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년 7월 15일. 기상이 너무 좋지 않았다. 풍랑이 전날보다 더 거셌고, 비바람까지 몰아쳤다. 그런데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은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곳곳에서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지만, 원균은 듣지 않았다. 남의 말을 듣지 않은 원균은 다음날 대패하고 만다. 불통이 부른 패전이었다. 늘 그렇듯 불통하는 리더는 그만큼의 대가를 치른다. 원균 함대의 이동 상황은 적의 척후병들에 의해 왜군 수뇌부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보고를 받은 원정군 대장 소조천수추와 부전수가는 동시에 무릎을 ‘탁’치며 기뻐했다.
4월 어느 날, 대형 서점의 한편. 출판사 창작과비평(창비)와 문학과지성사의 기념시인선이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두 출판사가 지금까지 편찬해온 시집이 각각 500호(창비), 600호(문학과지성사)를 맞은 것을 기념해 발간한 책이었다. 창비는 3월 27일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란 시선집을 펴냈다. 400번대의 창비 시집에서 시를 한편씩 골라 담았다. 문학과지성사는 4월 3일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를 펴냈다. 500번대 시집의 뒤표지에 담긴 글들을 모았다.이들의 시집은 한때 시대를 이끌어 나간 금자탑이었다. 문학과 지
한국전쟁은 남침이다. 이 의심할 수 없는 전제에 당시 프랑스 지식인들은 북침과 남침을 놓고 논쟁했다. 공산주의를 둘러싼 시각차 때문이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논쟁 때문에 프랑스는 타인의 견해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 분위기는 미국발 매카시즘의 광풍을 몰아냈다. 무언가 ‘다른 의견’이 틀어막히는 지금, 우리가 들춰봐야 할 지성의 역사다.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프랑스는 유엔의 결의에 따라 한국에 지원군을 파병하기로 했다. 다만, 대규모 군대를 편성하는 건 어려웠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프랑스는 해외 식민지들을 포기하지 않
# 한국 아이폰 이용자의 애플을 향한 ‘충성심’은 엄청납니다. 웬만하면 다른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주변기기를 애플 제품만 사용하는 이들도 숱합니다. 그 덕분인지 지난 몇년간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은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은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신제품 출시일은 매번 늦고,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비쌉니다. 애플이 왜 이러는 걸까요? 한편에서 흘러나오는 ‘애플의 한국 홀대론’은 사실일까요? 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아이폰 짝사랑과 홀대론’ 1편입니다.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은 삼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 브라질에선 가을인데도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그해 11월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기온은 각각 37.7도, 42.6도를 기록해 최고 기온을 경신했습니다. 특히 리우데자네이루의 체감온도는 18일 기준 59.7도에 달했습니다. 이러다 브라질의 가을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요? 걱정이 됩니다.이윤주·조창원 눙눙이 친구들nungnunge8@gmail.comhttp://instagram.com/nungnungehttp://www.nungnunge.com글 =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lhk@thescoo
영화 ‘파이트 클럽’은 척 팔라닉(Chuck Palahniuk)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다소 난해한 이 ‘컬트 무비’는 원작자 폴라닉이 독일 철학자 니체에게 심취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한결 이해하기 편하다. 그는 니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장황한 설명 없이 잠언箴言(교훈이 되는 짧은 말)처럼 던진다. 주제 역시 니체가 상정한 예언자 ‘자라투스트라(Zarathustra)’의 분위기를 풍긴다.영화 속 테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은 다중인격체인 주인공이 자신의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또다른 인격체이자 ‘선지자
SNS 앱 ‘인스타그램’의 국내 인기가 급상승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인스타그램은 월평균 실행 횟수 부문에서 149억3374만회를 기록해 ‘한국인이 자주 사용한 앱’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727억108만회를 기록한 ‘카카오톡’이다.이는 의미를 따져볼 만한 결과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인스타그램의 월평균 실행 횟수는 109억8954만회로 카카오톡·네이버·유튜브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그러다 그해 4분기에 137억373만회로 급증해 유튜브(136억4151만회)를 제치더니, 올해 1분
민심이 매섭게 회초리를 든 총선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선거 효과’는 사라져가는 모습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더니만, 22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과 출사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른바 ‘찐명(진짜 친이재명)’계가,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찐윤(진짜 친윤석열)’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국회의 주요 포스트가 계파색 짙은 강경파 인사로 채워지면 당내 갈등은 물론 여야 관계
# 우리는 視리즈 ‘베일 속 연금개혁회의’ 1편에서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 회의’의 의제와 대안이 누군지도 모르는 소수(36명)에 의해 정해졌다는 점을 짚었다. 국민연금 개혁의 선택지가 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조정하는 대안’ 두개뿐이었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꼬집어봤다. #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 회의’에 참석한 몇몇 전문가 패널은 현실적이지 않은 가정에 기댄 채 주장을 펄쳤다. 국민연금과 세금의 상관관계를 잘못 해석한 전문가도 있었다. 이번 연금개혁 공론화의 맹점을 더 짚어봤다. 視리즈 ‘베일 속
#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하면서 휘청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반짝 회복세를 기록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분기 흑자전환 소식이 알려지면서 25일 큰 폭(5.15%)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엔비디아의 주가에 따라 국내 반도체 관련주의 주가도 함께 출렁이고 있어서다.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한주간의 주식·채권·스몰캡 등의 동향을 정리했다.Point국내 주식시장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방향성을 찾지 못한 증시에 투자자별 거래실적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호접몽 1꽃의 여백은 죽은 나비들에 대한 추억으로 채워져 있고 죽은 나비들은 모두가 책이 되었다, 누가 그걸 펼쳐 읽을 것인가 늙은 개의 콧잔등에 앉은 저 산제비나비의 표정은 알 수가 없다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나비는 천천히 춤을 풀었다 그 안에는 신비하게도 파랑이 숨어 있다2향기의 침묵沈默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녔다 날개는 너무나 약해 바람을 잡을 수 없고, 꽃의 심지에 붙은 불을 끌 수도 없다 오늘도 부드러운 꽃의 음자리를 배열해주는 나비는 하나의 악기가 되었다 발끝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났다 나비의 감
