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통장, CMA…하루만 예금해도 이자 나오는 상품들 [재테크 Lab]
40대 부부 재무설계 4편 파킹통장, 일 단위로 이자 쌓여 대출금 상환 기다릴 때 유용 CMA통장도 하루 이자 적립 비상금 용도로 쓰기에 적합해
대출금을 갚을 때 어떤 통장을 이용하는가. 상환일까지 기다렸다가 월급 통장에서 바로 이체할 텐데, 더 유용한 방법이 있다. ‘파킹통장’을 쓰는 것이다. 하루만 넣어둬도 이자가 발생하고, 일반 통장보다 금리가 더 높아 원금을 조금이라도 더 불릴 수 있다. 번거롭지만, 유의미한 행동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번 상담 부부와 함께 파킹통장 사용법을 알아봤다.
매월 100만원이 넘는 가계부 적자에 시달려 온 양호영(가명·45)씨, 강미나(가명·44)씨 부부. 맞벌이를 하고 남편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 소득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부부의 가계부는 늘 마이너스였다.
문제는 부부가 준비해야 할 재무 이슈가 한두가지가 아니란 점이다. 3억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두 자녀(10·5)의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가계부가 늘 적자인 탓에 부부는 저축을 한푼도 하지 못했다. 갈수록 나빠지기만 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부부는 현재 필자와 재무 상담을 진행하는 중이다.
지난 3편에 걸쳐 손을 본 부부의 재정 상태를 살펴보자. 부부의 월소득은 880만원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550만원을 벌고, 벤처기업에 종사하는 아내가 330만원을 번다. 남편은 550만원 중 400만원만 아내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주고 나머지를 용돈으로 써 왔는데, 여기선 구분하지 않았다.
지출은 정기지출 902만원,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88만원 등 총 990만원이다. 한달에 110만원씩 적자를 보는 부부는 정기지출 294만원(902만→608만원), 비정기지출 8만원(88만→80만원) 등 302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적자 110만원을 빼면 192만원을 여유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부부가 원하는 재무 목표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지금 사는 아파트에 껴 있는 주택담보대출(잔여금 3억3000만원)을 빨리 갚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두 자녀(10·5)의 대학 등록금을 여유 있게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 ‘은퇴 이후의 삶은 빨리 준비할수록 좋다’는 필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노후 대비도 겸하기로 했다. 총 3개의 재무 목표를 준비하면 된다.
그럼 192만원으로 부부의 미래를 설계해보자. 부부는 주택담보대출을 갚기 위해 ‘파킹통장’에 매월 11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파킹(parking)통장은 이름이 말해주듯 돈을 잠시 예치하는 목적으로 쓰는 통장이다. 장점은 이 통장에선 이자가 하루 단위로 붙고, 다른 입출금자유형 통장보다 금리가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목돈을 쓰기 전에 잠깐 거치해두는 용도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대출금을 갚기에 좋은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 보통 월급을 받아서 바로 대출금을 갚는 경우는 별로 없다. 월급은 매월 말일에 받는 반면 대출금 상환일은 매월 중순에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보름 정도 ‘돈을 놀리는 날’이 생긴단 얘긴데, 이때 파킹통장에 넣어두면 혜택을 볼 수 있다. 하루만 예치해도 이자가 발생하고, 입출금자유형 통장보다 금리가 높은 파킹통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낮고, 은행이 자체 설정한 입금 한도가 존재한다. 따라서 장기간 돈을 모으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부부는 이 파킹통장에 잠시 돈을 거치해 이자 혜택을 최대한 본 후 곧바로 대출금을 갚는 데 쓰기로 했다.
두 자녀의 대학 학비를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적립식펀드(20만원)를 쓴다. 이제 10살인 큰아이는 대학 입학까지 약 8년이 남았다. 시간의 여유가 많다는 얘긴데, 이런 상황에선 장기 투자로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립식펀드가 적격이다.
이 상품의 장점은 일반 펀드에 들어가는 투자금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재테크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돈이 필요한 펀드가 부담된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또 원한다면 언제든지 납입을 중단하거나 재개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물론 투자상품이므로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단점은 감수해야 한다. 부부는 투자 종목으로 안전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국내외 인덱스펀드(ETF)를 선택했다.
노후 준비로 부부는 개인형퇴직연금(IRP)에 4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이 상품의 장점은 세금 공제다.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 가능한데, 연소득에 따라 13.2~16.5%를 공제받을 수 있다.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게 원칙이란 점도 IRP의 숨은 장점이다. 강제성이 있어 모아둔 돈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는 큰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사정이 있어 중도에 인출할 경우, 지금까지 받았던 세액공제를 다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타 해지세도 붙는다. 그러므로 IRP에 가입할 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남은 22만원은 비상금 용도로 CMA통장에 넣기로 했다. 증권사에서 운용하는 이 상품의 장점은 파킹통장과 마찬가지로 하루만 납입해도 이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투자상품임에도 은행 통장처럼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상품 자체의 위험도가 낮아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 상품이 안전성이 높은 국공채와 우량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서다.
이렇게 부부를 위한 재무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부부는 여유자금 192만원을 주택담보대출금 상환(파킹통장 110만원), 자녀 학자금 마련(적립식펀드 20만원), 부부 노후 준비(IRP 40만원), 비상금 마련(CMA통장 22만원) 등 목적에 맞게 여러 통장과 투자상품에 골고루 배분했다.
다만, 아내가 가장 많이 걱정했던 부부의 경제권 분리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패턴에 익숙해져 있는 남편이 소득을 합치는 것에 적잖은 거부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득의 일정 부분을 아내에게 주고, 나머지를 용돈으로 사용하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남편이 이번 상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자신의 용돈을 절반(150만→70만원)으로 줄이고, 피규어 수집과 야구 관람 등의 취미 생활을 스스로 제한했다. 그래서인지 아내도 경제권을 합치지 못한 것에 불평하지 않았다. 부디 부부가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앞으로도 착실하게 생활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