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생각하는 책은 무엇인가. 대부분 ‘신국판新菊版’ 사이즈(가로 152㎜×세로 225㎜)로 만들어진 문학지 혹은 교양서적을 떠올릴 거다. 그럼 여기 늘어놓은 책은 어떤가. 시집은 담뱃갑 모양이고, 좁은 띠 자체가 책이다. 심지어 ‘편집자’가 ‘편집’에 의문을 던지는 잡지도 있다. # 출판업계에선 이런 책들을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난 독립출판물이라고 말한다. 전통적 관점을 벗어난 책은 사실 이뿐만이 아니다. 웹진의 형태를 띤 출판물, SNS를 통한 소통의 기록들, 웹에서 연재하는 소설 등 출판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 책은
「장미의 문화사」사이먼 몰리 지음|안그라픽스 펴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장미 인문학’이다. 미술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를 지식의 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장미가 단순한 식물이 아닌 인류에게 예술적, 종교적 영감을 제공한 문화적 아이콘”이라고 강조한다. 문화, 회화, 종교, 정신분석학, 철학 등 모든 분야에서 장미와 관련한 이야기를 펼쳐 낸다. 장미가 인류사에 남긴 놀라운 역사를 알 수 있다. 「창조적 시선」김정운 지음|아르테 펴냄 “창조적 인간이 돼야 한다”고 흔히 말하지만 ‘창조’라는 개념이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하재영 지음|잠비 펴냄 2018년 출간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이 개정증보판으로 발행됐다. 이 책은 ‘오로지 나 자신’밖에 모르던 저자가 강아지 피피를 맡으면서 시작한다. 피피와 함께 살기 위해 ‘개’의 모든 걸 배우기 시작한 그는 ‘버려진 개에 대해’ ‘고통받는 존재에 대해’ 눈을 뜬다.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개농장, 도살장을 다니며 번식업자, 육견업자, 동물보호소 운영자 등을 직접 만났다. 개를 향한 애정과 관심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로 확산한다. 「이주하는 인류」샘 밀러
“광고만 하면 되냐? 솔직히 눈에 띄어? 사람들은 관심 없다고!”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20년 전 펴낸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Purple Cow)」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웬만해선 눈에 띌 수 없을 만큼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가 많아진 시대다. 이젠 엄청난 비용을 투입한 광고 공세가 아니라 ‘리마커블(remarkable)’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2003년 출간해 누적 판매 300만부를 기록하며 비즈니스 명저로 불려온 「보랏빛 소가 온다」가 2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재출간됐다. 이 책은 혁
「생물다양성 경영」최남수 지음|새빛 펴냄‘생물다양성’이란 동물‧식물 등 생명체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자리 잡고 있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생물다양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분별한 개발, 벌채와 남획 등으로 자연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금 ESG 경영의 핵심으로 떠오른 기후변화에 이어 생물다양성 문제가 다음 이슈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 책은 기업들이 생물다양성 문제를 어떻게 경영에 반영할 수 있을지 소개한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최현숙 지음|문학동네 펴냄 ‘구술생애사’. 동시대를 사는 타인의 이야
많은 이들이 노동소득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불안해한다. 가만히 있으면 남들에게 뒤처질까 봐, ‘벼락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부동산이나 재테크에 열을 올린다. 각자도생에 나선 사람들은 “로또밖에 답이 없다”며 월급만으론 이 나라에서 먹고살기 힘들다고 한탄한다. 순자산 10억원이 목표인 사회, 명품가방 두세개와 외제차 정도는 타야 중산층이라 얘기할 수 있는 사회, 돈이나 돈으로 환산 가능한 가치가 중요한 사회…. 우린 지금 수치로 자산을 점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들과 자신이 가진 숫자를 비교
