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자신들의 곳간을 채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고약한 건 ‘세금稅金’이다. 때만 되면 국민들의 돈을 거둬가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금은 인류 역사에 선재先在하는 개념이 아니다. 국가 성립과 필요에 따라 후천적으로 생성된 개념에 불과하다. 당연히 국가는 국민에게 세금을 요구할 때 자세를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부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하고 경제의 운영을 시장에 맡기는 시장경제체제가 발달하면 할수록, 시장의 특성상,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슨 일도 망설이지 않는 ‘맘모니즘(mammo
때아닌 상속세 논란에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주는 상속세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법의 개정을 두고 의견이 오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국가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도는 고려해야 한다. 그런 논의도 없이 선거를 앞두고 상속세 완화나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포퓰리즘일 뿐이다. 상속세는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세금보다 비장하다. “상속은 사망으로 인해 개시된다”란 민법(제997조) 조항처럼, 상
세금은 사실상 나라가 국민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구조다. 그래서 세법은 납부 능력(담세력)에 따라 세금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합리성과 논리성을 갖춰야 한다. 특히 나라가 세법을 부동산 투기 방지 등 규제의 수단으로 활용할 땐 더 그래야 한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는 담세력이 아닌 ‘주택 수’를 기준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논리적이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세금은 납세자의 재산을 국가권력이 주는 것 없이 ‘빼앗아 간다’는 점에서 그 구조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이는 담세력擔稅力(ability t
세계 각국이 폐지하려고 시도했던 건 ‘불평등의 세습’이지 ‘부의 세습’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부잣집 자식과 평범한 집 자식의 출발선을 ‘동일선상’에 놓으려는 상속세는 존재가치가 크다. 이 때문에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되레 상속세는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안을 강구하는 게 합리적이다. 상속세는 젊은층의 ‘사회 출발점 평등’이란 정치적 이념적 당위성이 짙은 세목이다. 100m를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90m 앞에 있는 재벌집 아들의 출발선을 상속세를 통해 가난한 농부 아들이 서있는 지점 언저리로 내
저출생은 미래 경제를 위협하는 변수다. 생산연령인구가 줄면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나라엔 벌써 경고등이 켜졌다.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0.7명(2023년 2분기 기준)이라는 건 심각함을 넘어선다. 지금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면 세법이든 국적법이든 개정하는 게 마땅치 않을까. 소득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매기는데, 과세 기준은 소득을 얻는 자를 기준(개인 단위)으로 삼는 방법과 그렇게 번 소득을 소비하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관세사 등은 일종의 자격을 따는 시험이다. 공무원 임용고시와 달리 이들을 ‘자격시험’이라 부르는 이유다. 말 그대로 자격을 주는 시험이기 때문에 문턱을 높일 필요가 없다. 되레 많은 전문자격사를 양산해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도록 하는 게 시장경제에 더 어울린다. 그러면 전문자격사의 독점 논란도 사라질 수 있다. 전문자격사 시험, 이제 청년에게 대폭 개방하면 어떨까.의사ㆍ변호사ㆍ공인회계사ㆍ세무사ㆍ변리사ㆍ관세사ㆍ공인중개사ㆍ공인노무사….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문자격사다. 국가가 전문자격사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가 7월말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는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 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1억원 상당의 재산을 받았을 경우 이를 비과세해주는 제도가 포함됐다. 자금이 부족해 결혼을 미루는 현 세대의 어려움을 반영한 법 개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게 있다. 스스로 결혼자금을 마련했거나, 부모가 결혼자금을 주지 못한 이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게 공평과세일까.“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총 4년)에 걸쳐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1억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를 도입하겠다.”
대주주 A씨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해 큰 차익을 남겼다. 그는 차익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자! 이를 반대로 돌려보자. 빌린 주식을 비싼 값에 판 다음 기다렸다가 싼값에 되사서 1억원의 차익을 남긴 B씨가 있다. 그런데 그는 어찌 된 일인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처럼 공매도 거래 시 과세하지 않는다는 건 공평과세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번엔 공매도 차익과 세금의 상관관계를 풀어봤다.주가가 낮을 때 사서 높을 때 팔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내일은 고사하고 오늘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주식시장이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 65세 이하)가 줄면 나라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연금을 납부할 자와 납세자 수가 줄어들어서다. 그렇다고 생산가능인구를 빠르게 늘릴 수도 없다. 출산율이 극적으로 회복하더라도 생산가능인구가 증가하려면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하위인 데다, 생산가능인구까지 줄고 있는 우린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2022년도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1500명이나 줄었다.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ㆍ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신생아 수)은 0.78명에
‘정년 2년 연장’을 골자로 삼은 프랑스의 연금 개혁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시위를 연일 개최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사뭇 흥미롭다. ‘정년 2년 연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거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정년 연장을 바라는 우리나라로선 납득하기 힘든 이유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왜 정년 연장을 거부하는 걸까. 프랑스 정부는 지난 1월 24일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은 ‘연금개혁 법안’을 발표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
