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위메프 파산 전철’… 홈플러스 주인 못 찾으면 벌어질 일

더스쿠프 마켓분석 26일 홈플러스 인수전 본입찰 2개 업체 인수의향서 제출했지만 인수전 완주 가능성 의문부호… 불안감 커지는 홈플러스 노동자 최대주주 사모펀드의 표리부동

2025-11-23     이지원 기자
2개 업체가 홈플러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인수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홈플러스 인수전의 본입찰이 사흘(11월 26일) 앞으로 다가왔다. 10월 31일까지였던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일에 AI 관련 기업인 ‘하렉스인포텍’,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 등 2개 업체가 LOI를 제출했지만 실제 본입찰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찍힌다. 

무엇보다 4조원대에 달하는 홈플러스 인수금액을 조달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다. 인수의사를 밝힌 두 업체 모두 홈플러스를 품기엔 규모가 작은데다, 재무도 취약해서다. 하렉스인포텍은 지난해 매출액이 3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33억원 적자를 냈다. 하렉스인포텍 측은 “인수금융을 통해 2조7000억원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홈플 본입찰 실패한다면…

또다른 기업인 스노마드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16억원, 24억원이다. 하렉스인포텍처럼 홈플러스를 인수하기엔 실적 규모가 크지 않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9919억원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홈플러스가 “본입찰 전까지 추가 인수 희망자들과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추가 인수 희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되레 최악의 경우 홈플러스가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한 홈플러스는 6월부터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를 추진해 왔다.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전 새 주인을 찾아 홈플러스를 매각한다는 게 홈플러스의 플랜이었지만 4개월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찾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지난 10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 다시 인수후보자를 찾아나선 결과도 마찬가지다. LOI를 제출한 두 업체가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적지 않다. [※참고: 인가 전 M&A는 새로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신주新株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사진|뉴시스]

그 사이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성큼 다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민감한 이슈다.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를 위해 당초 6월 3일까지였던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연장해달라고 법원에 다섯차례 요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이 오는 12월 29일까지로 미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앞서 6월 삼일회계법인이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3조7000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원)를 1조2000억원가량 웃돌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실익이 더 크다는 거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더 크면 법원이 회생절차를 폐지하는 게 원칙이다.

최악의 경우 위메프 전철 밟을 수도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왔던 위메프 역시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지난 10일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문제는 전국 123개 대형마트와 297개 SSM(기업형슈퍼마켓·홈플러스익스프레스)을 운영하는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위메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피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은 표리부동한 발언으로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정업체 점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김병주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2025 연차총회’에서 “투자자의 기본 역할은 자본 공급을 넘어 위기 시 기업과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노조 및 점포 노동자, 입점업주 대표와의 간담회. [사진 | 뉴시스]

지난 10월 14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해 “저희는 대기업이 아니고, 저는 총수가 아니며, (홈플러스) 회생절차에 권한이 없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배치된다.  

홈플러스 노조는 김 회장을 향해 “책임투자를 언급한 건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책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홈플러스 노동자, 입점업체 점주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데 MBK파트너스는 회생계획안 제출을 코앞에 두고도 홈플러스 사태를 남의 일처럼 대하고 있다”면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