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7 할인할까 말까” 애플의 흔들리는 콧대

더스쿠프 IT언더라인 애플 9월의 변곡점 2편 단통법 폐지 後 출시 임박한 아이폰17 애플 지원금 준 적 없지만 할인 카드 꺼낼 수 있어

2025-09-08     이혁기 기자

오는 9일(현지시간) 아이폰17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되면서 아이폰17을 향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애플이 콧대를 꺾고 아이폰17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느냐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라인업인 갤럭시S가 국내 시장을 사실상 평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이 ‘할인’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더구나 단통법도 폐지됐다. 과연 애플은 이 카드를 꺼낼까. ‘애플 9월의 변곡점 2편 단통법 폐지 後’다.

단통법 폐지는 아이폰17 판매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현재로선 미지수다.[사진 | 더스쿠프 포토]

“아이폰17 사전 예약 진행 중입니다! 경품 많이 드려요!” 지난 2일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직원이 구슬땀을 흘리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애플이 신작 ‘아이폰17’을 9일에 공개할 예정이니, 일주일 전부터 사전 예약을 시작한 셈이었다.

“아직 제품도 안 나왔는데, 벌써 사전 예약을 받나요?” 기자의 질문에 직원이 땀을 훔치며 답했다. “애플의 공식 사전 예약은 12일부터인데요. 우리 가게는 그전에 미리 사전 예약 가입자를 받고 있어요. 단통법이 없어졌으니 불법도 아니니까요. 지금 예약하시면 보조배터리에 상품권까지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관심 있으시면 한번 방문하세요.”

스마트폰 판매점들이 ‘아이폰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애플이 아이폰17을 론칭하지 않았는데도 판매점은 갖가지 경품과 함께 자체적인 판촉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아이폰 출시는 판매점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대목이란 얘기다.

판매점이 이렇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건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폐지한 덕분이다. 이 법의 골자를 짧게 설명하면 이렇다.

스마트폰 대리점과 판매점에선 스마트폰 기깃값에서 통신사 공시지원금과 스마트폰 제조사의 지원금, 대리점·판매점의 추가지원금을 뺀 최종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시한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지원금 액수가 늘어 소비자는 더 싸게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 그중 통신사 공시지원금(최대 30만원)과 대리점·판매점의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에 상한을 걸었다.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서였다.

2014년 10월 1일 도입된 단통법은 11년 만인 지난 7월 22일부로 폐지됐다. 단통법이 이동통신 3사와 판매점·대리점의 지원금 경쟁을 막아 ‘모두가 스마트폰을 비싸게 사는 결과’를 낳았다는 이유에서였다.

■ 단통법 폐지 덕 볼까 = 그럼 단통법이 사라졌으니 애플의 새 아이폰도 지원금의 힘을 얻어 불티나게 팔릴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애플이 지금까지 어떻게 지원금 정책을 펼쳐 왔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애플은 기기 할인에 인색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제품 출시 때 구형 아이폰 가격을 인하하는 걸 제외하곤 기깃값을 깎는 일이 거의 없다. 단통법이 없었던, 지금보다 지원금 경쟁이 치열했던 2010년 초에도 그랬다.

이통사와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의 지원금 공세로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이 ‘공짜폰’이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는데도 애플은 도도하게 ‘원가 정책’을 고수했다. 단통법이 사라졌어도 애플이 앞으로도 지원금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니 아이폰 구매자는 이통사의 공시지원금과 판매점·대리점의 추가지원금만을 기대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통사마저 경쟁을 활발히 펼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8월 번호이동은 전월 대비 32.6% 줄어든 64만4618건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번호이동 건수가 50만명대라는 걸 생각하면 단통법 폐지의 효과가 아직은 미미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제조사 지원금까지 지급하는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할인 행사 대안 될까 = 다만, 애플이 추후에 아이폰 할인을 진행하는 ‘예외적인 일’이 발생할 여지는 있다. 올해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수차례에 걸쳐 아이폰을 비롯한 주요 판매 제품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어서다.

지난 6월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애플은 중국 정부의 ‘디지털 소비 촉진 정책(이구환신·以舊換新)’에 맞춰 자사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최대 2000위안(약 39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보조금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제품 가격에 따라 할인 금액이 달랐는데, 아이폰은 6000위안(약 117만원) 미만 제품으로 분류해 500위안(약 9만7640원) 할인을 적용했다. 할인 폭이 크진 않았지만, 애플이 지금까지 펼쳐 온 가격 정책을 생각하면 의외의 상황임엔 분명하다.

애플이 예외적으로 할인을 진행한 건 위축된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이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15.6%) 대비 1.9%포인트 줄어든 13.7%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 상황도 중국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82.0%(1~7월·판매량 기준)를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이 기간에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80%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의 점유율은 18.0%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로 양분돼 있다는 걸 생각하면, 삼성전자 점유율이 늘어난 만큼 애플이 고객을 삼성전자에 빼앗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인지 애플은 최근 한국 시장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8월 22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폰17 출시에 맞춰 한국을 1차 출시국에 포함한 건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 | 뉴시스]

지난해 아이폰16 출시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삼성전자의 약진을 견제하고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참고: 애플은 물량 부족을 이유로 판매 대상 국가를 최대 4~5차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판매해 왔다. 한국은 2023년까지 2차 출시국으로 분류돼 신제품 공개일보다 1~2개월 늦게 판매가 이뤄졌다.]

더구나 애플은 ‘상반기 삼성전자 하반기 애플’이란 공식을 올해에도 지켜내야 한다. 애플이 국내 시장에서 할인을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이유다. 판매업체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지원금을 지원할지의 여부는 밝혀진 것이 없다”면서도 “애플이 한국을 1차 국가에 2년 연속 포함한 만큼,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아이폰17은 단통법 폐지를 등에 업고 국내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을까. 애플은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