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알렉산더 케이 지음, 방중서 옮김 | 허블 펴냄인기 애니메이션 ‘미래소년코난’의 원작 소설이 한국에 소개된다. SF 작가 알렉산더 케이의 소설로 수많은 서브컬처 작품에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수몰된 세계와 그곳에 생존한 코난과 라나의 이야기다. 소설과 애니메이션 사이에 서사적 차이가 있어 ‘미래소년코난’을 보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냉전, 세대 갈등까지 2022년과 별 다를 바 없는 소설 속 이야기로 우리의 미래를 만나보자.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이우성 지음 | 문학과지
환경과학자들은 우리에게 ‘더 적게 소유하며 살 것’을 촉구한다. 사람들의 소비 욕구가 기후변화와 삼림 파괴,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 등을 야기해 세계를 생태 위기로 몰고 있다며 “너무 많이 소비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우리에게 ‘더 많이 소비할 것’을 권한다. 소비가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심각한 경기 침체와 불황이 찾아올 거라 경고하며 그때마다 “나가서 소비하라”고 부추긴다. 지금 우리는 환경과 소비 사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소비 욕구를 줄이지 않으면 기후 재앙의 위기에 빠질 것이고, 소비를 현저히 줄이면 경제 침체의
「은찬이의 연주는 끝나지 않았습니다」이보연 지음 | 봄름 펴냄은찬이는 급성림프백혈병 환자였다. 은찬이를 살리기 위해선 고가의 ‘킴리아’라는 항암제가 필요했다. 이 책은 은찬이의 항암제 5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아울러 킴리아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어머니의 노력이 담겨있다. 안타깝게도 은찬이는 킴리아 치료를 시작한 첫날 세상을 떠났지만, 은찬이 어머니의 노력으로 같은 병을 앓는 다른 아이들은 킴리아 치료를 받게 됐다. 바이올린을 사랑한 은찬이와 아들을 사랑한 어머니의 기록이다.「소소하지만 매일 합니다」허유정 지음 | 뜻밖
많은 전문가가 2025년이면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 거라 전망한다. 65세 이상이 인구의 20%를 차지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가 ‘시니어’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니어 장르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변화는 더딘 편이다.많은 브랜드가 MZ세대의 성향과 취향을 분석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시니어 시장에는 소홀해 왔기 때문이다. 출생률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전세계의 고령화는 정해진 미래다. 젊은층에서 시니어로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할 거란 예상 또한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시장은 주 고객을
살다 보면 남을 조종하려 드는 이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습관적으로 타인의 외모나 행동을 평가하고, 매사 이해보단 선 넘는 충고를 즐겨한다. 무리한 요구를 해놓고 들어주지 않는다며 괜한 비난을 퍼붓거나, 자기 얘기만 끊임없이 늘어놓으며 관심이 집중되길 바란다. 이런 유해한 조종자들과 자주 엮이는 유형이 있다. 예민한 사람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타인의 상황에 깊이 공감하고 정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교활한 학대를 당할 때도 가해자보단 자신의 과민 반응을 탓하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향을 띤다.
