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팔겠다” 공시하는 순간 공매도 꿈틀댄다면…

[視리즈] 회장님은 고점 판독기➍ 내부자 주식 매각 규제 나선 정부 발표 9개월 만에 관련법 논의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제도 도입 공매도 공격 거세질 수도… 미공개정보 악용 가능성 살펴야 시장선 기대와 우려 엇갈려

2023-05-31     강서구 기자

금융당국과 국회가 대주주, 임원 등 내부자의 주식 매각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사전 공시제도를 도입해 내부자의 주식 매각 소식을 시장에 미리 알리겠다는 게 취지다. 내부자의 갑작스러운 주식 매각에 뒤통수를 맞았던 투자자로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사전 공시제도에도 허점이 숱하다. 한편에선 공매도와 꼼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더스쿠프 視리즈 ‘회장님은 고점 판독기’ 마지막 편이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이후 대주주 등 내부자의 주식 매각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주주·대표·임원 등 기업 내부자의 주식 매각은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주가가 제아무리 가파르게 상승하더라도 내부자들이 주식을 내다 파는 순간 곤두박질치기 일쑤다. 탄탄한 실적과 사업의 장밋빛 전망도 이들의 주식 매도 소식 앞에선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서도 이런 악습이 반복됐다. 내부자들은 하나같이 기막힌 타이밍에 주식을 팔았다. 일반투자자는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대주주와 대표 등 내부자의 무분별한 주식 매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274건의 불공정거래 사건 중 미공개정보 이용은 119건으로 43.4%를 차지했다.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가 발표한 대책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상장회사 임원과 주요주주가 주식을 매도하기 30일 전 매매목적과 가격·수량·매매기간을 공시해야 한다. 공시 대상은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수의 1% 이상 또는 거래금액 50억원 이상인 경우다.” 내부자의 주식매도 사실을 알려 일반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거다. 

늦었지만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4월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정무위 전체 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관련법이 마련된다.[※참고: 정무위는 사전 공시 기간을 매매 전 30일 이상 90일 이내로 변경했다. 이용우 의원의 법안은 매각 90일 전까지 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제도의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대규모 매도에 따른 주가 폭락 사태와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문제➊ 사전 공시와 공매도 = 그럼 사전 공시제도를 도입하면 모든 문제가 씻은 듯 사라질까. 그렇지만은 않다. 사전 공시제도의 허점을 꼬집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첫째는 공매도다. 대주주가 주식 매도 계획을 발표하면 주가가 하락해 공매도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이 때문에 내부자의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일정 기간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주식 매각을 공시한 날부터 30일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내용을 법안에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대주주의 주식 매각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만큼 공매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매도가 아니더라도 대주주가 주식을 팔면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인위적인 조정보단 시장에 맡기는 게 낫다는 얘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주주나 내부자의 주식 매각은 통상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며 “매각 공시가 이뤄지면 주가는 내부자가 매각하려는 가격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으면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길 순 있겠지만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며 “결국, 주식을 매각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문제➋ 사전 공시와 내부자의 꼼수 = 문제는 또 있다. 내부자들이 사전 공시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부자 사전 공시제도의 대상은 언급했듯 지분 1% 이상 또는 거래금액이 50억원을 넘어설 경우다. 그 이하라면 공시의무가 없다. 지분을 쪼개서 팔면 기존처럼 5거래일 이내에 공시하면 그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전 공시제도가 미공개정보를 악용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가령, 실적이 크게 악화하거나 공급계약 파기 등의 악재가 있는 기업이 있다고 치자. 대주주가 실적을 공시할 때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하면, 주가 하락의 원인을 희석할 수 있다. 주가 하락이 실적 탓인지 주식 매각 탓인지 알 수 없어서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예컨대, 주가에 큰 호재가 발생할 것을 알아챈 내부자가 대규모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해 주가를 낮춘다. 그 이후 가치가 떨어진 주식을 대거 매집하고, 호재를 발표해 주가를 띄우면 내부자는 손쉽게 큰 차익을 거머쥘 수 있다. 사전 공시제도만으로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영주 대구대(경영학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도입하려는 사전 공시제도는 주식 매각 계획을 세우면 의무적으로 이를 사전에 공시하라는 것이다. 그 공시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는 상관없다. 이는 사전 공시제도가 오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전 공시제도를 만들면서 참고한 미국의 ‘내부자거래 사전거래 계획(Rule 10b5-1 Plan·커버 파트2 참조)’도 미공개정보를 이용하는 우회적인 통로로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국회가 내부자의 주식 매각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건 환영할 일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대주주 등 내부자 주식 매각 사전 공시제도는 필요한 제도가 맞다”면서도 “공매도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입법화 전에 충분한 논의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