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직업 140개 중 46% 무관심” 직업 소멸 시대의 위험한 모순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新직업 미래 보고서 6편 2004~2014년 신직업 양적분석 바리스타 · 플로리스트 등 대중화 여전히 인지도 낮은 직업 수두룩 정부 육성ㆍ지원 직업 단 8건뿐
# 우리는 일자리 격변의 시대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AI) 발전이 촉발한 이 변화는 개인이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새로운 일자리로의 이동을 돕고, 도태되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보듬어야 한다.
# 더스쿠프는 新직업 미래 보고서 6편에서 2004~2014년 새로 생긴 신직업 140개(정부 규정)를 분석했다. 이중 64개는 네이버에서 한달(7월 14일~8월 14일)간 단 한번도 검색되지 않았다. 정부의 일자리 담당자가 곱씹어봐야 할 통계다.
“2030년까지 1억70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기고, 9200만개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월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내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7800만개 일자리가 순증가할 것이란 전망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관건은 이같은 ‘일자리 격변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적응하느냐다. 정부의 신직업 발굴·지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망한 신직업을 발굴해 적재적소에 맞는 인재를 길러낸다면 미래 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일자리 안정도 꾀할 수 있어서다.
미국ㆍ일본ㆍ중국처럼 우리나라 역시 ‘신직업 발굴’에 힘을 쏟아왔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은 2004~2014년까지의 신직업을 규정해 놨다. 창업컨설턴트, 아트컨설턴트, 바리스타 등 이젠 익숙한 직업들이 많다.
2014년을 기점으론 ‘신新직업 리스트’를 공식적으로 발표해 왔는데, 2014~2021년 발굴한 신직업은 121개에 달한다.[※참고: 다만, 신직업 리스트의 발굴 작업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이후 중단됐다. 이 이야기는 ‘新직업 미래 보고서 3편-아무도 말하지 않는 ‘신직업 발굴’ 중단, 미래가 멈췄다’에서 자세히 짚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신직업은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이 질문은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 ‘신직업 발굴→지원정책→인재양성’이란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신직업의 현황을 엿볼 수 있는 종합자료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신직업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방향성을 탐구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를 넘어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신직업이 무엇인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엔 아직 이런 종합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고용정보원 홈페이지에서 개별 정보를 찾을 순 있지만, 한눈에 보긴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더스쿠프가 ‘신직업 리스트’의 매핑(Mapping) 작업을 해봤다. 업종, 시장규모, 관심도, 정부 지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이번 편에선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정부가 규정해 놓은 ‘신직업’을 분석했다. 앞서 언급했듯 정부가 2014~2021년 ‘신직업 리스트’를 공식 발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대와 경제 구조에 따라 달라진 신직업 트렌드를 조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하나씩 살펴보자.
■ 분석① 업종별 분류 = 먼저 140개 신직업을 고용노동부의 9개 신직업 분류 체계(대분류)로 구분했다. 그 결과 문화ㆍ예술ㆍ미디어 분야의 신직업이 29개로 가장 많았다. 고객에게 미술 작품을 제안하고 설치ㆍ관리하는 ‘아트컨설턴트’, 경매하는 미술품의 진위를 확인하는 ‘미술품경매사’, 출판물의 표지ㆍ내지 디자인을 기획하는 ‘북디자이너’ 등을 신직업으로 규정했다. 그 외에도 개인서비스(24개), 경영ㆍ기획ㆍ공공(22개), 의료ㆍ보건(22개), 교육ㆍ법률ㆍ사회복지(15개), 정보통신ㆍ과학(13개)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직업이 등장했다.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의 21개 직무 분류(소분류)를 활용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미디어ㆍ문화ㆍ스포츠(20개) 분야였다. 높아진 건강 수요를 반영하듯 의료ㆍ바이오 분야 신직업도 18개나 됐다.
