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변에 착한 사람을 보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칭찬하곤 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촘촘한 법망이 우리의 일상을 규제하는 시대에 정말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얼마든지 법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현실을 살고 있다. 문제는 사법시스템의 지나친 남용으로 ‘피해자가 되는 피의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평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을 들어왔던 직장인 K씨는 올해 초 직장동료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두 사람은 회사에 처음 만나 서로 호감을 느끼고 차츰 사귀어 가는 사이였다.
#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줄 알았던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은 이제 시대적 사명이 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의 생존전략으로 ESG 경영을 선택하면서다. 이 말은 앞으로 세계 경제 곳곳에 ESG 경영이 깊숙이 침투할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 유럽에선 이미 ESG 경영을 법제화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유럽연합(EU)은 기업이 그들의 공급망에서 ESG 경영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의무적으로 실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제 기업은 상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요인은 없는지, 인권을 침해하는
# 여기 플라스틱 박스를 제조하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십수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 덕분인지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던 어느날, 이 회사의 투자자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공정위가 이 회사의 ‘플라스틱 박스’ 가격 담합 행위를 적발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거였다. # 그러자 회사의 일부 투자자가 ‘내가 투자한 기업에 심각한 손실을 끼쳤다’며 기업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기업 이사에겐 회사의 경영 상황을 감시·감독할 의무가 있는
최근 횡령과 함께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부정不正’이 있다. 다름 아닌 표절이다. 오랜 시간 사랑받은 뮤지션, 인기 드라마의 작가, 지상파 방송사에 전직 장관, 대통령 부인까지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문제는 표절 논란이 제아무리 시끌벅적한 논란을 불러일으켜도 공허한 논쟁만 남긴 채 흐지부지되기 일쑤란 점이다. 원인은 무엇일까.온나라가 표절로 시끄럽다. 유명 가수 겸 작곡가부터 전직 장관까지 ‘표절 인사’의 면면도 화려하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시류에 가세한 뜻밖의 인물도 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다. 김 여
극장가의 박스오피스 순위, 음원사이트의 ‘톱백(Top100)’ 순위보다 더 흥미진진한 순위가 등장했다. 국내 기업들의 ‘횡령 랭킹’이다. 올 초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연일 터지고 있는 횡령 사건에 누가 가장 많이 회삿돈을 빼돌렸는지 줄을 세워보는 ‘웃픈’ 상황이 벌어진 거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횡령범죄의 재발을 막는 것이다. 기업들이 레드 플래그(red flag)와 횡령 방지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올 초부터 터져나온 각종 횡령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단면을 보여줬다. 직장인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천하제일
2020년 2월 국내 재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삼성그룹이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한 ‘준법감시위원회’를 공식 출범한 거다. 준법위는 그룹 내부의 통제시스템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 다양한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 그중에서도 그룹 총수인 회장을 얼마나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다. 총수의 워치독(watchdogs)이 되느냐 스피커(speaker)가 되느냐에 준법위의 성패가 달려있다.기업의 회장은 누가 감시할까. 이 질문에 선뜻 답을 하기란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각 기업의 이사회가 회장을 감시하
2002년 미국 타임(TIME)지가 발표한 ‘올해의 인물(Persons of the Year)’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비리를 사회에 폭로한 세 사람의 내부고발자였다. 이들은 타임지를 통해 ‘정의의 상징’으로 등극했지만, 정작 각자가 속한 조직 내에선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그만큼 내부고발자에게 의인義人이란 칭송은 순간의 환호에 불과하다. 내부고발자의 보호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올초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을 신호탄으로 기업의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들어선 KB저축은행에 이어 농협, 새마을금고까지 한달간 총 네건의
지난 5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임명 동의안이 통과됐다. 후보 지명 후 47일 만에 총리 인준안이 가결됐다. 야당이 공직과 로펌을 오간 한 총리의 ‘회전문’ 행보를 결격 사유로 삼아 ‘임명 불가론’을 고수했던 탓이다. 중요한 건 이를 정치적 논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점이다. 회전문 인사는 공직사회의 투명성은 물론 국가의 중대한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덕수 국무총리의 임명 문제가 5월 20일 일단락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총리 인준안이 가결되면서다. 여정은 험난했다. 청문회
지금 대한민국은 ‘작은 목소리’의 시대를 맞고 있다. 다양한 창구를 통해 사람들이 제 목소리와 소신을 밝히기 시작했고, 이를 마주한 세상도 아주 조금씩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5월 10일 돛을 올린 윤석열 정부는 작은 목소리를 세심하게 담아낼 수 있는 ‘큰 그릇’이 될 수 있을까. 더스쿠프가 ‘작은 목소리의 시대’를 새롭게 조명해봤다. # 사례-달라진 주총= “소액주주의 반란이 시작됐다.” 올해 기업들의 주주총회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기업들이 소액주주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건 가장 큰 변화다. 지난 3월 31일 열린 KT 주
미국공인부정조사인협회(ACFE)는 최근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골자는 부패, 허위 보고, 횡령 등 3가지 유형의 부정不正 중 횡령 범죄의 발생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올 3월 LG유플러스까지 기업들의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횡령 등의 부정을 방지하고, 줄여나갈 수 있을까.2916억원.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들의 총 피해 규모다. 최근 4개월간 내부 직원의 횡령 소식이 전해진 회
