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 금요일에 태어난 사람들 [이지은의 신간: 낭만 세대]

더스쿠프 북리뷰 「낭만 세대」 아날로그, 디지털 경험한 세대 공동체주의 개인주의 공존해 세대 갈등 해결 이들의 몫

2025-10-15     이지은 기자
저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겪은 1960~1970년대생을 낭만 세대라 정의했다.[사진 | 연합뉴스]

학교 앞 문방구서 떡볶이를 먹고, 고무줄놀이와 딱지치기, 땅따먹기하며 놀던 이들.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고 라디오를 청취하며 사춘기를 보내던 이들.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와 친구들, ‘폭싹 속았수다’의 금명이를 보며 추억에 잠기는 이들. 

이들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태어나 지금 60대와 50대에 다다른 사람들이다. 신간 「낭만 세대」는 1960~1970년대에 태어나 초고속 경제 성장기를 거쳐 낭만의 1990년대를 보내고, 세기말을 지나 새로운 세기의 변화를 맞이했던 이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최빈국 아이로 태어나 부유한 나라의 중년으로 살아가는, 사회의 성장 곡선과 개인의 성장주기가 일치하던,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사회와 함께 하락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을 ‘낭만 세대’라고 정의한다. 

“이것은 금요일에 태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의 첫 문장이다. 저자가 주인공인 낭만 세대를 ‘금요일에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표현하는 건 한 주의 마지막과 다음 주의 경계에서 살 듯, 마지막과 처음을 함께 경험한 세대라서다. 

“낭만 세대는 삐삐 같은 무선 호출기의 유행과 사라짐을 목격했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공중전화 앞에서 줄을 서던 그들은 이제 영상통화를 하고, 카세트테이프에 연필을 꽂아 돌리던 이들이 이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다.” 

이렇듯 그들은 전혀 다른 두 문화의 경계를 건너왔다. 어려서는 주판을 배웠고, 지금은 AI를 사용한다. 재래식 변소에서 비데까지 경험했다. 그들의 부모는 디지털이 어렵고 그들의 아이는 아날로그를 잘 모른다. 

저자는 낭만 세대를 두고 “보고 배운 부모의 모습을 삶에 적용할 수 없는 세대이자, 자녀 세대에게는 새로운 삶의 기준을 제시해줘야 하는 세대”라며, 아날로그 정서를 디지털 언어로 해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낭만 세대지만 현실이 낭만적이기만 하진 않았다. 그들은 세기말의 불안과 새로운 변화에 따른 혼란을 직접 겪은 사람들이다. 낯선 변화의 진행형 속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것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낭만 세대의 유년 시절 추억 속에는 아날로그 문화와 유교적 공동체와 군사 문화가 남아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될 무렵 그들이 적응해야 했던 새로운 시대의 문화는 디지털과 개인주의와 도시의 익명성으로 가득했다.” 

저자는 국가·가족·출신 학교·직장 등으로 ‘나’를 표현하던 낭만 세대가 세계화·디지털화·개인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전혀 다른 문화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모든 게 불안정한 현시대, 경제적 혼란과 첨예해진 세대 갈등 속에서 해결에 앞장서는 건 어른이 된 낭만 세대의 몫일 것이다. 

“낭만 세대의 부모 세대는 삶이 빈곤한 생존의 세대였고, 낭만 세대의 자식 세대는 희망이 빈곤한 생존의 세대다. 낭만 세대는 두 생존 세대들에게 빚이 있다.” 저자는 낭만 세대가 앞 세대의 희생을 딛고 얻어낸 사회적 자원을 모두 독식하고 떠나는 위선적 노인들로 남지 않으려면, 뒤따라오는 세대의 경험에 공감하며 공동체 서사를 함께 이야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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