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 터져도 위약금… 숙박업체 환불 규정 만드는 게 어렵나요?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숙박업체 위약금 분쟁 심화해 도마에 오른 지 수년째인데 제대로 규제되고 있지 않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기 때문 전자상거래법에 해당 안돼 법적 공백 해소할 방안 필요

2025-11-24     조서영 기자

성수기 휴가철. 매년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가 있다. 호텔 예약 시 취소 불가, 과한 위약금의 부과 등이다. 이런 숙박 플랫폼의 ‘갑질’이 논란의 도마에 오른 지도 수년이 흘렀는데,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위약금 갑질’을 규제할 법망이 아직까지 없어서다. 

숙박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지난 6월, 가족과의 여름 휴가를 위해 69만7000원을 주고 호텔을 예약한 박정민(37)씨는 위약금 때문에 낭패를 겪었다. 더 값싼 호텔을 찾은 정민씨가 예약을 취소하려 했는데, “숙박비용의 20%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예약한지 고작 10분 만에 들은 말이었다. 

“다른 숙박 플랫폼을 보다가 더 싼 곳을 발견해서 예약을 취소하려고 직접 전화를 걸었는데, 호텔 측에선 위약금을 물지 않으면 취소할 수 없다는 말만 거듭했다. 10분 전에 예약했는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별 소용 없었다. 숙박업소 위약금 문제는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 대학생 강서윤(23)씨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지난 1월 친구들과 제주도에 놀러가기 위해 펜션을 예약한 서윤씨. 하지만 여행 당일 제주도에 대설특보가 발령돼 비행기조차 타지 못했다. 서윤씨는 부랴부랴 펜션에 예약 취소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당일 취소는 숙박비용의 100%를 물어야 한다”였다. 서윤씨는 “기후변화나 천재지변이 있으면 환급을 받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몇번이나 문의했지만 펜션 측은 끝내 100%의 위약금을 받아냈다. 

숙박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2022년 1428건이었던 숙박 플랫폼 피해구제 신청은 2023년 1643건, 2024년 1919건, 올해 상반기 1262건으로 늘어났다(한국소비자원). 그렇다고 구제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피해구제 신청 건수 대비 소비자와 사업자가 합의한 비율은 2022년 65.0%에서 2025년 상반기 49.5%로 15.5%포인트 떨어졌다.  

위약금 논란 문제가 뭘까

숙박 플랫폼 피해가 논란의 도마에 오른 지 꽤 오래됐는데, 피해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선 현재 어떤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지, 이를 어떻게 규제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의 계약 해제로 인한 위약금 분쟁(과한 위약금·환급 거절 등)’이 49.1% (1013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계약불이행 또는 불완전이행(26.3%·542건)’ ‘정보제공 미흡(7.8%·161건)’ ‘천재지변으로 인한 계약해제(5.3%·110건)’ 등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분쟁을 제기한 소비자의 절반가량이 과도한 위약금을 물거나 환급을 거절당했단 거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런 피해 사례를 접수했을 때 공정거래위원회의 ‘숙박업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참고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숙박업자는 성수기의 경우 계약 후 24시간 이내거나 사용 예정일 10일 전까지 계약금을 돌려줘야 한다. 비수기의 경우엔 사용 예정일 2일 전까지 계약금 100% 환급이 원칙이다. [※참고: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은 사업자가 약관에 표시한 기간을 적용한다. 약관에 관련 내용이 없는 경우 공정위의 기준(여름의 경우 7월 15일~8월 24일, 겨울의 경우 12월 20일~2월 20일)을 따른다.]

문제는 이같은 분쟁해결기준이 별다른 역할을 못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적 강제력’이 없어서다. 공정위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별도의 법령 규정이 없는 경우 이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권고 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피해구제를 신청하지 않는 이상 숙박업체의 개별 약관이 우선한다는 뜻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 담당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당사자들 간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합의 조정의 기준점으로 기능한다”면서 “하지만 이 기준으로 사업자를 강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법적 공백 어제오늘 문제 아닌데…

그렇다면 숙박업체 위약금 분쟁이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할 만한 법망은 없을까. 아쉽게도 없다. 숙박 플랫폼은 전자상거래법(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청약철회 의무를 지킬 필요가 없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따르면 소비자에겐 상품이나 서비스를 계약한 후 일정기간 이내에 구매의사를 철회하고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를 청약철회라고 한다. 하지만 이 의무는 재화를 직접 판매한 판매자 또는 통신판매업자에게만 해당한다. 숙박 플랫폼과 같이 통신판매를 중개하는 플랫폼은 적용이 제외된다. 

그렇다고 전자상거래법을 숙박 플랫폼 등에도 적용하기 위한 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도 아니다. 22대 국회의원 중 이 공백을 해소할 법안을 제출한 이는 단 한명도 없다. 숙박 예약과 같은 플랫폼에도 법적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소비자원은 주요 숙박 플랫폼 7곳에 개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사진 | 한국소비자원 제공]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사후 대책에 가까워 소비자 입장에서 피해를 조심하는 방법밖엔 없는 상태”라며 “사전 규제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이를 선제적으로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들어 급증한 숙박 플랫폼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단 의사를 밝혔다. 주요 숙박 플랫폼 7곳에 분쟁 유발 요인을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개선 여부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식이다. 하지만 강제력 있는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연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숙박 플랫폼의 위약금 논란은 언제쯤 해소할 수 있을까.  ‘권력 서열’ 2위라는 입법권자들은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