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OB베어를 되찾기 위한 현장 낭독회 “현장잡지 9월호 노가리”가 지난 16일 을지로 을지OB베어 앞에서 열렸다. ‘현장잡지’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임차상인과 연대하기 위해 현장에서 낭독회를 여는 운동이다. ‘잡지’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 손에 쥐어지는 인쇄물은 없다. 그 자리에서 원고를 낭독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현장잡지는 2014년 테이크 아웃 드로잉 분쟁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다양한 곳에서 건물주의 횡포에 휘둘리는 임차상인들과 연대를 이어나가고 있다.

을지OB베어는 1980년 문을 열었다. 현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을지OB베어로부터 시작됐다고 해석된다. 2015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으며 2017년에는 그 특수성을 인정받아 중구청에서 골목길에서 야장 영업(영업장외 영업)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가 받았다. 하지만 2014년 만선호프를 인수한 방xx 대표는 곧 골목길의 맥주집을 차례차례 인수하다가 을지OB베어의 건물까지 인수했다. 수년간의 법적 분쟁 끝에 을지OB맥주는 지난 4월 강제집행으로 철거됐다.

오혜진 평론가가 낭독을 하고 있다.
오혜진 평론가가 낭독을 하고 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을지OB베어는 만선호프가 쫓아낸 11번째 가게가 될 예정이다.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 있던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특정인의 소유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되었지만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오혜진, 정재율, 김리윤, 윤은성, 송경동, 김안녕, 한정현, 조용우, 유현아, 김현, 권창섭 시인이 모여 을지OB베어와 연대를 위한 낭독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조용우 시인은 “우리가 나누는 언어가 이 동네와 공동체와 우리 정치와 법의 언어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은 용산 참사 당시를 언급하며 “수십 명의 전경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매일같이 문화제를 열었다”며 “그럼에도 두려워하거나 물러선 적이 없다. 오히려 긴장감 속에서 잃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자신이 “노동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자본가와 싸워 왔다”며 “(을지OB맥주와 함께)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하며 시 ‘눈부신 폐허’를 낭독했다.

이날 을지OB맥주 사장 강호신 씨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가게를 운영하는 일”이라며 “잘 하는 일로 여러분들을 뵙고 싶다”고 말하며 지난 세월 동안 가게를 운영하며 겪었던 일들을 담은 손님들을 위해 쓴 편지를 낭독했다.

낭독회 전경
낭독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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