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86, 4895, 1830, 1128… 대장동 숫자에 숨은 진실 혹은 거짓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숫자로 본 대장동 항소 포기 정권마다 달라진 대장동 피해액 651억~7786억원 엇갈려… 1심 재판부 1128억원 인정해 검찰 항소 포기 파장 계속돼 대장동 피해액 늘릴 기회 사라져
651억원, 4446억원, 7886억원, 7815억원, 473억원…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속에서 쏟아지고 있는 다양한 숫자들이다. 둘로 갈라져 싸우던 정치권에선 국정조사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에서 나오는 숫자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더스쿠프가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속 ‘숫자’를 쉽게 설명해 봤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를 포기한 지 보름여가 흘렀다. 관련 논란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은 여전히 ‘항소 포기’ 논란 앞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입씨름도 격하다.
68대 법무부 장관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항소 포기 토론’을 요청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69대 법무부 장관)에게 ‘숫자 퀴즈’를 내기도 했다. 7886, 4895, 1830, 1128…. 사실 복잡해 보이는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은 숫자를 대입해 풀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21년 11월 검찰의 대장동 1차 전담수사팀은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등 대장동 일당을 651억원+알파의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로 전담수사팀 구성 두달 만이었다. 당시 1차 전담수사팀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전체 이익을 4898억원으로 판단했다.
여기서 대장동 개발을 맡은 시행사(성남의뜰)가 계산한 대장동 택지의 가치 3595억원을 뺀 1303억원을 대장동 일당이 빼돌린 이익으로 봤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성남의뜰 지분 50%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가 1303억원의 절반인 651억원을 더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표①).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2022년 검찰은 2차 수사팀을 꾸렸고, 대장동 일당의 배임액을 더 높게 설정했다. 2차 수사팀은 대장동 사업의 총이익을 9607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대장동 택지분양 배당금 5916억원에 아파트 분양수익 3690억원 등을 더한 수치다. 2차 수사팀은 이중 전체의 70%에 해당하는 6725억원이 성남도개공의 몫으로 봤다.
여기서 이미 받은 배당 1830억원을 뺀 4895억원을 대장동 일당의 배임으로 발생한 피해액으로 계산했다. 2023년 4월 2차 수사팀이 공소장에서 대장동 일당의 배임 혐의 액수를 651억원에서 4895억원으로 변경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표②).
이를 토대로 검찰은 2022년 9월 대장동 일당에게 4446억원의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했고, 그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지금까지 추징보전된 금액은 2070억원가량이다. 추징보전은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 범죄로 얻은 것으로 의심되는 수익을 수사나 재판 중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금액은 검찰의 항소 포기 후 공론화한 7886억원이다. 이는 검찰이 대장동 일당이 개발 비리로 챙겼다고 판단한 총수익이다. 김만배씨와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1~7호)이 챙긴 택지분양 배당금 4054억원에 아파트 분양수익 3690억원 등을 합한 금액이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공무상 비밀을 활용했다고 판단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하면서 법원에 범죄수익 7886억원 중 7815억원을 추징해 달라고 구형했다(표③).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 결과, 검찰의 추징 요청액은 7815억원에서 제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7815억원을 추징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1심 재판부는 성남도개공이 입은 피해액도 검찰과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성남도개공의 피해액 4895억원 중 1128억원만 인정했다. 대장동 택지분양 배당금 5916억원 중 70%가 아닌 50%를 성남도개공의 몫으로 판단한 결과다. 이에 따라 5916억의 절반인 2958억원 중 성남도개공이 이미 받은 배당금 1830억원을 제외한 1128억원을 손해로 잡았다(표④).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일당에게 검찰이 주장한 7815억원이 아닌 473억3200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대장동 일당이 주고받은 뇌물액과 나중에 주기로 약속한 범죄수익이다.
구체적으로는 유동규 전 성남도개발공 기획본부장이 김만배(5억원)씨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3억1000만원)로부터 받은 뇌물 8억1000만원,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주기로 약속한 428억원이다. 정민용 변호사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부터 받은 37억2200만원의 뇌물도 포함했다. 재판부가 대장동 일당이 주고받은 범죄수익을 추징의 근거로 삼은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항소를 했어도 7815억원을 모두 인정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항소 포기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항소를 통해 1심 재판부가 판단한 피해액(1128억원)과 추징금(473억3200만원)을 더 늘릴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검찰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추징 보전한 금액은 언급했듯 2070억원이다(추정치 기준). 김만배씨가 1270억원으로 가장 많고,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각각 514억원, 256억원이었다. 남욱 변호사는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4일 법원에 514억원의 추징 보전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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