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코리빙 운영하는 기업들
“임대료 상한선 낮춰달라”
갱신 계약시 5% 상한선
청년 임차인 많은 코리빙
영향 받는 것도 청년 세입자
임대료 상한선 제 역할 했었나

셰어하우스의 일종인 ‘코리빙(Co-living)’을 운영하는 기업에 임대료 상한선은 수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반대로 청년 세입자들에게는 월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어장치다. 최근 코리빙 업계가 국토교통부에 ‘임대료 상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이 요청을 검토 중인데, 수용한다면 세입자 부담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청년 주거단체는 임대료 상승 5% 상한선이 주거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사진=뉴시스]
청년 주거단체는 임대료 상승 5% 상한선이 주거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사진=뉴시스]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던 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코리빙(Co-living) 건물.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이 코리빙 업계 사람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코리빙 종사사들은 두가지를 건의했다.

첫째는 코리빙 주택을 개발하는 부동산투자신탁인 ‘리츠(Reits)’의 공시 의무 완화, 둘째는 임대료 제한 완화였다. 여기서 세입자에게 영향을 미칠 만한 제안은 ‘임대료 제한 완화’다. 업계는 왜 세입자에게 민감한 이슈인 ‘임대료’를 화두로 던진 걸까. 답을 찾기 전에 먼저 ‘코리빙 주택’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코리빙은 201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셰어하우스(공유주택)’란 이름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거실ㆍ주방ㆍ욕실 등을 공유하고 침실은 개인이 사용하거나 2~3인이 함께 이용하는 구조다.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셰어하우스는 기존에 있던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대기업도 셰어하우스에 관심을 보였다. 코오롱글로벌의 커먼타운, SKD&D의 에피소드 등이 문을 열었다. 기업 자본이 들어오자 2~3인이 사용하는 침실이 있던 셰어하우스는 개인ㆍ공유공간이 별도로 존재하는 ‘코리빙(Co-living)’으로 색채가 분명해졌다. 

하지만 법적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다. 단독주택이든 공동주택이든 오피스텔이든 ‘코리빙’이란 간판만 세우면 그만이었다. 이런 법적 공백은 2023년 2월 국토교통부가 기숙사 건축기준을 개정하면서 메워졌다. 무엇보다 임대형 기숙사(공동기숙사) 기준을 신설했다. 1인 1실을 기준으로 삼고, 3인 1실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개인 공간의 1인당 면적과 욕실은 각각 최소 7㎡, 2.5㎡를 넘어야 한다는 기준도 세웠다. 1인당 개인공간과 공유공간을 합친 면적이 14㎡보다 커야 한다는 구체적 면적 기준도 마련했다. 

건축 기준만이 아니다. 공동기숙사 사업자의 자격도 정립했다. 코리빙 주택을 운영하려면 공공주택 사업자이거나 반드시 임대사업자여야 한다. 임대사업자의 주택에는 임대료 상승 시 이전보다 5% 이상 오르지 않는 조건이 생긴다.

[※참고: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계약을 2년간 보장한다. 계약 1년 후에도 임대료를 올릴 수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2년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임대료 인상 상한 기준을 2년에 5%로 본다.] 

코리빙 업계 입장에서 ‘임대료 제한’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임대료 상한선만 사라져도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코리빙 업계가 임대료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임차인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코리빙 주택에 주로 월세로 거주하는 청년층에게 ‘임대료 5% 상한선’은 주거비를 경감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다. 

청년주거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2021~ 2023년 서울 내 보증금 5000만원 이하(보증금전환율 6% 적용), 전용면적 33㎡(약 10평) 이하 월세의 실거래가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세입자는 월세 인상을 부채질하는 ‘변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기준 3.3㎡(약 1평)당 임대료는 청년전입비율이 40% 미만인 동洞(행정구역)에선 9만2000원, 40% 이상 50% 미만인 곳에선 9만8000원, 50% 이상인 동에선 9만9000원이었다. 청년 세입자가 많을수록 임대료가 비쌌다는 거다. 

월세 인상폭은 어느 정도였을까. 민달팽이유니온이 2021년과 2023년 월세 지출(월세+보증금 전환액)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54만6000원에서 2023년 63만2000원으로 2년간 15.8% 늘어났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총지수 변동률이 8.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보다 월세 부담이 훨씬 더 커졌다는 얘기다.

신축 주택으로 좁히면 월세 지출 인상폭은 더 가팔라졌다. 2020년 이후 준공한 신축 주택의 평균 월세 지출은 2021년 65만9000원에서 2023년 85만9000원으로 30.4% 늘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자료 | 민달팽이유니온, 참고 | 서울 보증금 5000만원 이하 전용 면적 33㎡ 기준, 월세+보증금전환금액]
[자료 | 민달팽이유니온, 참고 | 서울 보증금 5000만원 이하 전용 면적 33㎡ 기준, 월세+보증금전환금액]

그럼 ‘갱신 계약 5% 상한선’의 효과는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덜 오르긴 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의 분석에 따르면, 2021~2023년 갱신계약의 월세 증가율은 5.6% (65만8000원→69만5000원)인 반면, 신규계약의 월세 증가율은 12.8%(59만7000원→67만4000원)에 달했다. 갱신 계약 5% 상한선이 월세 증가를 억제했다는 거다. 

코리빙 주택에 살고 있는 청년 세입자 김민주(가명)씨는 “새집으로 이사를 갔다면 임대료가 크게 올랐을 텐데 갱신 계약으로 5% 선까지만 올라서 주거비 부담을 덜어냈다”면서 “만약 ‘5% 상한선’이 사라진다면 코리빙 주택에서 살지 말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갱신 계약 5% 상한선 문제는 임차인과 임대인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국토부는 과연 코리빙 업계의 요구를 검토하면서 임차인의 입장도 고려하고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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