전세계적으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 열풍이 불면서 비재무적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회계 등 재무적 정보는 되레 뒷전으로 밀린 것 같다. 하지만 재무 정보는 기업의 경영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다. 이 안에 들어있는 숫자에 기업의 명운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숫자가 기업의 진실을 담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이 분식회계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다. 재고자산 관리, 의약품 판권매각, 해외 유통사와의 거래 등에서 셀트리온이 실제 매출·정산과 다르게
세계 5위의 치과용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임플란트에서 2215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벌어졌다. 이 회사 연간 영업이익의 2배에 달하는 회삿돈을 빼돌린 건 단 한명의 직원이었다. ‘피플 리스크’를 막지 못했다는 건데, 간단히 여길 문제가 아니다. 피플 리스크는 233년 된 명문은행도 한순간에 무너뜨릴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이다.희망과 기대를 품은 2022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올해 첫 주식시장이 열리던 지난 3일,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가 띄운 ‘대규모 횡령사고 공시’는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회사의 재무팀장 이모씨가 회사
우리나라 100대 기업에서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2011년 0.95%였던 임원 승진 확률은 올해 0.76%로 더 낮아졌다. 그만큼 임원의 문턱이 높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임원에 오른다고 꽃길이 펼쳐지는 건 아니다. 직위에 따른 법적 의무와 책임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어서다. 이사진의 감시의무를 확대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법부의 판결도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연말을 앞두고 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임원 승진 발표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는 직장인들이 많을 거다. 그런데 2030세대에서는
‘취업제한’ 대상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소 직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미등기ㆍ비상근ㆍ무보수이기 때문에 취업이 아니다”라면서 변명을 늘어놨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취업 승인을 받으면 정상적으로 경영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 부회장과 법무부는 이 절차를 몰랐을까. 그가 돌아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특혜라는 논란이 있지만 법에서 정한 요건은 충족한 것으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갖고 있다(남양유업 4월 발표).” 백신의 효능마저 논란이 되는 마당에 유산균 음료가 코로나를 예방한다는 발표는 누가 봐도 이상했다. 결국 이 발표는 파문을 일으켰고, 남양유업은 주인이 바뀌는 격변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지점엔 몇가지 의문이 있다. “시장에서 57년을 살아남은 회사가 어떻게 이런 내용을 발표했을까.” “회사에 목소리를 내는 직원이 없었을까.”1970년대만 해도 우유는 귀한 음식이었다. 어느 정도 사는 집이 아니면 매일 아침 배달된 우유를 마시는 건 꿈도 꾸기 어려웠다. 19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넷제로 특별보고서의 함의SK이노베이션이 20일 자사 홈페이지에 ‘넷제로(Net Zeroㆍ탄소배출 0) 특별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7월 1일 열린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선언한 ‘탄소 순배출량 0’의 의지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은 보고서다.이를 두고 김준(60)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넷제로 특별보고서 발간은 ‘2050년 이전에 넷제로를 달성하기로 한 약속을 구체화해서 공표한 것”이라면서 “강력한 실천을 통해 친환경 시대를 선도함으로써 ESG 경영을 완성해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의미를
공공이나 민간영역에서 부패 리스크를 가늠하기 위해 ISO 37001 인증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부패방지법이 강화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래선지 일부에선 ISO 37001을 마치 부패를 방지하는 만병통치약쯤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ISO 37001의 진짜 의미는 “우린 부패행위를 예방하고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알리는 데 있다.ISO 37001은 기업의 부패 발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국제 표준이다. 기업은 ISO 3700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37001이 국제적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ISO 37001을 둘러싸고 ‘새로울 게 없다’는 비판도 많다. 수많은 국제 표준에서 확립한 프로그램 프레임워크를 반영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ISO 37001엔 특별한 게 하나 있다. PDCA 사이클을 접목했다는 건데, 이는 ISO 37001이 ‘지침’을 넘어 ‘행동강령’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PDCA 사이클’이라는 게 있다. 1950년 미국 통계학자 에드워드 데밍(Edward Deming)이 개발한 툴이다. 그의 이름을
2016년. 부패방지 역사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두가지 일이 일어났다. 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거였다. 둘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37001을 제정한 것이다. 이듬해 11월 국가기술표준원은 ISO 37001을 한국 산업표준(KS)으로 제정했다. ISO 37001이 우리나라에서도 통용되는 사회규범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ISO 37001은 대체 뭐기에 ‘역사적 이정표’란 말까지 듣는 걸까. 2020년 10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해외에서 발생한 뇌물사건을 해결하기
# “ESG 경영의 돛 올렸다” “ESG 경영에 10조원 쏟아붓겠다” “ESG 경영에 전력을 다하겠다”…. 국내 기업들의 신경이 온통 ESG에 집중되고 있다. # ESG는 환경(Environmental)ㆍ사회적 책임(Social)ㆍ지배구조(Governance)를 줄인 말이다. ESG 경영은 한마디로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경영을 하겠다는 뜻이다. 거창한 목표 같지만 모두를 아우르는 핵심은 간단하다. 법과 사회규범을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ESG 경영의 핵심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ㆍ준법경영)’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