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가 헤라 모델로 전지현과 제니를 투톱으로 세운 까닭

Z세대 잡기 나선 화장품

2019-06-05     이지원 기자

하나의 브랜드에 두명의 모델이 활동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경우 ‘견미리 팩트’로 유명해진 에이지투웨니스의 모델로 배우 이나영을 추가 기용했다. 특급배우 전지현이 모델인 아모레퍼시픽 헤라는 아이돌 가수 제니를 또 다른 모델로 발탁했다.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으면서 Z세대까지 고객까지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Z세대 잡기에 나선 화장품 업체들의 전략을 취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헤라 모델로 전지현에 이어 아이돌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를 기용했다.[사진=뉴시스]

# ‘견미리 팩트’로 이름을 알린 애경산업의 AGE 20’s(이하 에이지투웨니스)가 지난 4월 새 모델로 배우 이나영을 발탁했다. 40대가 주를 이루던 에이지투웨니스 고객층이 20대 젊은층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경산업이 2012년 론칭한 에이지투웨니스는 30~40대 고객을 타깃으로 삼고, ‘20대 피부를 되살려주는 메이크업 브랜드’를 지향했다.

중견배우 견미리를 카운슬러로 내세운 이 브랜드의 대표제품 에센스 커버팩트는 홈쇼핑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모녀팩트(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팩트)’라는 별칭이 붙으면서 20대까지 소비층이 확대됐다. 그 효과로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기업에서 화장품 기업으로 거듭났다.

2015년 13%에 불과하던 화장품 매출 비중이 지난해 51%로 가파르게 늘어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20~40대를 아우르는 이미지의 이나영씨를 주요 모델로 발탁해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기존 모델 견미리씨도 모델 자리를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 브랜드 모델을 투 트랙으로 기용한 사례는 또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월 아이돌 가수 제니(블랙핑크)를 헤라(HE RA)의 새 모델로 뽑았다. 제니는 2014년부터 헤라 모델로 활동해온 전지현과 함께 활동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모델 전지현씨와 제니씨가 함께 활동하면서 헤라의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니는 지난 2월 헤라의 립 색조 화장품 ‘레드 바이브’ 광고를 시작으로 4월부터 신제품 ‘블랙 파운데이션’ 등을 홍보하고 있다.

이처럼 화장품 업계에서 한 브랜드에 두 명의 모델이 활동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기성 고객의 이탈을 막으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Z세대(1995~2005년생)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에서다.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화장품 업계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Z세대는 화장품 구매 시 브랜드보다 제품 위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사진=뉴시스]

브랜드보다 제품을 보고 구매하는 Z세대가 늘면서 ‘매스(mass) 브랜드[※참고: 매스 브랜드는 중저가의 대중적인 브랜드를 의미한다.]’가 약진한 건 단적인 예다. 아이크림ㆍ선스틱으로 인기를 끈 매스 브랜드 AHC(카버코리아)는 2016년 4295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6590억원으로 증가했다. 색조화장품으로 인기를 얻어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로레알에 인수된 쓰리컨셉아이즈(3CE)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액이 1287억원에서 1967억으로 불어났다.

반면 뷰티공룡 아모레퍼시픽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는데, 이 역시 Z세대의 약진과 무관하지 않다. 제니를 새 모델로 기용한 헤라의 올해 1분기 국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가량(하나금융투자 추정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주덕 성신여대(뷰티산업학) 교수는 “Z세대는 화장품의 색상ㆍ제형ㆍ사용감 등 다양한 제품을 주저 없이 경험하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제품이 여러 연령대로 확산하는 등 Z세대가 화장품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브랜드보다 제품을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Z세대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화장품 업계로선 이들까지 소비자층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무척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