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는 왜 ‘성희롱 논란’ 터진 곳에 청소년상담시설 맡겼나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무슨 일이 1편 | 경쟁입찰 논란 서울시청소년상담센터 위탁기관 서울시, 강서대 우선협상자로 선정 정량평가 꼴찌했지만 정성평가 1위 우선협상자 선정 후 제기된 민원 강서대가 직전 운용한 기관에서 회계부정, 성희롱 논란 등 터져 강서대, 관련 서류 없이 평가 받아 서울시 “고의성 없다”며 재심의 재심의 과정 공정하고 투명했나

2025-11-24     강서구 기자

# 위기 청소년들이 언제든 전화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 학교 밖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곳…. 1997년 문을 연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역할이다. 이곳은 서울시 자치구 청소년상담센터 25곳의 실질적 허브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 이런 기관을 운영하는 주체는 청소년 상담 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운영을 회계부정과 성희롱 논란이 터졌던 곳에 맡겼다.

#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서울시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논란 많은 기관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을까. 더스쿠프가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입찰에서 벌어진 일’을 단독 취재했다. 1편이다.

서울시립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위탁 기관으로 선정된 강서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997년 문을 연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청소년전문상담기관이다. 이곳은 만 9~24세 청소년과 보호자에게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이다. ▲위기 청소년들이 언제나 찾을 수 있도록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1388 전화상담’, ▲청소년 일시보호소 ‘우리집’,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꿈드림’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소년 관련 교육·연구를 수행하고, 서울시 자치구에 설치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25곳의 허브 역할도 맡고 있다.

최근까지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위탁운영해온 곳은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육성회였다. 1964년 경찰청 허가를 받아 설립된 국내 최초 청소년단체인 이곳은 1997년에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맡아 지난 10월까지 위탁운영해왔다.

한국청소년육성회의 운영실적과 평가는 좋았다. 최근 3년간 받은 수상도 숱하다. 2022년 11월 열린 서울시 연합 청소년 안전망 보고대회에선 ‘서울시장 표창’을 수상했다. 그해 12월 열린 ‘2022년 청소년상담복지사업 시상식’에선 최우수기관으로 뽑혀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듬해에도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종합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다시 한번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이렇게 알찬 성과를 남긴 한국청소년육성회가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위탁·운영권을 사실상 잃은 건 올해 8월, 서울시가 진행한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위탁기관 선정 경쟁입찰에서 강서대학교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오르면서다.

그럼 입찰 과정은 어땠을까. 복기해보자. 서울시는 지난 6월 18일 ‘서울특별시 청소년시설 위탁운영단체(법인) 모집공고’를 내고 새로운 운영단체를 모집했다. 관련 입찰은 한국청소년육성회와 강서대, C사 등 3파전으로 진행됐다. 두달 동안의 심의 결과, 강서대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더스쿠프가 입수한 심의 결과에 따르면, 총점 86.94점(정량적 평가 18.0점+정성적 평가 68.94점)을 받은 강서대가 한국청소년육성회(총점 85.37점)와 C사(총점 83.13점)를 따돌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강서대는 정량적 평가에선 18.0점으로 응찰기업 3곳 중 최저점을 기록했지만 정성적 평가에서 최고점인 68.94점을 받았다. 정성적 평가가 입찰의 당락을 좌우한 변수로 작용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공개경쟁 입찰 절차를 거치면 투명성과 신뢰성이 담보된다.

[사진|강서대학교]

하지만 이번 입찰은 달랐다. 공교롭게도 경쟁 입찰이 끝난 후 우선협상대상자인 강서대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작은 논란이 아니었다. 회계부정·성희롱 등 예민한 이슈들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참고: 상황이 심상치 않자 서울시가 9월 30일 재심의를 진행했지만 그 과정을 두고도 논란이 터져나왔다. 이 이야기는 심층취재 추적+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입찰서 무슨 일이’ 2편에서 자세히 다뤘다.]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後 불거진 일들 = 도대체 강서대 논란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시계추를 서울시에 ‘강서대민원’이 들어온 8월 26일로 돌려야 한다. 서울시가 서울시청소년복지상담센터의 위탁기관으로 강서대를 선정한 지 12일 만인 8월 26일, 서울시에 민원 한통이 접수됐다. 골자는 강서대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거였다.

