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랑 붙을 만해? 가격 올리는 애플TV+ 자신감 혹은 허세

더스쿠프 IT언더라인 구독료 인상한 애플TV+ 자신감으로 풀이 가능해 최근 작품들 잇달아 흥행 궁여지책이란 분석도 가능 매년 적자 기록하기 때문

2025-09-01     이혁기 기자

애플TV+가 일부 국가에서 구독료를 인상한다. 2년 만의 인상으로, 그 폭은 30%다. 주목할 점은 인상 배경이다. 한편에선 ‘가격을 인상할 정도로 애플TV+의 입지가 탄탄해졌다’고 평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가격을 끌어올릴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다고 꼬집는다. 과연 애플TV+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애플TV+가 최근 구독료를 인상했다. 사진은 애플이 배급·투자를 맡은 영화 ‘F1 더 무비’.[사진 | 애플 제공]

애플이 운영하는 OTT 서비스 ‘애플TV+’가 가격을 올린다. 지난 8월 21일(이하 현지시간) 애플은 미국과 일부 국가에서 애플TV+ 요금제를 기존 월 9.99달러(약 1만3900원)에서 12.99달러(약 1만8100원)로 30%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 6.99달러에서 9.99달러로 올린 이후 2년 만의 인상이다.

[※참고: 이번 인상은 한국엔 반영되지 않는다. 한국에선 기존과 마찬가지로 7일 무료 체험 이후 월 6500원에 애플TV+를 이용할 수 있다. 환산하면 약 5달러로, 신규 요금제보다 8달러 저렴하다. 이는 애플TV+가 한국에서 후발주자(2021년 론칭)인 만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상된 요금은 신규 구독자에게 즉시 적용된다. 기존 구독자의 경우엔 결제 주기가 끝난 후 30일 이후부터 적용된다. 애플은 요금을 인상한 이유로 “애플TV+는 수백편의 오리지널 작품과 고품질 프로그램을 장르별로 확장해 왔다”면서 “매주 새로운 콘텐츠를 광고 없이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광고를 달지 않는 대신 요금제 가격을 올리겠다는 얘기다.

■ 관점① 자신감의 발로 = 애플TV+가 갑자기 OTT 요금을 인상한 이유는 뭘까. 크게 2가지 관점에서 분석해볼 수 있다. 하나는 ‘자신감’이다. 가격을 올려도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애플TV+가 내비친 셈인데, 무리한 해석은 아니다. 

최근 애플TV+의 콘텐츠는 잇달아 흥행하고 있다. 운영사인 애플이 배급·투자를 맡은 영화 ‘F1 더 무비’가 대표적이다. 레이싱 대회 포뮬러원(F1)을 다룬 이 영화는 세계적인 스타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6월 25일 영화관 개봉 후엔 8월 19일 기준 총 5억9382만 달러(약 8273억원)를 벌어들여 손익분기점(약 5억 달러)를 넘는 데 성공했다.

[사진 | 애플 제공]

국내에서도 8월 9일 누적 관객 340만명을 돌파해 올해 최고 ‘올해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다.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지난 15일엔 아이맥스(IMAX)에서 재개봉하기도 했다. 8월 21일 현재 누적 관객은 435만명에 달한다.

‘F1 더 무비’가 영화관에서 흥행한 건 애플TV+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영화관 종영 후 애플TV+가 이 영화를 독점으로 스트리밍할 예정이라서다. 이렇게 하면 인기가 한껏 높아진 ‘F1 더 무비’를 보기 위해 애플TV+로 시청자가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영화도 대박을 치고 애플TV+도 홍보가 되니 일석이조다.

애플TV+ 내에서도 잇달아 화제작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1일 첫 방영을 시작한 역사 미니시리즈 ‘위대한 전사’는 공개 직후 애플TV+ 내 최고 시청작으로 등극했다.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8월 22일 기준 비평가 평점 92점(이하 100점 만점), 관객 평점 81점을 받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계 3대 공상과학(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이 원작인 ‘파운데이션’도 애플TV+의 인기작 중 하나다. 지난 7월 시즌3 방영을 시작해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 관점② 어쩔 수 없는 선택 = 하지만 애플TV+가 ‘자신감’ 때문에 가격을 올린 게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애플TV+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시장 입지가 좁다. 시장조사업체 저스트워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애플TV+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기록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21.0%), 넷플릭스(20.0%)와 비교하면 꽤 아쉬운 성적이다.

애플TV+가 공식적으로 실적을 밝힌 적은 없지만, 시장 안팎에선 ‘애플TV+가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미 IT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3월 20일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TV+가 매년 10억 달러(약 1조3909억원) 이상의 손실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TV+가 적자를 보는 건 가입자가 부족해서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업계 1위인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지난해 4분기 3억163만명으로 처음으로 3억명을 돌파했다. 미국 시장 점유율에서 넷플릭스(20.0%)에 많이 밀렸던 디즈니+(12.0%)도 올해 2분기 가입자 1억2600만명을 기록했다(스태티스타).

반면 애플TV+ 가입자는 4000만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이라면 막대한 돈을 투자했는데도 구독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가입자 자체가 적어서다.

이 문제를 애플은 체질 개선으로 해결하려는 모양새다. 디인포메이션은 3월 20일 기사에서 “애플TV+가 론칭 이후 매년 50억 달러(약 6조9535억원) 이상을 지출했지만, 2024년엔 5억 달러로 10분의 1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이런 관점에 이번 요금 인상도 체질 개선의 일환일 수 있다. 요금제 가격을 인상해 실적 부족분을 채우려는 거다.

다만, 소비자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영국 IT매체 테크레이더는 8월 21일 기사에서 이번 애플TV+ 가격 인상을 이렇게 평가했다. “애플TV+의 이번 결정은 구독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이런 추세라면 더는 구독을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중이다.” 애플TV+의 결단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