최근 ‘루틴’ ‘리추얼’ 등 일상의 꾸준한 반복을 통해 삶에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MZ 세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이런 현상은 이제 남녀노소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하나의 라이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오랜 시간 글을 쓰는 작가나 창작자들에게 나만의 루틴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작은 습관 하나가 창작 욕구를 북돋워 주는 활력이 될 수 있어서다. 널리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처럼, 많은 창작자가 걷기·수영·요가·달리기 등을 습관화해 창작에 근력을 보태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 「리진」으로 한국의
우리 인간 종은 동료 생물들과 다르게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자연계를 약탈하고 망치는 종이면서 치유자가 될 수도 있어서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인류는 무한한 경제 성장을 위해 효율성에 집착했고 정치와 경제의 기능은 자연을 재산으로 관리하는 것에 집중했다. 효율성은 시간을 조직하는 최적 표준이 됐고, 이에 따라 인류는 사회적 풍요 향상이라는 목표하에 천연자원의 수탈과 상품화, 소비를 최적화하기 위한 끊임없는 탐구에 몰입했다. 하지만 자연을 자본으로만 생각한 인류는 지금 자연 생태계의 파괴에 따른 부메랑을 맞고 있다. 바이러스의
밀란 쿤데라는 소련의 프라하 침공 전후를 배경으로 한 영화 ‘프라하의 봄’의 원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으로 ‘프라하의 봄(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자유화운동)’이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던 쿤데라는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등 수모를 겪은 후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해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신간 「납치된 서유럽-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은 밀란 쿤데라의 사상적 원점을 보여주는 에세이 모음이다. 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최근 SPC 제빵공장과 농심 식품공장에서 끼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모두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 희생된 사고인 만큼 노동조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와 함께 과로사, 임금체납, 부당해고, 부당전직, 착취 등 불합리한 노동문제 또한 개선해야 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현실을 파고들며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는 ‘노동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기 전엔 문학이 이같은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산업화 시절
우리나라는 여느 선진국보다도 훨씬 빠른 추세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의료 정책에 관심과 우려가 쏠리는 건 당연하다. 아직은 겨우겨우 돌아가고 있지만, 지금의 장년층이 의료 서비스 주요 이용 계층인 ‘노인’이 될 때쯤엔 인구구조 자체가 지금과는 판이해질 게 자명해서다. 생산가능인구보다 노령인구가 더 많아지는 역삼각형 구조가 자리 잡으면, 현재와 같은 의료 서비스 이용으론 어려울 거란 우려가 전반적이다.「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는 약사 출신 작가가 쓴 ‘한국 의료 정책 분석서’다. 간호사 태움(선배를
‘차려 먹긴 귀찮고, 나가긴 더 귀찮고…. 어느새 손가락은 배달앱을 스크롤하고 있다.’ ‘안읽씹(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거나 수십개 쌓인 단톡방 메시지에 지친 적이 있다.’ ‘틈만 나면 인스타그램을 열고 좋아요가 얼마나 늘었나 확인한다.’ ‘집에 있는 물건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려 되판 경험이 있다.’ ‘만성적 불안을 이유로 종종 사주 유튜브를 찾아본다.’ 많은 이가 공감할 ‘요즘 청년들의 모습’ 중 일부다. 칼럼니스트 도우리는 그의 저서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에서 이런 삶을 ‘중독’이라고 표현
부부는 농사를 짓기 위해 온갖 대출과 자산, 육체노동을 쏟아부었다. 땅을 갈아 경작토를 만들고, 제초제를 뿌리고, 써레질하고, 혼합씨앗을 뿌렸다. 이듬해엔 씨앗들이 싹트도록 비료를 줬다. 그렇게 매해 반복했지만 농사를 지을수록 재정 상태는 악화했고 땅도 자연도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변질해 갔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부부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자연이 이끌어가도록 그냥 놔두자.” 일찍이 이런 실험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기에 부부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야생 쪽으로」는 사유지 ‘넵