더 놀라운 건 민원을 제기한 곳이 강서대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위탁 운영했던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였다는 점이었다.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는 강서대가 자신들을 운영했던 3년 동안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면서 두가지 문제를 꼬집었다.

강서대가 운영했던 기관에서 강서대의 문제를 공론화한 셈인데,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참고: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가 민원을 제기한 지 하루 뒤인 8월 27일엔 한국청소년육성회가 서울시에 ‘입찰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첫째, 부당 급여 지급 문제다.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는 강서대가 위탁 운영을 시작한 직후 A부장과 B팀장을 채용했다. 두명 모두 강서대가 추천한 사람들이었는데, 특히 강서대 C교수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B팀장의 연봉 산정 과정에서 문제가 터졌다. 경력으로 인정할 수 없는 없는 부분까지 포함해 B팀장의 연봉을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는 2022년 9월 7일 이 문제를 서울시에 보고하고, 4차례에 걸쳐 부당하게 지급된 급여 600만원의 환수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B팀장은 2023년 8월 이를 무시한 채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퇴사했고, 600만원은 아직까지 환수하지 못했다. 계약상 이 돈은 강서대가 지불해야 할 돈이다.

B팀장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A부장도 2023년 큰 문제를 일으켰지만 소리소문 없이 퇴사했다.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는 2022년 직원 4명의 급여를 책정할 때 서울시 예산편성 기준을 잘못 적용해 지침보다 800만원 이상 많은 급여를 지급했다. 당시 회계 총괄은 A부장이었다.

강서대가 경쟁입찰 시 회계부정, 성희롱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서울시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사진|뉴시스]

다행히 2023년 2월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가 이를 발견하고, 잘못 지급된 급여를 환수조치했지만, A부장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퇴사했다. 강서대가 추천해 채용된 직원 두명이 모두 논란을 일으킨 셈인데, 이는 심각한 문제다.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관리지침 제24조에 따르면 회계부정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엔 위탁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

■ 성희롱 논란의 실체 =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란 점이다. 강서대 C교수를 둘러싸곤 ‘성희롱 논란’도 있었다. C교수의 성희롱은 강서대가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의 위탁운영을 맡은 직후인 2021년 9월부터 2022년 1월까지 6개월간 이어졌다.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가 서울시에 제출한 ‘민원’을 토대로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C교수는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피해자에게 “좋은 사람 소개해 줘야 하나, 아직 예쁜데…” “내가 남자 교수라서 불편하냐?” “본인을 불편해하는 것이 가까워질까 봐 두렵기 때문이냐?” “당신(피해자)이 여자 교수였으면 더 좋을 뻔 했을 것 같다” 등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C교수는 피해자에게 “동네로 한번 갈 테니 시간을 내달라” “저녁시간에 만나서 밥 먹으며 대화하자”고 말하며 업무시간외 사적 만남까지 요구했다.

성희롱 논란은 피해자가 2022년 2월 강서대 인권센터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론화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C교수가 신고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피해자를 찾아와 회유하는 등 2차 가해까지 벌어졌다. 인권센터에 신고를 접수한 지 불과 10여일 만의 일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강서대 인권센터는 2022년 4월 “C교수의 행위가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면서 대학 측에 징계를 요구했다. 강서대는 그해 9월 C교수에게 ▲정직 1개월, ▲30시간 교육이수,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운영 직무배제 등의 징계를 내렸다. C교수는 학교의 징계처분에 불복해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의위원회(교원소청)에 제소했지만 최종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관계자는 “성희롱, 회계부정 등 강서대의 논란이 서울시청소년복지상담센터의 위탁기관을 선정할 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발생해 민원을 제기했다”며 “실제로 강서대는 두 사건을 적시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강서대가 2024년 12월까지 위탁운영했던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선 수많은 문제와 비위가 있었다. 문제는 이런 논란에도 강서대가 어떻게 서울시청소년복지상담센터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느냐는 거다. 심사위원들이 응찰기업의 면면을 신중하게 판단해 점수를 매기는 ‘정성적 평가’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배경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강서대의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걸까. 그렇지 않다. 입찰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흠결’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입찰서 무슨 일이’ 2편에서 이어나가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