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K-반도체? 기업 200곳 “5년 뒤 중국에 밀릴 것”
더스쿠프 이슈 아카이브 국가별 기업 경쟁력 설문 中 경쟁력 이미 韓 추월 5년 후 경쟁력 격차 확대 10대 수출업종 中에 뒤져 경쟁력 확대 방안 필요
“우리나라 10대 수출 주력업종의 기업 경쟁력은 이미 절반가량이 중국에 추월당했다.” “5년 뒤에는 10대 수출 주력업종 모두가 중국에 뒤처질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실시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에서 국내 기업들이 우리나라 수출 주력업종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점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최근 10대 수출 주력업종에 속하는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경쟁력 현황과 전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중 200개사가 응답했는데, 기업들은 현재 ‘최대 수출 경쟁국’으로 중국(6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미국은 22.5%, 일본은 9.5%였다.
5년 뒤인 ‘2030년의 최대 수출 경쟁국’을 묻자 중국은 68.5%로 6%포인트 올랐다. 미국은 22.0%, 일본은 5%로 다소 낮아졌다. 향후 중국과의 수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쟁력 수준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한국의 기업 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한 후 기업들은 미국 107.2, 중국 102.2, 일본 93.5라고 답했다. 아울러 2030년엔 미국 112.9, 중국 112.3, 일본 95.0일 것으로 내다봤다. 5년 후 중국의 경쟁력이 미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이를 업종별로 보면 기업들은 중국이 철강(112.7)과 일반기계(108.5), 2차전지(108.4), 디스플레이(106.4), 자동차·부품(102.4) 등 5개 업종에서 한국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응답했다. 반면 반도체(99.3), 전기·전자(99.0), 선박(96.7), 석유화학·석유제품(96.5), 바이오헬스(89.2) 등 5개 업종에선 한국이 아직 경쟁 우위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2030년에는 10개 주력업종 모두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한국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의 2차전지 경쟁력은 119.5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일반기계(118.8), 철강(117.7), 자동차·부품(114.8) 등에서도 큰 격차로 중국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 내다봤다.
한국의 업종별 기업경쟁력을 미국과 비교했을 때, 현재 한국의 경쟁력이 앞선다고 답한 분야는 철강(미국 98.8), 선박(90.8), 2차전지(89.5) 등의 3개 업종뿐이었다. 2030년에는 미국이 철강 부문(100.8)에서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봤다. 5년 후 한국이 미국보다 경쟁력이 높은 업종은 선박(미국 90.0)과 2차전지(93.4)뿐일 거라는 얘기다.
경쟁력 분야별로 나눠 보면 중국은 가격경쟁력, 생산성, 정부 지원 등이 높게 나타났다. 미국은 상품 브랜드, 전문인력, 핵심기술 등에서 한국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응답했다. 한국은 상품 브랜드에서만 중국보다 우위에 있었는데, 기업들은 5년 후엔 이마저도 중국에 밀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는 생산성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 격차가 커질 거란 관측을 내놨다.
기업들은 경쟁력이 악화하는 이유를 무엇으로 봤을까. 기업들은 경쟁력 제고의 주요 걸림돌로 국내 제품경쟁력 약화(21.9%)와 대외 리스크 증가(20.4%)를 꼽았다. 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 부진(19.6%), 인공지능(AI)과 같은 핵심기술 인력 부족(18.5%) 등을 꼬집는 목소리도 많았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 지원과제로는 대외 리스크 최소화(28.7%), 핵심 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18.0%), 세제·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와 같은 경제 효율성 제고(17.2%) 등을 요청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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