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피 가면 도입하자더니…금투세 ‘입꾹닫’

더스쿠프 투데이 이슈  文 정부가 만든 금투세, 尹 정부 폐지 코스피 4000 가면 도입 말했지만 금투세 논의 실종, 빚투 열기 후끈   1주일 만에 마통 1조원 늘었지만 금융당국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

2025-11-16     조봄 기자

“주식시장에 건강한 바람을 불어넣고, 그런 노력을 통해 코스피가 3000대 위로 안착하고 4000대를 가면 시장 참여자들도 기꺼이 새로운 세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금투세는 그즈음에 도입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024년 8월 31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도입 시점으로 ‘코스피지수 4000’을 제시했다. 코스피가 2700선에도 못 미치던 그때만 해도 코스피 4000은 ‘꿈의 지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2개월 남짓 흐른 2025년 10월 27일 코스피는 4000을 돌파했다. 이 의원의 견해대로라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새 역사를 쓴 그 날은 금투세 도입의 필요조건을 충족한 날이기도 했다. 

■ 폐지된 금투세 부활할 수 있을까=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본격 추진됐고, 그해 12월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원안대로라면 2023년부터 시행됐을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거두는 소득의 경우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 그 이상 수익을 거두면 22%의 세율로 분리과세(3억원 이상은 27.5%)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투세 도입은 2년 더 늦춰졌고, 이후 국민의힘은 물론 당시 민주당 당대표이던 이재명 대통령마저 금투세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2024년 12월 결국 폐지됐다. 

당시만 해도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코스피 4000시대가 도래한 지금, 금투세 도입이 다시 논의될 토대는 마련됐지만 이재명 정부는 아직 논의를 시작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벌써 국회에서 결론이 났다”며 재검토 가능성이 없다고 아예 쐐기를 박았다.

현재 정부와 여당의 분위기는 주가를 더 끌어올리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최근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고위협의회를 갖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10%포인트 더 내리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11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도중 직접 “일반 투자자에게 장기 투자 혜택을 주는 것으로 (세제 혜택을) 세부적으로 잘 만들어달라”며 추가 세제 혜택을 주문하기도 했다. 

■ 주가 꺼질라, 부양 시그널만 내는 정부= 그에 앞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빚투를 레버리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빚내서 투자하라는 신호를 낸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 5대은행, 금융투자협회, 사진 | 뉴시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11월 들어 불과 1주일 만에 1조원을 넘겼다. 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9137억원으로 10월 말과 비교해 1조1807억원 늘었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1조659억원 증가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하는 주식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13일 기준으로 26조2515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빚투의 규모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치다. 

그럼에도 대출 총량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은 아직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용대출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출 총량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전체 부채 리스크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빚투를 두곤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도의 의견만 피력했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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