체중 감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관리하는 ‘다이어트프로그래머’부터, 놀이를 활용해 아동의 발달문제를 치료하는 ‘놀이치료사’, 독서 자료를 통해 심리를 치료하는 ‘독서치료사’가 여기에 포함됐다.
마케팅ㆍ광고ㆍMD 분야에선 15개 신직업이 생겨났는데, SNS가 급성장한 시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주를 이뤘다. 상품ㆍ브랜드를 디지털 플랫폼에서 마케팅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마케터’, 기업의 SNS 계정을 기획ㆍ운영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소셜미디어전문가’가 새롭게 등장했다.
■ 분석② 정부 육성ㆍ지원 여부 = 이야기했듯 정부가 신직업을 본격적으로 발굴하기 시작한 건 2014년 이후다. 그래서인지 2004~ 2014년 신직업 중 정부가 육성ㆍ지원하는 건 5.7%에 불과했다. ‘연구기획평가사’ ‘산림치유지도사’ ‘민간조사원’ ‘홀로그램전문가’ 등 8개 신직업만이 정부의 지원 대상이었다.
정부의 관심 밖에 놓인 신직업 중엔 공익을 위해 필수적인 것들이 적지 않았다. 화재 현장에서 원인을 찾고 범죄 연관성을 연구하는 ‘화재감식전문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말·글을 점자로 전환하는 ‘점역사’, 다문화 가정 자녀의 언어 발달을 돕는 ‘다문화언어지도사’가 정부의 지원 밖에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 분석③ 자격증 유무 = 해당 신직업이 자격증(국가ㆍ민간)을 필요로 하는지도 살펴봤다. 직업 활동을 하는 데 필수적이거나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 있는 경우는 전체의 64.3%(90개)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가자격증은 28.9%(26개), 민간자격증은 71.1%(64개)였다. 국가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신직업은 ‘숲해설사’ ‘원산지관리사’ ‘노인전문간호사’ ‘통역지원사’ 등이었다.
자격증은 해당 직업에 도전하는 데 ‘진입장벽’이 될 수 있지만, 직업의 전문성을 높이는 장점도 있다. 특히 자격증에서 부여된 신뢰성은 신직업과 새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발판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국가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신직업이 20%가 채 안 된다는 점은 짚어봐야 한다.
■ 분석④ 신직업 관심도 = 자! 이제 신직업의 관심도를 살펴보자. 세계경제포럼은 5년 내 1억70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중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건 몇개나 될까. 이는 중요한 이슈다. 신직업이 ‘인재 육성ㆍ고용→일자리 양성→새 시장 창출’이란 경제적 선순환의 고리가 되려면, 인지와 관심이 수반돼야 한다. 이제는 신직업이라는 게 어색한 바리스타, 창업컨설턴트처럼 말이다.
그럼 2004~2014년 신직업의 관심도는 어떨까. 2004~2014년 신직업 140개 중 7월 14~8월 14일 한달간 포털사이트 네이버(PCㆍ모바일)에서 단 한번도 검색되지 않은 직업은 64개로 45.7%에 달했다.
여기엔 ‘생태어메니티전문가(자연환경 활용 지역활성화 계획 수립)’ ‘로봇공연기획자(로봇 모션 기반 콘텐츠 기획ㆍ연출)’ ‘온실가스관리컨설턴트(기후 관련 법규ㆍ지침 기반으로 기업의 대응 방안 관리)’ 등 생소하지만 달라진 시대에 필요성이 커진 직업들이 숱했다. 검색량별로는 10~90건 32개(22. 9%), 100건 이상 44개(31.4%)였다.
검색량이 1만건을 넘은 신직업은 5개에 불과했는데, 바리스타ㆍ플로리스트ㆍ병원코디네이터ㆍ베이비시터ㆍ도선사 등 우리에게 익숙한 직업들이었다. 이는 두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신직업도 얼마든지 대중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신직업을 대중화하는 데 정부의 역할이 그만큼 소홀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2014~2021년 신직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 신직업 탐구지도는 더스쿠프 홈페이지에서 큰 화면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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