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살면 ‘매달 15만원’…지방재정 견뎌낼까
더스쿠프 투데이 이슈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신청 8500억 들여 6개군 골라 시범사업 2년간 1인당 월 15만원 지급 현금 대신 지역사랑상품권으로 30%는 군 예산으로 부담해야 낮은 재정자립도 가장 큰 걸림돌
이재명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인구감소가 심각한 군郡 중 6개가량을 선정해 그 지역의 모든 주민에게 2026~2027년 2년간 월 15만원씩 지급한다. 소멸위기에 놓인 농어촌의 활력을 되살리겠다는 게 취지인데, 문제는 이 6개군이 사업비의 30%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농어촌이면서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라면 앞으로 매달 1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의 활력을 되살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을 지켜온 주민들의 기여를 보상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85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6개가량의 군郡을 대상으로 2년 간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군청이 자체 예산으로 30%의 사업비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여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인구감소지역 지자체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할 군을 선정하기 위해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13일까지 접수를 받는다고 밝혔다. 시범사업 대상 지자체는 10월 중순에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 어디에서 어떻게 시행되나=대상지는 인구 감소가 심각한 69개군 가운데 공모를 통해 6곳 안팎이 선정된다.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군의 모든 주민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 동안 매달 15만원을 받는다.
지급 방식은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이다. 지급 대상은 최소 30일 이상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는 주민 모두다. 대략 23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사업비는 약 8500억원에 달한다.
■ 농어촌 기본소득 왜 하나=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을 뒷받침하고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소멸 위기 농어촌지역 주민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지역 간 격차 해소 등을 통해 균형성장을 견인하여 ‘희망을 실현하는 농산어촌’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이 실시되면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활 안정은 물론, 소득이 지역에서 순환되면서 상권과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 단순한 현금성 지원에 그치지 않도록, 지자체와 함께 사회서비스 확충,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책도 병행할 계획이다.
■ 재정 분담 큰 걸림돌=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다. 사업비의 40%는 국비로 충당하지만 나머지 60%는 지방재정에서 부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시·도비 30%, 군비 30%를 각각 책임지는 구조다.
예컨대 인구 1만명 규모의 군이 참여할 경우 2년간 약 360억원이 필요하다. 이미 재정 여건이 빠듯한 군 단위 지자체로서는 매년 수십억원의 부담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인구 감소로 세수 기반까지 약화된 상황에서 또 다른 재정부담이 더해지는 셈이다.
실제로 시범사업 전담팀을 출범시킨 전남 곡성군의 사례를 보면, 인구는 약 2만7000명으로 2년간 총사업비는 97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국비가 388억8000만원, 전라남도가 291억6000만원, 곡성군 자체 부담액이 291억6000만원 수준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곡성군은 약 146억원을 군비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10% 남짓에 불과한 곡성군 입장에서 이 정도의 금액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본 사업으로 확대될까=농식품부는 ‘지방비는 지역별 여건에 따라 시·도 및 군 간 분담비율을 조정하거나 보조를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어떤 식으로 보조를 확대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결국 재정부담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가 실제 사업 참여 여부를 가르는 현실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사업 성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주민 삶의 질, 지역경제 활성화, 공동체 회복 효과를 분석하고 본사업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사업은 실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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