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식 리딩방 상담원 인터뷰

주식 리딩방, 레버리지 사기, 비상장주식 사기 등 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이버피싱의 공통점은 하나다. 대부분 전화로 피해자를 끌어들인다는 거다. 투자자를 속이는 상담원이 사기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데, 그들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투자자를 유혹하는 걸까. 주식 리딩방과 레버리지 사기 상담원으로 일했던 이정민(가명·49)씨에게 사기꾼들의 실체를 물어봤다. 

주식 리딩방·레버리지 사기·비상장주식 사기 등의 ‘사이버피싱’은 대부분 전화로 이뤄진다.[사진=뉴시스] 
주식 리딩방·레버리지 사기·비상장주식 사기 등의 ‘사이버피싱’은 대부분 전화로 이뤄진다.[사진=뉴시스] 

✚ 주식 리딩방 상담원으로 일을 시작한 건 언제인가.
“처음부터 주식 리딩방에서 일한 건 아니다. 2010년께 선물옵션 대여계좌를 소개한 게 시작이었다. 당시 선물옵션 투자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일반투자자는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 왜 그랬나. 
“선물옵션은 투자종목 중에서도 투기성이 가장 높다. 잘만 하면 잠깐 사이에 원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돈을 벌 수 있다. 문제는 증권사에서 선물옵션 계좌를 만드는 데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증권사가 요구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증거금(3000만원)을 예탁하고,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일반투자자가 이런 목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아 다른 사람의 계좌를 빌려 투자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그래서 계좌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업체도 증가했다.”

✚ 주식 리딩방은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2012년 정부에서 선물옵션 대여계좌를 단속하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인 사정까지 겹쳐 일을 잠시 쉬었다. 2018년 돈이 필요했고,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빌려주는 스탁론(Stockloan) 회사에 들어갔다. 그 회사는 주식 레버지리 영업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1차 콜 부서에서 일했다. 그때는 회사에서 주식 리딩방을 같이하고 있는지 몰랐다.”

✚ 1차 콜은 무엇인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주식 레버리지를 소개하고, 고객을 모으는 일이다. 1차 콜에서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있으면 2차 콜을 맡은 상담원이 다시 연락해 회원을 모집했다.”


✚ 사기라는 걸 몰랐나.
“스탁론은 지금도 존재하는 합법적인 영업이다. 주식 투자금이 필요한 투자자에게 저축은행이 투자금의 최대 300%까지 빌려주는 신용상품이다. 처음엔 이를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업체라고 생각했다. 레버리지도 스탁론과 비슷해 문제가 없는 건 줄 알았다. 이후 레버리지를 사용한 투자자들이 돈을 회사로 입금하는 것을 보면서 불법이라는 걸 눈치챘다.”

레버리지 사기는 투자금의 10배에 달하는 돈을 빌려준다는 말로 유혹한 후 투자자가 입금한 돈을 갈취하는 ‘사이버피싱’의 일종이다. 

✚ 스탁론과 레버리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스탁론은 말 그대로 투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곳을 소개하는 것이다. 투자금의 3배까지 빌릴 수 있고, 이 돈은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에서 투자자에게 직접 빌려준다. 레버리지 사기는 다르다. 우선 투자금의 10배를 빌려준다는 말로 고객을 유혹한다. 하지만 실제로 돈을 빌려주지도 않는다. 레버리지 사기꾼이 만든 주식매매시스템을 사용해 돈을 빌려주는 척하는 것이다. 투자도 사기꾼이 만든 주식매매시스템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사실 비상장주식 사기나 코인사기도 형태만 다르지 사기 치는 방식은 비슷하다. 요즘은 레버리지를 하는 곳에서 비상장주식 사기와 코인사기도 한다고 들었다.”

✚ 주식 리딩방이나 레버리지 사기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작은 사무실에 3~4명의 상담원을 둔다. 큰 곳은 5~6명이 일하기도 한다. 사무실은 실장이라는 사람 한두 명이 관리한다. 돈을 입금하거나 상담원에게 월급을 주는 게 일의 전부다. 그 위에 사기조직을 운영하는 이사들이 있고, 그들에게 자금을 대는 전주錢主가 있다. 실장급부터는 상담원들도 쉽게 만나기 힘들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다.” 