「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김수목 지음 | 걷는사람 펴냄 김수목 시인의 신작 시집 「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는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어둠을 탐구하고 그 막막함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시인은 막막함을 부정하기보다는 이를 통한 자기 발견과 성찰의 경로로 활용한다. 그 과정에서 사랑과 자유를 추구하는 방랑자가 된다. 김수목은 교사, 여행자,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삶을 통해 얻은 깊이 있는 사색과 시적 표현을 이번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연차 촉진 펀치」루주아 등 다수 | 황금가지 펴냄황금가지에서 운영하는 소설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그보다 더 괜찮았다.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둬들였다.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2조4296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881억원) 대비 144.3%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 따지면 사상 최대치다. 영업이익은 2조88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걸 고려하면 놀라운 반전이다.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1분기에 기록한 영업이익(4조3673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금액이기도 하다. 조 단위 영업이익을 올린 것 역시 2022년 3분기(
■ 1안: 재정안정안 : 보험료율 현행 9%에서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 40% 유지.■ 2안: 소득보장안 : 보험료율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 현행 40%에서 50%로 인상.#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쪽으로 잡혀가고 있다. 지난 13ㆍ14일, 20ㆍ21일 총 4일에 걸쳐 열린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 회의’의 시민대표단 절반 이상이 이 방안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말 많고 탈 많던 국민연금의 개혁안이 드디어 확정된 걸까. 그렇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의 기대대로 기업들은 법인세를 인하해준 만큼 투자를 늘렸을까. 더스쿠프는 통권 587·588호에서 국내 시총 5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 ‘무형자산 투자금’의 추이를 분석해 ‘법인세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자 일부에선 ‘투자활동현금흐름의 증감’을 봐야 한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그래서 이번엔 이 항목을 들여다봤다. 결과는 어땠을까.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세수는 또 줄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행복의 기억. 하지만 청소년 상담을 하다 보면 “행복했던 기억이 없다”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행복을 떠올리려 할수록 나쁜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른다고 하소연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영화 ‘시네마천국’의 주인공 토토에게 행복한 기억을 남겨준 영사기사 ‘알프레도’ 같은 어른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청소년 상담에선 과거의 경험을 다룰 때가 많다. 우리가 과거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반대
이항복은 조선을 대표하는 천재 중 한명이다. 인물을 잘 알아보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 그도 인재를 잘못 천거한 예가 있다. 원균이다. 물론 더 큰 문제는 임금인 선조에게 있다. 그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순신의 직職을 빼앗고 원균에게 수군을 맡겼다. 이처럼 지도자에게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총선 참패 이후 대통령실 참모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권력자는 그 자리에 어떤 사람들을 앉힐까.이순신은 도체찰사 이원익과 구례에서 전쟁 가능성을 논의하고, 이원익이 요청한 경상우도의 해안지도를 그려 보내주기도
[틱톡 국제경제학]G2 틱톡 두고 ‘붉으락푸르락’ “미국 하원이 미국인 1억7000만명의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법안을 강행한 건 유감이다.” 글로벌 쇼트폼 플랫폼 틱톡의 운영사 중국 바이트댄스가 미 하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미 하원이 틱톡의 미국 사업 강제 매각을 골자로 삼은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 법안을 찬성 360표, 반대 58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 법안은 틱톡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270일 안에 미국 내 틱톡 서비스를 매각하도록 규정했다. 매각에 실패
4번째 반감기를 완료한 비트코인 가격이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 24일 비트코인 가격은 9428만6000원을 기록했다. 전일 9649만1000원보다 2.2% 떨어졌다. 반감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20일 9377만원에서 23일 9649만1000원으로 상승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25일 오전 9시께 9335만원을 기록하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해외 시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베스팅닷컴에
# G마켓ㆍ위메프ㆍ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는 ‘가짜제품(가품假品) 보상제’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품 여부’를 신고하면 확인 절차를 거쳐 보상해주는 게 보상제의 뼈대다. # 문제는 가품을 입증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기준이 높은 탓에 소비자가 적당한 보상을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視리즈 ‘가품 보상제의 민낯’ 두번째 편에선 G마켓ㆍ위메프ㆍ11번가 등의 가품 보상제를 진단했다.우리는 視리즈 가품보상제의 민낯 1편 ‘가품인지 아닌지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이상한 제도(통권 593호)’에서 이커머스업체 티몬이 내세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