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타고 생산자물가 상승세… 또 고물가의 난 [아카이브]

더스쿠프 이슈 아카이브 1500원대 앞둔 원·달러 환율 10월 생산자물가지수 또 올라 공산품과 서비스가 상승 주도 소비자물가 걱정 더 커질 듯

2025-11-22     김정덕 기자

올해 9월 말부터 1400원대를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자 생산자물가의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가뜩이나 높은 물가가 더 올라갈 공산이 커진 셈이다. 

생산자물가 상승세가 가뜩이나 높은 소비자물가의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생산자물가에 공급물가까지 꿈틀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82(2020년=100 기준)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다. 전월(120.54)보다 0.2% 올랐다. 9월에도 8월보다 0.4% 올랐으니 두달 연속 오름세다. 지난해 10월보다는 1.5% 올랐다. 

전월 대비 등락률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농산물(-5.5%)과 축산물(-5.4%)을 포함한 ‘농림수산품’은 4.2% 하락했다. 시금치(-47.5%)와 배추(-26.1%), 돼지고기(-14.2%) 등의 가격이 안정된 영향이 컸다. ‘공산품’은 0.5% 상승했다. 반도체 가격 오름세에 따라 컴퓨터ㆍ전자ㆍ광학기기(3.9%)와 1차 금속제품(1.3%) 등의 가격도 올라서다. 

‘전력ㆍ가스ㆍ수도 및 폐기물’은 산업용 도시가스(-5.4%)와 폐기물수집운반처리(-1.6%) 등이 내려가면서 -0.6%를 기록했다. ‘서비스’는 금융ㆍ보험서비스(2.9%), 음식점ㆍ숙박서비스(0.5%) 등이 오르면서 0.5% 상승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D램(28.1%)과 플래시메모리(41.2%), 물오징어(18.5%), 금괴(13.3%), 호텔(10.7%) 등의 상승폭이 컸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D램이나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 강세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생산자물가지수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산출하는 10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125.18로 전월(124.11)보다 0.9% 올랐다. 지난해 4월(1.0%) 이후 1년 6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지난 7월 0.8% 오른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1.4% 올랐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국내에서 공급되는 모든 상품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대표적 물가 지표다. 물가 변동의 파급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서 출하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해외에서 생산해 국내에 수입하는 상품ㆍ서비스의 수입물가까지 결합한 후, 이를 생산단계별로 원재료ㆍ중간재ㆍ최종재로 구분해 측정한다. 중간재(1.0%)와 원재료(1.5%), 최종재(0.3%)까지 모두 상승했다.

[사진|뉴시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10월 총산출물가지수도 124.31을 기록하면서 전월(122.92)보다 1.1% 올랐다. 역시 지난해 4월(1.2%)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문희 팀장은 “반도체 가격 오름세에 더해 국내공급물가지수와 총산출물가지수 산출에 포함되는 수출 물가와 수입 물가가 모두 환율 상승에 영향을 받아 오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고물가 국면인데…

문제는 생산자물가지수나 국내공급물가지수가 오르면 기업의 비용과 생산원가가 덩달아 상승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생산자물가는 1~3개월 후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7.42(2020년=100 기준)로, 지난해보다 2.4%, 전월보다는 0.3% 올랐다. 9월에 이어 두달 연속 상승세다. 국민의 삶이 더 팍팍해질 수 있다는 거다. 

향후 전망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이문희 팀장은 “11월 두바이유 가격은 전월과 비슷하고, 환율은 2%가량 상승했다”면서도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은 내렸고, 10월 생산자물가지수 상승 요인이었던 숙박 등의 수요가 다소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생산자물가의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이 혼재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