테슬라는 전통적인 마케팅에 돈 한 푼 들이지 않으면서 홍보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그들의 스토리는 광고도 없이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더 빨리 퍼져나간다. 작위적인 고객 마케팅을 위한 판매 목적을 말하기보다 끊임없이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브랜드 스토리를 꾸준히 예찬함으로써 열광적인 지지자들과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도 테슬라를 알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테슬라의 브랜드 예찬은 테슬라 차주들이 테슬라에 유대감을 느끼고, 알아서 그들의 제품을 홍보하는 하나의 ‘인플루언서 부대’를 형성하게끔 유도한다. 차주들 스스
중요한 회의 때문에 준비한 흰색 셔츠, 첫 면접 때 입었던 정장, 소개팅을 위해 산 원피스, 집에서 입는 늘어진 티셔츠…. 한 사람의 옷장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성격, 취향, 행동 양식, 일 등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드러난다. 옷장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통해 그 사람의 삶을 추론할 수 있다는 얘기다.신간 「옷의 말들」은 한 개인의 역사와 시대 흐름을 보여주는 옷에 관한 이야기다. 영국 ‘보그’ 잡지의 최장기 편집장으로서 시대를 이끌었던 알렉산드라 슐먼이 화려함 그 이면의 솔직한 삶과 옷에 대한 철학을 풀어놓는다. 방 한구석에 놓
역사상 인류를 가장 괴롭혀 온 두가지. 바로 전쟁과 질병이다. 여전히 세상에는 전쟁의 역사, 질병의 역사가 쓰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지켜봐야 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췄던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전 세계가 고심하고 있다. 인류사를 위협해 온 전쟁과 질병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는 의약품이다. 의약품은 때론 전쟁의 선봉에 서기도 하고 때론 다친 병사들을 위해 이용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난 수백 년간 전쟁, 질병, 약은 서로 맞물린 채 역사를 이끌어 왔다. 신간 「전쟁과 약, 기나긴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은 우리의 과거에 속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합니다.” 얼마 전 서거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4월 윈저궁에서 한 대국민 연설의 일부다. 국가 대응력이 취약해진 상태였던 시기에 여왕의 연설은 정부의 그 어떤 연설보다 강렬한 통합의 힘을 발휘했다. 이 연설에서 96세(당시)의 군주는 포용적 언어로 종교인과 비종교인, 필수노동자와 재택근로자 등 모두를 끌어안았다. 여왕의 연설은 여성의 목소리, 우리 삶의 대부분을 함께해온 군주의 목소리, 세상이 거꾸로 뒤집
‘좋아요(Like)’를 누르는 데서부터 구매가 시작된다는 ‘라이크 커머스(like commerce)’가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가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광고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보다는 인플루언서나 취향을 공유하는 친구들의 추천에 더 영향을 받는다. 커뮤니티가 돈이 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커뮤니티 시대에 고객의 마음을 여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당연히 ‘진심 어린 소통’이다. 신뢰 기반의 커뮤니티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충분한 경제적 효율
1970년대 초중반만 해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일제 강점기 동안 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지닌’ 이른바 민족지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1950년대부터 본격화한 두 신문을 향한 이런 평가는 1970년대 중고등 국사 교과서에 실리며 다수 국민이 사실로 믿게 되는 단계를 거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그 인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거짓과 배신의 역사’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여러 단체의 목소리가 들려 오고 있다. 반일과 친일은 왜 이처럼 극단적으로 엇갈린 걸까. 오랜 시간 한국 언론의 역사를 연구해 온 언론학
“수고했어 오늘도.”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노래 구절이다. 신간 「소소한 모험을 계속하자」는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싱어송라이팅 듀오 ‘옥상달빛’의 김윤주, 박세진이 서로를 향해 주고받은 편지를 담고 있다. 친구가 된 지 15년, 동료가 된 지 13년인 두 사람은 거리 버스킹부터 수많은 콘서트와 음반 작업, 라디오 방송까지 함께 진행하며 누구보다 가까이 지내왔다. “늘 함께하는 동료이자 친구지만 문장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내보이는 건 처음이에요.” 그래선지 책에 담긴 이야기와 생각들은 진솔함으로 오롯이 차 있다. 두 사람은 “‘옥
만사가 맘에 안 드는 듯 언짢아 보이는 한 여성이 뉴욕 거리를 걷는다. “타임스퀘어 시멘트 바닥을 다시 까는 데 4000만 달러가 든다니!” “지하철역 예술작품 설치 공사가 5개월이나 걸린다고? 예술품들이 지하철 타는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준다 생각하는 건가?” “이 도시에서 스마트폰 안 보며 앞을 보고 걷는 이는 나 하나뿐이야.”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다큐 시리즈 ‘도시인처럼’에서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인 프랜 리보위츠는 뉴욕이란 대도시의 일상과 문화를 향해 끊임없이 불만을 드러낸다. 프랜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