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5000원씩 편의점서 돈 쓰는 남편의 ‘작지만 큰 사치’ [재테크  Lab]

40대 부부 재무설계 2편 마트 남부럽지 않은 편의점 집다 보면 지출 만만찮아 자녀 의류비도 꽤 비싸 ‘일상 속 사치’ 점검해야

2025-10-02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요즘 편의점엔 없는 게 없다. 먹거리부터 생활용품, 금융서비스까지 일상의 모든 게 진열돼 있다. 그러다 보니 습관적으로 편의점을 방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문제는 그러면서 편의점에서만 적지 않은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일상 속 사치’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편의점 지출 명세서를 살펴봤다.

없는 게 없는 편의점을 둘러보다 보면 의도치 않은 지출을 하기 쉽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얼마나 될까. 한국경제인협회의 ‘2025 자영업자 경영환경 인식 조사’에 따르면 월소득이 최저임금(월 209만6270원·주 40시간 근로 기준) 이하인 자영업자가 전체의 30.4%로 가장 많았다. 10명 중 3명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소득을 올린단 얘기다. 월 25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이 20.4%로 그 뒤를 이었고, 월 400만원 이상은 7.6%에 불과했다.

여기에 비하면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유호수(가명·44)씨, 진미라(가명·41)씨 부부의 사례는 운이 좋은 케이스에 속한다. 남편 유씨가 자영업을 하면서 한달 생활비로만 500만원가량 벌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부부에게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가계부가 매월 적자가 나고 있는데, 유씨가 외벌이를 하고 있어 흑자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부부는 이 문제를 놓고 필자와 재무 상담을 진행 중이다.

지난 시간에 확인했던 부부의 가계부 상태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부부의 월소득은 500만원이다. 자영업자인 남편 유씨가 가게 매출에서 500만원을 생활비로 떼어내 가정주부인 아내에게 준다. 

지출로는 정기지출은 502만원,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45만원 등 547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은 없다. 이렇게 한달에 부부는 47만원씩 적자를 본다. 지난 시간에 보험료를 141만원에서 129만원으로 12만원 줄여 적자 규모를 35만원으로 약간 축소했다. 자산으론 시세 3억5000만원의 자가 아파트가 있고, 주택담보대출금(잔여금 1억2000만원)이 부채로 잡혀 있다.

이번 상담에선 부부의 재무목표를 파악했다. 1순위는 한달에 141만원씩 내던 보험료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그런 뒤에는 1억2000만원 남은 주택담보대출금을 빨리 갚고, 자녀(6)의 대학 등록금과 부부의 노후를 준비하길 원한다.

이 목표들을 달성하려면 적자 35만원을 흑자로 전환해 여유자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남편이 사업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오는 ‘운’을 기대할 순 없다. 부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현재로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니 이번 시간에도 부부의 지출을 계속 줄여나가 보자. 먼저 부부의 식비·생활비(110만원)를 살폈다. 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거의 매일같이 편의점에서 결제한 내역이 찍혀 있었다. 

이는 남편이 가게를 마감하고 집에 오면서 습관적으로 편의점에 들른 결과다. 액수는 그리 크지 않다. 퇴근 후 맥주와 안줏거리를 사거나,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같은 간식거리를 구매하는 정도다.

문제는 이게 습관화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지출을 불렸다는 점이다. 하루에 1만~1만5000원가량을 매일같이 쓰다 보니 매월 40만원 정도가 편의점 지출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부부가 장을 인색하게 보는 것도 아니다. 부부의 집에는 간식거리가 넘쳐나는데, 남편이 편의점에서 사온 것들을 먼저 먹느라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남편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있어서 편의점을 가는 건 아니다”면서 “가게 마감하고 기분 전환할 겸 편의점에 들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이유가 강하게 작용한다는 얘긴데, 어찌 됐든 이런 습관은 과소비를 낳기 쉽다. 따라서 남편은 앞으로 편의점에 가는 습관을 끊기로 결정했다. 편의점에 가는 횟수를 크게 줄여 한달에 10만원 정도만 쓰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이를 통해 부부는 식비·생활비를 110만원에서 80만원으로 30만원을 줄였다.

다음은 월 24만원씩 쓰는 의류비다. 옷은 주기적으로 사는 품목이 아니므로, 보통은 비정기지출로 집계한다. 하지만 부부는 의류비를 정기지출로 분류했다. 아내가 구독료를 내듯 매월 20만~30만원을 옷을 사는 데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아이 옷에 관심이 많다. 고가 브랜드 사이트를 하루에도 몇번씩 들여다보며 신상 옷을 찾는다. 모자부터 신발까지 ‘풀 세트’를 장만하다 보면 결제 한번에 몇십만원씩 지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는 아내에게 의류비 지출을 줄이라고 주문했다. 자녀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성장기 자녀에겐 ‘과한 지출’이란 점을 강조했다. 신체 성장 속도가 빨라서 몇년 입지 못하고 버릴 게 뻔하기도 했다. 아내는 이런 필자의 의견을 수용했고, 이에 따라 정기지출에서 의류비는 24만원에서 0원이 됐다.

부부는 비정기지출에 의류비를 새로 만들었고, 여기에 총 200만원을 책정했다. 한달에 17만원 정도를 쓰는 셈이다. 따라서 비정기지출이 월평균 45만원에서 62만원으로 17만원 늘어났다.

자녀 옷을 사는 것도 습관이 되면 무시 못할 지출을 유발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마지막으로 부부의 용돈(총 80만원)을 적절히 조정했다. 남편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덜 가는 방법을 통해 용돈을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20만원 줄였다. 아내도 용돈(30만→25만원)을 5만원 아껴서 총 25만원 절약했다.

이렇게 부부의 1차 줄이기가 끝났다. 부부는 식비·생활비 30만원(110만→80만원), 의류비 24만원(24만→0원), 용돈 25만원(80만→55만원) 등 79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비정기지출에서 늘어난 금액(월평균 17만원)을 빼면 62만원을 아낀 셈이다. 이에 따라 부부의 가계부는 35만원 적자에서 27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 27만원은 부부의 재무목표들을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그러니 좀 더 지출을 줄여야 한다. 지난 시간에 한차례 줄였지만, 여전히 100만원이 넘는 부부의 보험료(129만원)가 핵심 타깃이다. 워낙 액수가 커서 이 항목 하나를 정리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듯하다. 과연 부부는 성공적으로 지출 줄이기를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나가 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