발굴과 육성ㆍ지원 정책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에 있다. 

무슨 말일까. 일단 신직업을 검토한 배경부터 살펴보자. 한국고용정보원이 신직업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정부가 육성ㆍ지원할 직업들을 선제적으로 도출하겠다는 게 애초 취지였다. 당연히 신직업이 미래에 창출될지 여부, 신직업을 육성했을 때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될지 여부 등을 검토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변수들을 일일이 고려해서 신직업을 발굴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신직업을 연구해온 김중진 연구위원은 “아직 시장에 구체적으로 나타나지도 않은 산업에 필요한 신직업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발굴한다는 건 점쟁이가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태생적 한계도 있었다. 신직업은 미래를 선도할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ㆍ양성하는 프로젝트다. 정부의 정책적ㆍ재정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매몰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신직업 자체가 미래에 창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신직업이 대량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신직업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정부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엔 공직 사회의 경직성도 한몫했다. 무엇을 하든 성과물을 내야 하는 공무원들은 신직업을 발굴ㆍ육성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신직업을 둘러싸고 ‘집단 이기주의’와 ‘부처간 떠넘기기’가 발동되기도 했다.

성과가 잘 날 것 같은 신직업은 “우리 소관”이라며 차지하려 하고, 성과가 나지 않을 것 같은 신직업은 “남의 소관”이라며 떠넘기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때로는 현실에 맞게 제도를 수정하지 않은 탓에 신직업이 더 활성화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신직업 분야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법률 개정이나 규제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엔 산업의 성장까지 정체된다”면서 “성과에 집착한다면 오히려 이런 부분들을 더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정책적 실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신직업 정책을 평가하는 일은 조심스러워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세계 각국이 정책적으로 지원ㆍ육성하는 신직업 프로젝트를 우리나라에서만 포기해선 안 된다. 이런 한계를 토대로 신직업을 제대로 육성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크게 두가지다. 첫째, 특정 집권자가 전임 정부의 신직업 육성ㆍ지원의 성과를 섣불리 평가하면서 정책을 멈춰선 안 된다. 둘째, 신직업 육성ㆍ지원을 끌어갈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김중진 연구위원은 “시장도 없고 산업도 없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신직업을 발굴하고, 인재를 육성ㆍ지원하는 게 언제나 성공적일 수는 없다”면서 “그럼에도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산업 육성도 가능한 만큼 컨트롤타워를 통해 효율적인 인재 육성을 지원할 수 있다면 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아쉽게도 2014년부터 1~2년에 한번씩 신직업을 업데이트하던 고용정보원의 작업은 2021년을 끝으로 멈췄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신직업’을 향한 관심 자체가 식었다는 거다. 그럼 이재명 정부는 어떤 플랜을 갖고 있을까. 視리즈 대한민국 新직업 미래 보고서 4편에선 정부가 신직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짚어봤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