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달진문학제 발표중인 이산하 시인 뉴스페이퍼 이민우 촬영
사진= 김달진문학제 발표중인 이산하 시인 뉴스페이퍼 이민우 촬영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원더풀 라이프’에서는 죽은 사람들이 3일 동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천국으로 가져갈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단 하나의 기억을 고른다. 영화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도 사람들은 흔히 죽음이 눈앞에 닥치면 찰나의 순간 동안 지난날의 삶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말한다. 인간의 이토록 간절한 삶을 향한 애착은, 자신의 삶을 다채롭고 풍요로운 한 편의 드라마로 만들어주었던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 4.3 사건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서사시 ‘한라산’의 이산하 시인이 홀로 대장암 투병 중인 가운데, 노혜경 시인, 하응백 문학평론가 등 시인과 각별한 사이의 동료 문인들이 그를 돕기 위해 모금 운동에 나섰다.

1982년 ‘시운동’에 ‘존재의 놀이’로 등단한 이산하 시인은 1987년 제주 4.3 사건을 다룬 ‘한라산’을 발표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던, 운동권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이 시인과 대학 동기이기도 한 문학평론가 하응백 전 경희대 교수는 지난 1월 25일 ‘시인 이산하에게 미리 조의금을 내다’라는 제목으로 모금 운동을 진행했다. “이번에 죽지는 않겠지만 미리 조의금을 냈다. 죽고 난 뒤에 내면 뭐 하나”라고 밝힌 이 글에는 수많은 네티즌이 시인의 쾌유를 빌면서 자신도 십시일반 하겠다며 댓글을 남겼다.

하응백 전 교수는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혼자보다는 이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면 좋을 것 같아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면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 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노혜경 시인 또한 하 전 교수의 모금 운동에 동참했다. 27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산하 시인이 대장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이산하 시인은 합정역 근처 반지하 방에 혼자 삽니다. 이 말은 환자가 누구의 돌봄도 못 받는 사정이라는 말씀”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노 시인은 이어 “주변 사람들과의 상의 끝에 조의금을 선결제 받기로 했다”며, 시인의 재활에 도움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전 옛날부터 그랬거든요. 아프면 조의금 내야된다고 언제갈지 모르니깐”
이산하 시인은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밝게 웃으며 소식을 전했다. 조의금 모금 운동에 대해 “조의금은 살아있을 때 받아야지 내가 죽고 나면 뭐할 거냐고 응 백이랑 농담을 한 적이 있다” 며 옛날부터 아프면 조의금 받아야 한다고 농담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도 농담을 하듯 웃어 보이는 시인에게 작금의 농담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이산하시인은 사람들의 모금 행렬에 대해 “조만간 감사 인사 말씀도 드리겠다”며, 자신을 향한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많은 이들이 바라는 대로 이산하 시인이 병을 이겨내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은 추억을 쌓고 간직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산하 시인은 건강과 치료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차도에 대해서 묻자 “잘 모르겠다” 며 “항암 치료를 시작하는데 완벽한 수술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약을 먹고 치료하는 것은 좀 쎈(어려운) 일” 이라 그런것들이 좀 힘들 것 같다 고 말을 아꼈다.

이산하 시인을 위한 후원금은 다음 계좌를 통해 보낼 수 있다. (762302-04-116218 국민은행 이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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