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알짜 재테크야!” 보험에 월 100만원 넣는 남편의 착각 [재테크 Lab]

40대 부부 재무설계 3편 소득 대비 보험료 점검 필요 보험료만 100만원 넘는 부부 종신보험에 불필요한 보장 한가득 실손보험 등 효용성 위주로 구성해야

2025-10-16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달러보험, 종신보험…. 이름만 보면 ‘투자’나 ‘노후 대비’가 연상되지만, 제대로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투자상품으로서의 매력은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보험을 철석같이 믿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부부만 해도 100만원이 넘는 돈을 보험에 쏟아붓고 있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보험료를 집중적으로 해부했다.

보험을 투자상품으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상담을 진행한 이들 중엔 달러로 보험료를 내고 환급금을 받는 ‘달러보험’ 가입자가 꽤 많다. 가입한 이유를 물어보니 “환율 차익을 노리려고 가입했다”는 공통된 답변이 돌아왔는데, 그런 생각을 할 만한 상황이긴 했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촉발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험은 정말 투자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최근 성적을 보면 그렇지 못한 듯하다. 차규근 의원(조국혁신당)이 지난 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의 평균 해지 환급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88.9%에 그쳤다. 100만원을 투자하면 88만9000원으로 돌려받는다는 얘기니, 사실상 손해다. 저축 기능에 초점을 맞춘 연금보험도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환급률이 2022년 1분기 122.8%에서 지난해 4분기 100.4%로 2년 9개월 새 22.4%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상담을 진행 중인 유호수(가명·44)씨, 진미라(가명·41)씨 부부는 꽤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부부는 현재 보험료에만 100만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다. 남편 유씨가 보험을 재테크 상품처럼 여기고 ‘올인’한 결과다. 그러다 보니 저축은 꿈도 꾸지 못했고, 가계부는 늘 적자가 났다. 현재 부부는 필자의 상담을 들으면서 가계부를 수정하는 중이다.

지난 시간에 살펴본 부부의 가계부 상태가 어떤지 간단히 요약하겠다. 부부의 월 소득은 500만원이다. 자영업자인 남편이 가게 매출에서 500만원을 떼 가정주부인 아내에게 생활비로 지급하고 있다. 지출은 정기지출 502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45만원 등 547만원이다. 매달 47만원씩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없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부는 총지출을 547만원에서 473만원으로 74만원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적자 47만원이 27만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다. 부부의 재무목표는 주택담보대출금(잔여 1억2000만원)을 빨리 갚고, 자녀(6)의 대학 등록금과 부부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 목표들을 달성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여유자금이 필요하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부부의 또다른 목표는 한달에 141만원씩 내는 보험료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지난 1편에서도 말했지만, 보험은 어디까지나 보험이다. 만기가 끝나면 적립금을 돌려주는 상품이 있긴 하지만, 그건 ‘덤’일 뿐이다.

똑같은 액수를 은행 적금에만 넣어도 수익률에서 무시 못할 차이가 난다. 여기에 보험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사업비와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해 보면, 보험을 투자상품으로 보는 건 적절하지 않은 관점이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필자와 함께 보험료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지난 상담에서 12만원짜리 종신보험을 해지해 총보험료를 141만원에서 129만원으로 줄인 상태인데, 이번 시간에는 다른 상품들도 하나씩 살펴보며 조정하기로 했다. 

부부는 해지한 12만원 종신보험 말고도 종신보험을 여러개 갖고 있다. 그중 가장 액수가 큰 건 30만원짜리 ‘달러보험’이다. 이 보험은 언급했듯 납입금을 달러로 받고, 만기 시 발생하는 환급금도 달러로 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활용해 환율을 통한 차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보험사에서 말하는 달러보험의 장점이다.

문제는 달러보험으로 환차익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계약 기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탓이다. 그러니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고, 손해를 볼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달러보험을 투자상품으로 봐선 안 된다’고 부부를 설득했다. 부부도 필자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30만원짜리 달러보험을 해지하기로 했다.

부부는 월 25만원짜리 종신보험도 해지했다. 몇 년 전에 보험설계사가 “5년 납입 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권유한 상품이다.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언급했듯 보험에는 저축 상품로서의 장점이 미미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종신보험은 득보다 실이 큰 경우가 많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또 월 20만원짜리 또다른 종신보험도 없앴다. 이 보험은 보장 범위가 ‘사망’에만 한정돼 있다. 남편이 사망했을 때 유가족 앞으로 보험금이 나오는 구조다. 진단비나 수술비, 입원비 등의 보장은 전혀 없어 보험으로서의 가치도 높지 않았다.

부부는 이밖에 총 24만원에 달하는 종신보험 2개도 해지했다. 다행히 정기보험과 실손·건강보험은 별다른 문제가 없어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의 보험료는 129만원에서 30만원으로 99만원 줄어들었다. 보험에서만 100만원을 아낀 셈이다.

이렇게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보험료를 99만원 절감해 총지출을 473만원에서 374만원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여유자금도 27만원에서 126만원으로 확 불어났다. 이제 이 돈으로 부부의 미래만 잘 설계하면 된다. 보험 외의 재테크엔 경험이 전무한 남편에겐 어떤 상품을 추천하는 게 좋을까. 마지막 편에서 이 이야기를 자세히 다뤄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