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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인플레의 경제적 경로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시키고
소득 하위 20% 구매력 타격
유권자 경제 전망에도 영향력

식품은 소비자의 구매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품이다. 월세를 1년에 12번 내고, 전세 보증금을 2년에 한번 내는데, 식품은 하루에도 몇번씩 구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품 인플레는 기대 인플레이션,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유권자들의 경제 전망에까지 영향을 준다. 식품 인플레의 위험성을 알아봤다. 

식품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2월 물가가 다시 상승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모습. [사진=뉴시스]
식품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2월 물가가 다시 상승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모습. [사진=뉴시스]

식품 인플레 탓에 우리나라 물가가 2월 들어 다시 상승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G7 국가 수준으로 낮은데, 농축수산물 등 식품 인플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에 이를 정도로 높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7.2%, 12월 7.7%, 올해 1월 8.0%에 이어 2월 11.4%를 기록했다. 생필품인 식품은 구매 경험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품의 특성상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 기대 인플레 상승=기대 인플레이션은 소비자·기업이 향후 물가 상승률을 전망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지표다. 그런데 이런 심리적인 지표는 소비자의 소비와 저축, 기업의 가격책정과 임금책정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현실화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자주 쓰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2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1년 후 3.0%였다. 우리 소비자들이 1년 후에 물가 상승률이 3.0%일 것으로 예상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0·11월 3.4%로 정점을 찍고, 12월 3.2%, 올해 1월 3.0%로 점차 내려오는 추세였다. 그런데 2월 식품 인플레가 불거지면서 3월 기대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어졌다.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은 2022년 4월 발표한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상품 가격들’이라는 보고서에서 “소비자는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와 달리 식품이나 신차처럼 더 자주 접하는 가격에 초점을 맞춰 인플레이션을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조사는 주거비, 의료비, 가구, 연료 순서로 비중이 높지만, 소비자들은 1999년 이후 인플레이션 전망에서 외식, 빵·시리얼, 의류, 과일·야채 순서로 가중치를 높게 뒀다.

[자료 | 통계청]
[자료 | 통계청]

■ 유권자의 경제 전망 악화=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19년 「평화의 경제적 결과」란 책에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통해서 정부는 시민들의 중요한 자산을 몰래 빼앗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매력의 상실은 소비자이자 유권자인 이들의 경제 전망 악화로 이어진다. 

미국 야후·입소스가 2023년 11월 미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인플레이션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부분을 묻자, 67.0%가 식료품 가격 상승이라고 답했다. 인플레의 원인을 물었을 땐 27.0%는 정부 정책, 26.0%는 기업의 탐욕이라고 답했다. 

미국 데이터포프로그래스의 올해 2월 유권자 설문조사에서도 88.0%가 인플레이션을 걱정한다고 답했고, 이들 중 57.0%가 식료품 물가를 가장 걱정한다고 응답했다. CPI 조사에서 가장 중시하는 주거비를 걱정한다는 응답자는 19.0%에 불과했다. 

■ 소득 적을수록 인플레에 노출=소비자들이 미래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면 실제 소비도 줄어든다. 의식주 소비를 줄일 수 없는 저소득층일수록 인플레이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갤럽이 2021년 12월 발표한 인플레이션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소득이 4만 달러 미만인 가구는 71.0%가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연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인 가구 중에서는 29.0%만이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2일 서울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2일 서울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3.4% 증가한 503만3000원, 가계지출은 1년 전보다 4.0% 늘어난 387만1000원이었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하위 20%인 1분위 소득만 월평균 112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감소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는 지난해 4분기 유일하게 가계지출을 1.5% 줄였다. 하위 20% 가구는 의식주를 줄이지 못하자, 교육비를 13.9%, 가정용품·가사서비스를 19.7%, 교통비를 8.1%, 통신비를 10.4% 줄였다. 우리나라 소득 하위 20% 가구는 수입의 23.0%를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에 사용한다. 소득 상위 20%는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에 수입의 12.6%를 썼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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