「저 바다에 고래가 있어」다지마 유코 지음|북트리거 펴냄 일본 해안가엔 하루가 멀다 하고 고래가 떠밀려온다. 연간 300여건에 달할 정도다. 그렇게 떠밀려온 고래 중 대부분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다. 저자는 고래 등 해양 포유류의 사체를 부검해 사인을 밝히고, 박물관 표본으로 보존하는 일을 해왔다. 이 책은 그의 일상을 통해 해양 포유류 사체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밝힌다. 고래를 동경했던 이들에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심해의 비밀을 알려준다.「라 프론테라」김희순 지음|앨피 펴냄미국과 멕시코는 3100㎞에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서 열린 미래투자 포럼에서 아랍의 한 젊은 왕자가 무대에 올라 초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5000억 달러 규모의 ‘네옴(NEOM) 시티’ 건설 계획이었다. 홍해 인근 사막에 들어설 이 도시는 기후를 제어할 AI 기술과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 시스템, 주민 숫자보다 많은 로봇을 갖춘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도시라고 그는 설명했다. 야심 차게 계획을 밝힌 이는 베일에 싸여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였다. 당시 32세였던 그는 사우디뿐만 아니라 나아가 중동 전체를 재조직하
「일상의 발명」미셸 드 세르토 지음|문학동네 펴냄 삶은 일상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과 낯선 환경을 맞닥뜨려도 다양한 각자의 방식으로 헤쳐 나간다. 때로는 각자가 가진 것으로 무언가를 꾸며내거나 새로운 것을 조작해내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를 ‘대중의 전술’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대중이 어떤 방식으로 저항하는지 흥미롭게 설명한다. 「기후 책」그레타 툰베리 지음|김영사 펴냄 어떤 수식어도 달리지 않은 이 책은 ‘기후 책’ 그 자체다
정보 및 센서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의 시선을 정밀히 추적하는 게 가능해지고 있다. 가전, IT, 미디어 회사 등이 모바일이나 컴퓨터상에서 시선 추적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임으로써 이제 우리는 카메라가 달린 모든 기기와 환경에서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누군가에게 읽힐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번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고 있다. 셀카를 찍을 때, 누군가 사진을 찍어줄 때, 웹툰을 보거나 물건을 주문할 때, 혹은 운전할 때 우리의 얼굴과 눈동자는 디지털 기기에 인식된다.
「얼굴 없는 중개자들」하비에르 블라스‧잭 파시 지음|알키 펴냄 2000~2011년 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 3곳의 순이익은 총 763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기업 애플이나 코카콜라의 누적 이익을 뛰어넘는 액수다. 이 책은 원자재 중개 업체와 중개자들의 세계를 다뤘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석유와 석탄을 거래해 큰돈을 벌고, 독재와 아동 착취로 만들어낸 면화와 원두를 거래하는 이들의 실상을 밝힌다. 우리 삶을 진짜로 조종하는 ‘얼굴 없는 이들’의 이야기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박상영 지음|인플루엔셜 펴냄 전작 소설
여성의 사회적 권익은 점차 진일보하고 있다. 20세기 말과 비교해 볼 때 여성은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있으며 더 오랜 경력을 유지하게 됐다. 고위직 여성의 비율도 예전 대비 높아졌다. 그런데 과거보다 훨씬 능력과 자질을 갖췄음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을 호소한다. 출산 여성을 위한 육아 휴직은 여성이 일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휴직에 따른 잠재적·부정적 효과 또한 존재한다. 육아 휴직 이후 벌어지기 시작한 여성과 남성 사이의 경력상 간극이 결국엔 임금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출산휴가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주디스 버틀러 지음|창비 펴냄소수자 차별과 폭력을 비판해온 철학자 주디 버틀러가 이번엔 ‘현상학’의 관점에서 세계를 진단한다. 코로나19는 개발도상국‧유색인종‧저소득층 등 취약집단을 가장 먼저 공격했다. 그 과정에서 자본과 권력의 민낯이 드러났다. 저자는 “세계의 불공정성과 정치권력의 폭력성이 팬데믹을 통해 가시화했다”고 꼬집는다. 팬데믹이 촉발한 비극을 되짚어 봄으로써 우리가 나아가야 할 세계상을 모색한다. 「식물적 낙관」김금희 지음|문학동네 펴냄 버지니아 울프, 헤르만 헤세 등 대문호들은 ‘식물’이라
대부분의 리더는 완수해야 할 일을 최우선순위에 둔다. 그들의 공통된 역할은 조직원과 함께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다만 리더마다 방식에 차이가 있다.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리더 한명을 떠올려보자. 상사, 동료, 선생님, 코치 등 함께 일한 누구라도 좋다. 그리고 자신에게 질문해보자. “그 사람과 일하는 건 어떤가요?”규정과 제약을 앞세워 통제하려는 리더가 있는가 하면 조직원의 잠재력을 믿고 기회를 주려는 리더도 있을 것이다. 리더에 따라 함께한 경험의 시간은 다르게 기억된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어떤 리더가 나에게 신바
