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공강 시간은 강의와 강의 사이 비어 있는 시간으로,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41%의 대학생은 하루 평균 1~2시간, 30.8%의 대학생은 2~3시간의 공강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대학생이 공강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해보고자 하지만, PC방이나 오락실을 방문하거나 친구와의 수다로 허비되는 경우가 많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어중간하게 비는 시간이기에 무언가를 마음잡고 하기 어려워 낭비되기 쉽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은 지난 3월부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 중인 윤종환 씨가 고등교육혁신원의 지원을 받아 기획한 프로그램 “공강혁신”이다. 공강혁신은 무의미하게 휘발되기 쉬운 대학생들의 공강 시간을 뜻 깊게 만들어주기 위해 매달 1회 문학 명사를 연세대학교로 초청하여 진행하는 특강이다.

​뉴스페이퍼는 윤종환 씨와 만나 “공강혁신”의 개요와 목적, 프로그램을 통해 기대하는 바를 들어보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게 느껴지는 공강 시간에 문학 작가와 만나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공강혁신 기획자 윤종환 씨. 사진 = 육준수 기자
공강혁신 기획자 윤종환 씨. 사진 = 육준수 기자

고등교육혁신원은 ‘사회혁신’을 주제로 한 연세대학교 내부 기관으로, 현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생들의 프로그램을 기획을 지원한다. 윤종환 씨가 고등교육혁신원의 지원을 받아 ‘공강혁신’을 기획한 것은 학생들 개개인이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 속에는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녹아있으며, 이들의 시선은 대개 사회의 약자를 향하고 있다. 윤종환 씨는 작가의 시선을 알고 접하는 것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혁신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학작품을 이해하거나, 예술작품의 예술성을 논하기 위해서 작가님들을 초청하는 게 아닌 거죠.” 윤종환 씨는 작가의 시선을 공유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기르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의 가치관을 만듦으로써 사회 전체가 변화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윤종환 씨는 “작가 분들의 작품을 같이 읽으면서 연세대 구성원들이 서로를, 더 나아가 이웃 대학생, 사회의 모두를 잘 이해하길 바란다.”며 참여자들의 일상을 환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공강혁신이 진행되는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사진 = 육준수 기자
공강혁신이 진행되는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사진 = 육준수 기자

공강혁신은 약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다. 연세대학교의 학생은 물론 일반인까지 사전신청을 통해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다. 본 기자 역시 공강혁신에서 진행한 3월 프로그램 김이듬 시인 초청 특강과 4월 프로그램 김현 시인 초청 특강에 참여해보았다. 특강에서 김이듬, 김현 시인은 타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김이듬 시인은 자신이 시를 쓰는 이유는 변방에 위치한 소외된 존재에 주목하기 위함이라며 자신은 “타인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시를 쓴다.”고 이야기했다. 본인 스스로가 중심에서 떠밀린 존재, 변방의 존재라고 생각해왔다는 김이듬 시인은 시를 쓰다 보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타자의 행동과 생각, 마음 등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나’ 바깥을 사유하는 게 필요합니다.” 나에 대한 생각만 하면 분노와 슬픔, 증오만으로 내면이 가득하게 된다고 김이듬 시인은 이야기했다. 나 자신만이 중요해지면 남을 대하는 태도는 그만큼 가벼워진다. 과거 버지니아 주에서는 한 남성이 자신의 정원에 침입한 늙은 흑인 여성을 총으로 쏴 죽인 일이 발생했다. 나의 바깥을 사유하여 상대의 입장을 헤아렸더라면 적어도 누군가를 무참히 죽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현 시인은 타인과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현 시인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중족발 현장잡지나 용산 참사에 대해 투쟁하는 작가 공동체, 이명박 4대강 반대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때 투쟁의 현장에서 타자들의 모습을 보아온 김현 시인은 당시의 경험이 무척이나 의미 깊었으며, 그 자체가 문학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투쟁의 공간에서는 뭘 읽는 다 문학적인 것”이 되는 경험을 했으며, 이를 통해 살아가는 태도 자체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현 시인은 타자와의 연대는 타인을 더욱 잘 알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공강혁신에서는 이같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계관을 확장시킬 수 있는 시간이 펼쳐졌다. 공강혁신에 참여한 학생들은 눈을 빛내며 작가의 말에 집중했으며, 수업 시간이 되어 조용히 강의실을 나가야 하는 일부 학생들은 아쉬움을 지우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공강시간을 뜻 깊게 사용하려다 도리어 수업 시간을 일부 포기했다는 한 학생은 ‘이 이야기는 지금 꼭 들어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자와 나의 관계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다음 번 공강혁신에도 꼭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일반인 참가자 A씨는 “대학생들만 참여할 것 같아 안 오려 했는데 평소에 김이듬 시인을 정말 좋아해서 와봤다.”며 “무거운 이야기들을 작가의 일화를 통해 들으니 잘 다가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윤종환 씨. 사진 = 육준수 기자
윤종환 씨. 사진 = 육준수 기자

공강혁신은 앞으로 월1회 소설가나 시인을 모셔 작품을 낭독하고 작가들이 가진 사회나 타자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019년 12월까지 진행되려 하는 공강혁신이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물론 그밖에 참가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세계관을 넓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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