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50일 後… 이통3사는 ‘지원금’ 늘리지 않았다

더스쿠프 마켓분석 단통법 폐지 효과 분석  경쟁하지 않는 이통3사  공통지원금 늘리지 않아 단통법 폐지 기대효과 의문 가계통신비 인하 가능성 적어 아이폰17 출시 후 달라질까

2025-09-14     조서영 기자

7월 22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공식 폐지되면서 바뀐 이동통신3사의 지원금 명칭이다. 단통법 시절엔 공시지원금이었다. 이통3사는 이제 자율적으로 공통지원금을 책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명칭 빼고 달라진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왜일까. 

단통법 폐지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절, 각 이통사는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을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했다. 지원금을 한번 공시하면 일주일 동안 바꿀 수 없었다. 이통사가 추가로 지원하는 금액도 공시지원금의 15%를 넘을 수 없었다. 이는 소비자가 이통사를 유지하든(기기변경) 바꾸든(번호이동) 똑같았다. 

결과적으로 단통법은 모두가 스마트폰을 비싸게 사야 한다는 역효과를 냈고, 폐지 수순을 밟았다. 단통법이 폐지(7월 22일)된지 50여일이 흘렀다. 이제 이통3사는 상황에 따라 ‘공통지원금’을 맘대로 책정할 수 있다.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지원금을 제공해도 합법이다.[※참고: 공통지원금은 단통법상 용어였던 ‘공시지원금’의 명칭을 바꾼 것이다.]

■ 뭐가 달라졌을까 = 그렇다면 스마트폰 구매가격은 실질적으로 떨어졌을까. 정부는 단통법 폐지로 가계통신비 인하란 목표를 달성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현재 공통지원금 수준은 단통법 폐지 이전 수준과 비슷하다.[※참고: 단통법 폐지로 지원금 공시 의무는 사라졌지만 이통3사는 여전히 홈페이지에 공통지원금을 공개하고 있다.] 

실례實例를 보자. 갤럭시Z폴드7(512GB) 기준 SK텔레콤은 현재 49만원의 공통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50만원을 지원한다. 모두 단통법을 폐지하기 직전과 동일한 수준의 금액이다.

공교롭게도 추가지원금 역시 공통지원금의 15% 선에 머물러 있다. SK텔레콤은 추가지원금으로 7만3500원을 제공한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50만원의 15%인 7만5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단통법을 폐지한 후에도 이통3사가 ‘지원금 경쟁’을 활발하게 펼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참고: 아이폰17 출시에 맞춰 이통3사가 공통지원금을 예고했지만, 지난해 아이폰16 지원금과 큰 차이가 없다. 이통3사는 공통지원금을 아이폰17 출시일인 19일에 확정·발표한다.] 

이렇게 단통법 폐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이통3사가 경쟁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6월 기준 국내 5G 보급률은 80%에 육박한다(SK텔레콤 76.16%·KT 79.53%·LG유플러스 79.86%). 이처럼 포화 상태인 무선 통신 시장에서 지원금 전쟁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이 비싸지면서 교체 주기가 길어진 탓도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2020년 2년 4개월에서 2024년 2년 9개월로 늘어났다. 이통3사 입장에선 지원금 경쟁을 벌이면서까지 가입자를 유치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사진 | 뉴시스]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8월 실적발표회에서 꺼내든 말은 이통3사의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5G 보급률이 80% 이상이 되는 현재 상황에서 각 통신사는 인공지능(AI) 등 신규 사업 부문에 전념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에도 무선 시장 경쟁은 치열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강진욱 LG유플러스 모바일·디지털혁신그룹장도 8월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이통3사는) 휴대전화 가격 경쟁이 아닌 차별화한 AI 서비스로 경쟁할 것”이라며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AI 등 새로운 영역의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장 CFO와 같은 취지의 발언이다. 단통법 폐지만으로 통신비를 줄어들 거란 정부의 기대가 일차원적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어떻게 해야할까 =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가계통신비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단말기 구매와 통신 서비스의 분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앞으로 이통사는 이동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며 “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구조로 바뀐다면 이통3사가 경쟁할 수밖에 없고 알뜰폰 경쟁력도 높아지기 때문에 가계통신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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