「색갈피」김규리‧김보민‧노이주‧박소영‧온서연‧전현지 지음|#무드 펴냄최근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퍼스널 컬러’ 찾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그렇다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퍼스널 타임’도 있을까. 이 책의 저자들은 ‘내가 나다워질 수 있는 시간’을 찾아가는 여정을 각자의 ‘픽션 에세이’로 풀어냈다.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가는 현대인을 위한 일종의 ‘컬러 테라피 에세이’다. 문창과‧극작가 학생 6명이 집필부터 출판‧유통‧마케팅까지 직접해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 「진짜 돈 되는 시장」수전 윌너 골든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세계에서
결혼 자금, 내 집 마련, 자녀 교육, 노후 준비…. 우린 일생 돈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기 어렵다. 많은 이가 ‘돈 나갈 데는 많은데 들어올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혹여 목돈이라도 필요할라치면 그간 돈을 모아두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다.사람들은 돈을 모으려면 수입을 늘리거나, 자산 운용을 해서 수익을 높이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다 그리 되는 것도 아니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같은 자산 운용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린 가장 현실적이며 안정적인 방법으로 ‘지출 줄이기’를 꼽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엘라 F. 워싱턴 지음|갈매나무 펴냄 다양성, 형평, 포용을 의미하는 ‘DEI(Diversity‧Equity‧Inclusion)’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키워드다. 구글부터 메타,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DEI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한국 역시 ESG 경영 붐이 일면서 여러 기업들이 DEI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보여주기 식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인력이 평등하게 일하기 좋은 포용적인 기업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식량위기, 이미 시작
SF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블레이드 러너(1982년)’의 배경은 다가올 미래 세계인 2019년이다. 영화 속에는 초고층 빌딩 사이를 나는 비행자동차와 안드로이드(복제인간)가 등장한다. 1980년대 초인 당시만 해도 많은 이들이 불가능한 모습이라 생각했다.2013년에 만들어진 영화 ‘그녀(Her)’의 설정 배경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개인화된 2025년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진다. 지금이라면 AI와의 대화가 그리 낯설지 않겠지만, 10년 전 영화란 걸 감안하면 놀랍게 적중한 미래세계가 아닐 수 없다.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제임스 길리건 지음|교양인 펴냄 “보수가 집권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더 많이 죽는다.”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다. 수십년간 폭력 문제를 연구해온 저자는 정치와 죽음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를 살핀 그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공화당이 집권할 때마다 온 나라가 살인과 자살로 고통받았다는 거다. ‘보수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은 왜 불평등과 폭력을 키우는 정책을 추구하는지’ ‘사람들은 왜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지’ 등의 질문에 답한다. 「더티
우리 주변엔 분노나 화를 못 이겨 싸움과 갈등으로 번지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이처럼 감정 조절을 못 하고 감정에 압도되면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인식에 제한이 생겨 올바른 판단이 어렵고, 편협하거나 당위적 사고를 하게 된다. 쓸모없는 에너지 소모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없다.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감정이 사그라들면 감정이 조절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나고 못마땅한 감정은 또 다른 이유로 반복된다. 근본 문제를 알아채지 못해서다.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선 자기감정의 근원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감정이란 게 참으로 오묘해 때론 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