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피해복구 사실상 0%… 해결한다던 의원님들은 불구경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티메프 미지급 사태 후 1년 4개월 긴 정산주기 사태 원인으로 꼽혀 관련 법 개정안 발의 잇따랐지만… 6건 모두 국회 소관위 계류 중 티몬 오아이스에 인수, 위메프 파산 피해 셀러 채권 변제율 사실상 0%

2025-11-28     이지원 기자

“판매대금 정산주기가 플랫폼 ‘맘대로’인 게 말이 되나.” 지난해 7월 티몬과 위메프에서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자 쏟아진 피해 셀러의 반응이다. 티메프 등 온라인 플랫폼이 정산주기를 40~60일로 규제하는 ‘대규모유통업법’의 대상에서 빠진 게 화근이었다. 이 때문에 티메프 사태 후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늘 그렇듯 정치권은 관련 법안을 찍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딱 거기까지였다.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4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온라인 플랫폼은 여전히 정산주기 규제 밖에 있다.[사진|뉴시스]

1조3000억원. 지난해 7월 티메프(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로 인해 발생한 피해 금액이다. 입점 셀러들은 수억~수십억원의 정산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파산 위기에 내몰렸지만 1년 4개월이 흐른 2025년 11월 현재 피해 복구율은 사실상 ‘0%’다. 

사태 이후 두 업체 모두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고 그중 티몬은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에 인수(2025년 6월)됐다. 플랫폼으로서 명맥은 유지했지만 피해 셀러들의 회생채권 변제율은 0.76%에 머물러 있다. 채권 규모가 1억원인 피해 셀러라면 고작 76만원만 되돌려 받았다는 얘기다. 

위메프 상황은 더 나쁘다. 티몬과 달리 인수자를 찾는 데 실패하면서 법원은 지난 10일 위메프에 기업회생 절차 종료와 파산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피해 셀러들은 단 한푼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티메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검은우선 비대위) 측은 “온라인 플랫폼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법을 고치지 않는 한 ‘제2ㆍ제3의 티메프 사태’는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티메프 사태와 법적 공백 

실제로 티메프 사태는 법적ㆍ제도적 공백 탓에 발생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주기가 지나치게 길었는데 이를 규제할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두 업체는 입점 셀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면 판매대금 중 수수료를 뗀 금액을 셀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판매대금을 셀러에게 지급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위메프는 60일, 티몬은 40일에 달했다. 그사이 위메프ㆍ티몬 모회사인 ‘큐텐’의 경영진들이 자신들의 사업 확장을 위해 판매대금을 유용한 게 티메프 사태의 발단이 됐다. 

이같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건 현행법상 온라인 플랫폼이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돼 정산주기를 40~60일(위수탁판매~직매입판매)로 규정한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이다.[※참고: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연 매출 1000억원 이상ㆍ매장 면적 3000㎡(약 907평) 이상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사진|뉴시스]

당연히 티몬과 위메프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당시 피해 셀러들은 “정산주기가 90일, 길게는 150일에 달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허다하다”면서 “정산주기가 ‘엿장수 맘대로’인 게 정상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나섰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티몬ㆍ위메프 미정산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중개거래 수익 연 100억원 이상, 중개거래 금액 1000억원 이상 온라인 플랫폼 포함, ▲판매대금 정산기한 20일(소비자의 구매확정일로 부터)로 단계적 단축, ▲판매대금의 50% 금융기관 예치 또는 지급보증보험 가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관련 법안(대규모유통업법 일뷰개정법률안) 발의도 이어졌다. 지난해 9월부터 임미애ㆍ오세희ㆍ김남근ㆍ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영석ㆍ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골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현행법상 40~60일인 정산주기를 길게는 20~40일, 짧게는 7~10일로 줄이자는 거였다.

여야 정치권 뻔한 이슈몰이 

문제는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점이다. 해당 법안 6건 모두 국회 소관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티메프 사태 이후 일부 자정 작용이 있긴 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월 발표한 ‘2025년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온라인쇼핑몰)’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이후 정산주기 관련 제도가 다소 개선됐다”고 답한 업체는 전체의 38.6%로 나타났다. 정산주기가 티몬이나 위메프보다 훨씬 짧은 평균 ‘10일 이하’라고 답한 비중도 30.3%나 됐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정산주기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힌 응답자는 60.4%로 상당히 많았다. 정산주기가 ‘30일 이상’인 비중은 24.4%, 이중에서 ‘51일 이상’인 비중은 10.3%에 달했다. 

온라인 플랫폼별 편차도 컸다.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쿠팡의 경우 정산주기가 ‘51일 이상(주거래 플랫폼 기준)’이라고 답한 비중이 34.0%로 가장 많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산주기를 규제하는 건 셀러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면서 “하루빨리 개정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티몬이 기업회생 절차를 마무리하고, 위메프가 끝내 파산하면서 정산주기를 바꾸려는 법적ㆍ제도적 움직임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 제기됐던 우려였다.

법 개정엔 절차와 시간이 필요한 만큼 티메프 사태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개정안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고, 제2ㆍ제3의 티메프 사태를 막을 법적ㆍ제도적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실 관계자는 “기업들로선 정산주기가 짧아지면 자금을 융통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정산주기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건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그 주기가 짧을수록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60일인 정산주기가 30일로 단축되면 피해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는 입점 셀러나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티메프 사태로 피해 셀러들의 피 같은 돈 ‘1조원’ 이상이 증발했지만 이 중대한 문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있다. 과연 정부와 국회는 재발방지 대책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