✚ 영업조직은 어떻게 운영되나.
“기본은 비밀이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서로의 이름을 모른다. 사용하는 전화도 당연히 대포폰이다.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면 사용할 이름(가명)을 정하고, 대포폰을 지급받는다. 원래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집에 두고 오거나 출근 후 따로 보관한다. 직원들끼리 단절돼 있어 경찰이 적발하더라도 윗선을 잡는 건 힘들다. 기껏해야 사무실을 관리하는 실장을 붙잡는 게 전부다. 요즘은 상담원을 구할 때부터 불법적인 일이라는 걸 얘기한다. 그럼에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상담원으로 지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 사무실도 자주 옮긴다고 들었다. 
“그렇다.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6개월에 한번씩 이사한다. 책상과 노트북 몇대가 전부여서 사무실을 옮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지하철역 인근의 오피스텔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 투자자를 혹하게 만드는 수법이 있나.
“주식 리딩방에서 투자종목을 찾거나, 레버리지 사기꾼에게 투자금을 빌리려는 사람은 주식투자로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본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사기꾼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거다. 레버리지 사기를 예로 들어보자. 100만원으로 5%의 수익을 올리면 5만원밖에 못 벌지만 1000만원이면 50만원을 벌 수 있다. 선물옵션이나 비상장주식 사기도 마찬가지다. 한방만 터지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뛰어든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거나 투자금을 빌려준다고 하는데 혹하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나.”

✚ 피해자를 물색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말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주식 레버리지 사기의 경우, 처음 연락한 지 1년 만에 회원에 가입한 피해자도 있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밑밥을 던진다. 우리 용어로 그걸 고객 관리라고 부른다. 그렇게 2~3개월 버티다 보면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다.”

✚ 돈을 버는 투자자도 있었나.
“주식 리딩방에선 추천종목으로 돈을 번 사람이 종종 있긴 하다. 하지만 사기꾼에게 돈을 맡기는 레버리지 사기나 선물옵션 대여계좌 사기에선 돈을 번 투자자가 나오지 않는다.”

✚ 왜 그런가.
“수익을 올려도 쉽게 돈을 찾아가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그 돈을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투자자가) 출금 요청을 하지 않는다면 사기꾼에게 투자자가 5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든 1억원을 따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피해자가 돈을 찾겠다고 할 땐 연락을 끊고 잠적하면 그만이다. 전화번호도 법인도 가짜, 돈을 입금한 통장도 가짜다. 선물옵션 대여계좌 사기는 더 심하다. 실제로 계좌를 대여했는지도 알기 어렵다. 피해자의 신고가 없다면 피해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거다.” 

✚ 월급은 얼마나 받았나.
“상담원은 대부분 인센티브다. 기본급은 150만원 정도였다. 여기에 피해자들의 입금액에서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받는다. 대부분 5% 안팎이고, 실적이 좋은 상담원은 10~20%의 인센티브를 받아 간다. 나도 한달 평균 500만원 정도를 벌었다.”

✚ 양심의 가책은 없었나.
“처음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컸다. 어차피 돈을 잃을 거라면 투자로 손실을 보나 사기로 털리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도 했다. 한달에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 돈을 벌었다. 돈이 된다는 생각에 피해자의 사정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상담원의 대부분은 쉽게 돈을 벌 수 있어서 이 일을 한다.”

✚ 생각이 달라진 계기는 무엇인가.
“2019년께 주식 리딩방과 레버리지 사기 기사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사기당한 피해자의 가정이 깨지거나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투자 실패로 100만원의 손실을 보면 되는 사람이 내 전화 한통 때문에 1000만원, 2000만원을 날릴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괴로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이런 사기 수법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투자자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남이 주는 정보로 돈을 벌겠다’ ‘투자금이 많으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는 막연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사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말을 믿고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건네는 게 상식적이진 않지 않은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당장 멈춰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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