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민간이 공공주택 사업한다면…
LH 혁신안에 숨은 위험요인들
미분양 걱정 없는 민간건설사
수익 줄고 적자 나는 공공사업
주거 안정 역할 해낼 수 있을까

# 부동산 투기부터 철근 부족 아파트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국민적 불만과 질타가 쏟아지자 국토교통부는 12일 ‘LH를 혁신해 주택 품질을 높이고 투명한 경영을 하겠다’면서 혁신안을 내놨습니다.  

# 크게 4개로 구분할 수 있는 혁신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공공주택 사업자에 민간건설사를 포함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주택도시기금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공공주택 사업자의 자격을 민간건설사에도 주겠다는 건데, 과연 정부의 생각대로 공공주택의 품질이 높아질까요? 더스쿠프가 이 질문에 펜을 넣어봤습니다.

국민 신뢰를 잃은 LH는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국민 신뢰를 잃은 LH는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국토교통부가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신안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한 이후 LH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졌기 때문입니다.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이유로는 콘크리트 강도 부족, 무량판 구조의 철근 부족, 지하주차장 위 토사 과적, 허술한 설계ㆍ감리가 꼽혔습니다. 

국토부가 내놓은 혁신안은 크게 4가지입니다. 첫째 공공주택 사업자에 민간건설사를 포함해 경쟁 유도, 둘째 조달청이 설계ㆍ감리업체 선정, 셋째 전관 카르텔 해소, 넷째 공공주택 품질 향상 등입니다.

언뜻 모두 필요한 대책처럼 보입니다. 첫째ㆍ넷째 방안은 공공주택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겁니다. 둘째와 셋째 방안을 실시하면 LH 직원이 일을 대충하거나 전직 직원이라는 점을 앞세워 사업에 참여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다만, 내년 3월 공공주택법을 개정해 도입한다는 ‘공공주택 사업자에 민간건설사를 포함한다’는 첫째 방안은 궁금한 게 많습니다. 현행법에서도 민간건설사가 공공주택을 만들고 있는데, 뭐가 다른지 헛갈리기 때문입니다. 

■ 의문➊ 공공주택 사업자의 범위 = 좀 더 쉽게 설명해 볼까요? 현행법에서 택한 방법은 크게 두개입니다. 일단 민간건설사가 공공택지를 분양받는 방법입니다. LH가 공공이 소유하고 있던 땅을 분양하면 민간사업자들이 모입니다. 이들이 땅을 사면 그곳에 민간주택을 지을 수 있습니다.

가령, GS건설과 대우건설이 분양받는다면 각각 ‘자이’ ‘푸르지오’가 됩니다. 이때 공사대금은 사업시행자이자 시공사인 건설사가 마련합니다. 설계ㆍ시공ㆍ감리도 건설사의 몫이죠. 

현행법상 또다른 방법은 민간건설사가 시공만 맡는 겁니다. 이때 LH나 지자체는 땅을 분양하지 않은 채 주택을 지을 건설사만 모집합니다. 건설사는 건물만 시공하기 때문에 분양대금을 받은 LH나 지자체가 건설사에 공사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택은 ‘검단자이안단테’처럼 건설사 브랜드(자이)와 LH 브랜드(안단테) 이름을 모두 갖습니다. 

종합하면, 현행법에선 민간건설사가 공공주택을 만들긴 하지만, ‘사업주체’는 아닙니다. 그래서 민간건설사에 팔린 땅에서 만드는 아파트는 분양가도,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공급 비중(약 50%)도 ‘민간 기준’을 따르는 게 원칙입니다. 

LH 혁신안은 이 부분에서 가장 크게 다릅니다. 내년에 공공주택법을 개정하면 민간건설사는 공공주택 사업주체란 ‘지위’를 얻습니다. 민간건설사가 만들지만 공공이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겁니다.

당연히 분양가도 공공주택 수준으로 내려오고 공급 기준도 바뀔 겁니다.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한 특별공급 비중이 대표적입니다. 언급했듯 민간주택의 특별공급 비중은 50% 수준이지만 공공주택인 경우 85%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집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린다는 겁니다. 

■ 의문➋ 민간건설사만 유리할까 = 이처럼 LH 혁신안이 현실화했을 때 낮은 분양가와 특별공급이 가능한 건 민간건설사도 주택도시기금에서 ‘저리低利’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LH 혁신안을 둘러싼 비판과 지적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수익사업을 찾지 못하자 정부가 나서서 저리에 돈을 빌려주고 사업성을 확보해 주려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인 LH의 재무구조가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들어볼까요? “민간 건설사가 주택도시기금을 저리에 빌려서 공공주택사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어쩔 셈인가. 공공주택이기 때문에 국가가 다시 사들여야 할 텐데 결국 LH를 통해서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LH는 민간건설사가 쌓아놓은 미분양 주택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한다.”

이 지적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설계 과정에서 구체화하겠지만 민간건설사에 ‘미분양 매입을 우리가 하겠다’고 약속한 택지를 공급할 땐 LH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후 공공임대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LH가 미분양 매입 약속을 하지 않은 단지는 어떻게 될까요? 이런 경우 미분양된 공공주택은 민간사업자의 자산으로 취급됩니다. 민간사업자가 원할 경우 ‘민간임대’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LH의 공공임대 물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년 LH의 공공임대 물량이 정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민간건설사의 미분양 분이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건 플러스 알파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민간건설사가 공공주택을 만들고 그 주택이 미분양돼 민간임대로 전환되더라도 공공임대가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순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더라도 민간건설사가 미분양분을 자신들의 민간임대로 운영한다면 ‘공공임대’ 주택이 될 수 있었던 ‘잠재적 후보군’이 사라지는 건 사실입니다. 주거복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잃는다는 겁니다. 이때는 민간임대로 전환했을 때 낮은 임대료를 책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민간의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LH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의문➌ LH 재무구조 괜찮을까 = LH 혁신안을 둘러싼 의문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혁신안이 LH의 재무구조 악화를 부채질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만약 민간건설사가 공공주택사업 중에서도 수익성이 담보된 사업에만 참여한다면 결국 수익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은 LH의 몫으로 남습니다. 지금까지 LH는 수익이 나지 않는 공공임대사업의 운영을 공공분양의 흑자로 메꿔왔습니다.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2022년 10년간 LH가 공공택지ㆍ주택분양사업으로 낸 수익은 29조5499억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공공임대주택 사업으로 발생한 손실은 12조6005억원입니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에서 난 손실을 공공분양사업으로 메꿔왔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LH 혁신안에 따라 공공주택사업을 민간건설사가 진행하면 LH의 ‘수익원’이 일정 부분 사라져 재무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LH는 사업성 있는 공공분양 사업을 하지도 못하고, 결국 공공임대 운영을 위한 금액도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이번 혁신안으로 LH가 경쟁을 통해 주택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혁신안 속에는 분양 수익으로 공공임대를 운영하는 LH를 흔들 수 있는 함정도 숨어 있습니다. 이 혁신안으로 LH의 존재 이유였던 ‘국민 주거 안정’에 다가갈 수 있을까요?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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