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에겐 아직 먼 ‘서울시민의 발’ 따릉이 [넘버링+]

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 따릉이 10년의 기록 1편 일상 속 필수 수단 된 따릉이 수치가 증명하는 긍정적 성과 다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아 반드시 살펴봐야 할 그림자

2025-11-19     김하나 기자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대여시스템 ‘따릉이’가 어느덧 도입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디서나 손쉽게 대여ㆍ반납할 수 있고 이용금액도 1시간에 1000원으로 저렴한 편이기 때문일까요? 10살이 된 따릉이는 명실상부한 ‘서울시민의 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짚어볼 점도 적지 않습니다. 더스쿠프가 ‘따릉이 10년의 기록’을 3주에 걸쳐 연재합니다. 1편입니다.

따릉이가 올해로 10살을 맞았다.[사진|뉴시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10년 전인 2015년 첫 페달을 굴렸습니다. 출발 당시엔 작은 시범 사업에 불과했지만, 조금씩 서울 시민의 일상적인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서울에선 현재 4만5000대의 따릉이가 운행 중입니다. 2790곳의 대여소가 시내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어서 시민들은 언제든 편리하게 따릉이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습니다.

■ 긍정적 성과들=따릉이의 10년의 기록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운영 첫해인 2015년 11만3000건에 그쳤던 이용 건수는 지난해 4385만건으로 40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해 누적 이용 건수는 2억5000만건을 돌파했죠. ‘따릉이’ 앱 회원은 506만명에 달합니다. 서울 시민 2명 중 1명이 따릉이 회원이란 겁니다.

이용자가 급증한 만큼, 이용 목적도 다양해졌습니다. 서울시 ‘교통 이용 통계 보고서(2025년 8월)’에 따르면, 시민들은 평일에는 출퇴근용으로, 주말에는 여가나 운동을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따릉이를 탔습니다.

이용 시간대를 살펴보면, 평일과 주말의 목적이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평일 따릉이를 가장 많이 빌린 시간은 오후 6~7시였습니다. 하루 평균 1만3739건(11.5%)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다음은 오후 5~6시(9900건ㆍ 8.3%)와 오전 8~9시(9837건ㆍ8.2%)였죠.

주말에는 오후 6~9시에 따릉이를 빌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주말에 붐비는 대여소는 마포구 한강버스 망원선착장, 강서구 마곡나루역, 용산구 노들섬,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등이었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나들이 명소들이죠.

서울시 관계자는 “평일에는 출퇴근길 교통수단으로, 주말에는 야경을 즐기며 달리는 여가 수단으로 따릉이를 이용하는 시민이 많다”며 “이제 따릉이는 일상과 여가를 모두 아우르는 서울의 대표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성과 뒷면의 한계=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중장년층에게 따릉이는 여전히 ‘어려운 교통수단’입니다. 대여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뤄지는 ‘디지털 방식’이기 때문이죠.

따릉이를 이용하려면 앱 다운로드ㆍ회원가입ㆍ코드 스캔ㆍ이용권 구매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런 절차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겐 다소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주부 황미영(59)씨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딸이 따릉이 앱을 깔아주고 사용법까지 알려줬지만, 막상 혼자 하려니 쉽지 않았다. 장을 보러 가거나 지하철역에 갈 때 한 번 타볼까 싶다가도 결국 포기하곤 한다.” 자영업자 김이철(62)씨도 “자전거는 자신 있지만, 따릉이는 겁이 난다”며 “우리 세대에겐 앱을 다루는 게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따릉이 이용객 대부분은 젊은층에 국한돼 있습니다. 올해(1~9월 기준) 따릉이 회원의 연령대별 비중을 살펴보면, 20대(26.0%), 30대(27.0%)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50ㆍ60대 비중은 16.0%(50대 12.0%ㆍ60대 4.0%)에 그쳤습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서울시가 아직까진 마땅한 정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장년ㆍ고령층의 따릉이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별도로 구상 중인 정책은 없다”면서 “다만, 몇몇 자치구에서는 시니어클럽을 운영하면서 따릉이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릉이가 시민들의 생활 필수 수단으로 거듭나긴 했지만, 아직 전 세대를 아우르기엔 숙제가 남아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쉬운 점은 또 있습니다. 대표적인 건 ‘따릉이 쏠림 현상’입니다. 출근 시간엔 업무 지구 주변 대여소가 따릉이로 가득하지만, 주택가 근처 대여소는 텅 비어있기 일쑤입니다. 퇴근 시간에는 반대 현상이 벌어집니다. 대학가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인근에서도 따릉이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같은 쏠림 현상은 따릉이를 재배치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따릉이는 지난해 기준 4만5000대에 달하지만, 이를 재배치할 배송 인력은 230명 수준입니다. 배송 기사 한명이 관리해야 하는 자전거가 190개를 웃도는 셈입니다.

서울시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시민 참여 재배치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용객이 적은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빌려 이용객이 많은 곳에 반납하면 따릉이 이용권을 살 수 있는 마일리지를 주는 제도입니다. 한번 참여할 때마다 마일리지 100원을 줍니다. 5개월간 6만1178명(9월 말 기준)이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직장인 김도훈(28)씨는 “퇴근 시간에는 이용자가 많아 따릉이를 타기 어려운 경우가 숱하다”며 “아동용 새싹 따릉이만 남아 있거나 그마저도 아예 없을 때도 있어, 정액권을 사놓고 허탕 치는 일이 잦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이인선(22)씨 역시 “오전에 평소보다 5분만 늦게 나와도 집 앞 대여소에는 따릉이가 다 빠져 있다”며 “지하철역 근처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타고 온 따릉이가 인도까지 점령하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원 봉사에 의존할 게 아니라 따릉이 재배치 인력을 더 고용하는 게 상책이지 않을까요? 공교롭게도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이 질문은 따릉이의 또다른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따릉이의 연간 적자가 100억원에 이른다는 점입니다.

이경숙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설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따릉이 운영은 ▲2023년 109억원, ▲2024년 127억원의 적자에 이어 올해도 7월까지 이미 101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3년 연속 100억원대 적자입니다.

서울시는 따릉이의 적자 구조를 두고 공공서비스로서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적자 규모가 크긴 하지만 시민 건강 증진, 대기 질 개선, 교통량 감소 등 효과를 감안하면 얻는 게 더 많다고 본다”며 “따릉이는 시민들의 교통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는 공공서비스로, 수익보다 사회적 편익이 핵심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따릉이는 ‘편익적 측면’에서 얼마나 공공서비스에 부합할까요? 따릉이는 시민들의 요구 사항을 얼마나 많이 반영해 서비스의 질을 높였을까요? 이 이야기는 넘버링-따릉이 10년의 기록 2편에서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