A씨는 받은 것보다 베풀기를 더 좋아한다. B씨는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원한다. 자! 사회 통념상 누가 성공할 것 같은가. 대부분 B씨를 선택할 거다. 하지만 미국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A씨가 ‘성공의 사다리 맨 꼭대기에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일까. 이 주장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은 뭘까.‘독한 자가 성공한다’란 속설을 뒤집고 ‘착한 자가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에 있다’라는 가설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미국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가 쓴 책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는 돈을 대하는 사람들의
최근 김구 선생 후손들이 낭패를 봤다. 자신들의 재산을 미 하버드대에 기부했는데, 그 대학이 국내에 공익법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추징당한 거다. 재산의 해외도피를 방지한다는 이 규정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유연한 해석은 불가능했을까. 우리나라 상속세와 증여세법 체계가 ‘절대적 평등주의’를 지나치게 고집하고 있는 건 아닐까.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지난해 12월 ‘여성들의 대학 교육은 필요하지 않다’며 여대생의 대학캠퍼스 출입을 막았다. ‘내일부터 학교등교 금지’란 말을 듣고 울부짖는
여기 과세관청의 부당한 처분으로 억울하게 세금을 납부한 이가 있다. 납세자로선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항의할 곳이 없다. 법원은 납세자가 다툴 만한 길을 열어주지 않고, 조세심판원은 길은 터주지만 귀를 열지 않는다. 과연 해외에서도 이럴까.대낮에 가로등을 켜는 일을 반복하는 사람이 어린 왕자의 눈에 띄었다. 해마다 별이 점점 빠른 속도로 돌아 1분에 한번씩 낮과 밤이 바뀌는 통에 그는 쉴 틈 없이 가로등을 켰다가 다시 껐다. 이 모습을 안쓰럽게 여긴 어린 왕자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명령’이란 답이 돌아왔다. 어린 왕자가 ‘이해가 안
BTS 정국이 월드컵 개막식에서 주제가를 불렀다. 아마 그의 이름값에 걸맞는 대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럼 카타르에 세금은 누가 낼까. 정국일까 유명 연예인이나 체육인이 절세 목적으로 자주 이용하는 속칭 스타컴퍼니(star company)일까. 그렇지 않다. 1990년대 해외 유명한 팝가수가 내한 공연을 하고 큰 돈을 받았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과세를 하지 못했다. 오늘은 월드컵의 두 경기, 축구와 세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린 꿈을 꾸는 사람들이야. 우리가 이뤄낼 거야, 우리의 꿈을 믿으니까(we are the dreamers
세금을 잘 내오던 선량한 사업가 A씨는 얼마 전 기소를 당했다. 검찰이 A씨에게 ‘탈세 혐의’를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A씨는 ‘탈세 혐의’를 벗어버렸다. 그런데 이번엔 과세관청이 ‘사실상 탈세’라고 우기면서 가산세율 40%를 적용했다. A씨는 구제기관에 항변했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착한 사마리안법’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의사분이 계시면 승무원실로 와주세요.” 닥터를 부르는(call) 긴급한 기내 방송이 승객에게 전달됐다. ‘의사 승객’의 도움으로
낙수효과든 분수효과든 모두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다. 기업의 세금을 깎아줬더니 투자는 하지 않은채 현금만 잔뜩 쟁여놓은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서 탈출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도正道’다. 재정 확장 정책을 통해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이내 악순환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재정의 시각에서 우리나라를 보면 실로 위태롭기 그지없다. 올해 나라빚은 1068조8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9.7%에 달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투입을 확대한 결과라고 하
어쩔 땐 주택이지만, 어쩔 땐 주택이 아닌 게 있다. 오피스텔이다. 욕조나 취침·난방시설이 있는 오피스텔은 세법상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건물’인 주택이지만, 주택법상으론 ‘준주택’에 해당한다.그저 ‘정의定義(definition)’만 오락가락한다면 넘어갈 수 있지만, 이게 세금의 정의正義(justice)에 영향을 미치니까 문제다. 1세대 1주택자가 돌연 1세대 2주택자가 될 수 있어서다. 이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세금 분쟁의 대부분은 ‘사실관계의 확정’과 ‘세법조문의 해석’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다. 납세자와 세무서가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으로 풀어야 마땅하다. 부동산 투기 문제를 부동산이 아닌 세금 등을 통해 강압적으로 제압하려 하면 반드시 부메랑을 맞는다. 2005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는 종합부동산세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종부세는 왜 위헌 논란에 휘말려 있는 걸까. 부동산 투기와 상관없는 1가구 1주택자까지 종부세 대상으로 삼는 건 마땅한 걸까. 이번엔 종부세 위헌 시비를 논해보자.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2005년부터 시행 중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과세기준일(매년 6월 1일) 현재 재산세 납세의무자가 소
물가가 오르면 근로자들의 명목소득이 줄어든다. 임금 인상으로 물가상승분을 보전받더라도 ‘세율 적용 구간’이 달라져 명목소득이 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세금고지서도 없이 월급쟁이 호주머니에서 소리 없이 정부가 가져간다”는 인플레이션 세(Inflation Tax). 가파르게 오른 물가 때문에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답은 미국·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소득세 물가연동제’에서 찾을 수 있다.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단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많은 이들이 그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꼽는다. 이는 새 정부에도 매서운 시사점을 던진다. ‘부동산 정책을 잘못 추진했다간 5년 후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거다. 그렇다면 부동산 세금 정책은 어떻게 짜고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필자는 프랑스 루이 14세 집권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장 밥티스트 콜베르의 철학을 곱씹어보면 어떨까 한다.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의식주衣食住 문제를 해결하는 건 역사 이래 정치·경제의 주된 목표였다. 의衣와 식食의 문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서 어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