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EV 주가조작 진짜 몰랐나
자금조달 문제 드러나며 시장 우려
인수기업 검증 시스템은 작동 불능
금감원, 거래소, 법원… 뭐 했나

‘쌍용차 인수전’은 끝났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았다. 쌍용차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던 기업 중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이 많아서다. 그중 대표적인 건 지난해 10월 쌍용차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던 에디슨모터스다. 이 회사는 자금 부족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는데, 최근 자회사 에디슨EV가 주가조작 사태에 연루되면서 도마에 올랐다. 더스쿠프가 에디슨EV 주가조작 사태에 숨은 문제를 살펴봤다. 

에디슨EV 주가조작 사태는 기업회생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사진=연합뉴스]
에디슨EV 주가조작 사태는 기업회생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에디슨EV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이다. 지난 7월 22일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은 코스닥 상장사인 에디슨EV(현재 스마트솔루션즈)의 사실상 대주주인 6개 투자조합이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라는 이슈를 이용해 주가를 부양하고 불법적인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신속수사 전환(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이첩했다. 

에디슨EV(옛 쎄미시스코)는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를 위해 지난해 6월 인수한 곳이다.[※참고: 정확히 말하면 에디슨모터스의 지주사인 에너지솔루션즈(최대주주는 강영권 회장)가 인수했다. 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 에디슨모터스로 지칭했다.]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6개 투자조합에는 에디슨모터스 측 지인들이 엮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이 일부 투자조합에 흘러간 정황도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수사는 에디슨모터스와 강영권 회장의 개입 여부나 6개 투자조합의 불법행위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에디슨EV 주가조작’으로 많은 개미투자자가 이미 피해를 봤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주가가 고점을 찍은 지난해 11월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피해액이 7000억원 이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물론 가해자는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6개 투자조합에 속한 투기꾼들이다. 하지만 이번 주가조작 사태를 ‘조작행위’ 자체에만 국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디슨EV 주가조작’에 한국경제의 고질병이 숨어 있어서다. 

■고질병❶ M&A 승자의 저주 = 에디슨EV 주가조작 논란의 핵심을 보려면, 에디슨모터스가 왜 이 회사를 인수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사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를 인수할 자금이 충분하지 않았다. 2021년 말 기준 에디슨모터스의 전체 유동자산은 698억원이었는데, 현금성자산은 50억원에 불과했다.

에디슨모터스 최대주주인 에너지솔루션즈 역시 유동자산은 159억원이었지만, 현금성자산은 1억원이 채 안 됐다. 지난 1월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와 본계약을 체결할 당시 쌍용차의 인수가격이 3049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돈이었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사진=뉴시스]

당연히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 자금을 조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우려가 쏟아져나왔다. 인수대금 외에도 막대한 운영자금이 필요했던 쌍용차를 돈 없는 기업이 인수할 경우 승자의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아예 몰랐을 리 없던 에디슨모터스는 코스닥 상장사인 에디슨EV를 인수해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로 활용하려 했다. 실제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당시 “에디슨EV의 인수는 자금조달을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에 에디슨EV를 포함했다.[※참고: 에디슨EV가 에디슨모터스의 유일한 자금조달 창구는 아니었다. 에디슨모터스는 펀드와 재무적 투자자도 물색했다.] 

에디슨EV 인수 방식부터 논란 

물론 에디슨EV가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마련을 위한 공식적인 창구였는지, 처음부터 주가조작의 발판으로 악용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에디슨EV를 통해 쌍용차를 인수하려던 에디슨모터스의 플랜은 ‘자금 부족’으로 물거품이 됐다. 

문제는 이처럼 위험요인이 많았던 에디슨모터스가 어떻게 쌍용차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느냐다. 인수에 성공했든 그렇지 않든 ‘과정’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여기엔 허술한 감시시스템이란 한국경제의 두번째 고질병이 숨어 있다. 

■고질병❷ 허술한 감시시스템 = 사실 에디슨EV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에디슨모터스의 플랜은 베일에 싸여 있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에디슨모터스는 에디슨EV를 인수할 당시 투자조합을 여러 개로 쪼개 수차례에 걸쳐 신주를 배정받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에 따라 에디슨모터스는 실질적 사업을 하지 않는 조합이나 법인이 주가를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을 1년간 의무 보유하도록 하는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을 비켜갔다.

투자 위험을 알리는 공모 규제도 피했다. 상장사든 비상장사든 50명 이상의 불특정 다수에게 신주를 발행하려면 금융 당국에 투자 위험성을 알리는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심사받아야 한다. 이 자체가 공개모집(공모)이어서다. 하지만 투자자를 쪼갠 덕분에 이 규제도 적용받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금융당국의 감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디슨EV를 인수한 에디슨모터스가 6개월여 만에 쌍용차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때까지 금융당국은 이를 훑어보지 않았다.

에디슨모터스에 자금 부족으로 인수계약이 해지(2022년 3월)될 즈음에야 주가조작 수사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의 태도와 달리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당시 에디슨EV 주가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었다. 

인수ㆍ합병(M&A) 전문가인 송호연 ESOP 피에이지앤컨설팅 대표는 “에디슨EV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M&A의 자금조달 창구였던 만큼 좀 더 철저하게 감시를 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당시 금감원이나 한국거래소 등은 에디슨모터스가 법적인 문제를 비켜갔다는 이유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고질병❸ 기업회생제도의 허점 = 혹여 에디슨모터스가 에디슨EV의 주가조작 논란을 해소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또다른 문제가 남는다. 그건 ‘경영능력’이다. 쌍용차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지만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를 경영할 능력이 없었다.

일례로 ‘전기버스 제조사’라고 밝혔던 에디슨모터스는 중국에서 반제품을 들여와 조립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제조사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을 법한 ‘컨베이어 시스템’조차 없었다. 이 계약을 사실상 추진한 ‘법원’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름 아닌 기업회생제도의 허점을 꼬집는 말이다. 

많은 이들이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조달 능력에 우려를 쏟아내던 지난해 말, 일부에선 이런 주장도 나왔다.

“전기차로 승부를 보겠다는데 차별적인 기술과 경영능력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하지 않나. 쌍용차를 인수해서 사업을 할 의지가 있는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가 중요하다. 능력과 의지가 있는데 돈이 없으면 산업은행이 빌려주면 되고,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돈이 있어도 넘겨선 안 된다. 그래야 쌍용차가 살 수 있다. 기업회생(법정관리)이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것 아닌가.”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와 인수 본계약을 맺은 지난 1월 곳곳에서 우려가 나온 이유다. 

당시 송호연 대표는 “법원과 산업은행은 자금조달 능력 외에 에디슨모터스의 경영능력과 차별화된 전기차 관련 기술, 인수의 진정성 등이 쌍용차의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약간 어려운 이 지적을 쉽게 이해하려면 ‘기업회생제도’를 살펴봐야 한다. 이 제도는 기업이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자율협약ㆍ워크아웃ㆍ기업회생) 중 하나다.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은 채권자와 협의를 하지만, 기업회생은 법원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참고: 채무자회생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ㆍ일명 통합도산법)에 따른 ‘채무자회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회생)’하거나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ㆍ배당(파산)’하기 위함이다.] 

기업회생을 신청하면 해당 기업을 완전히 청산해서 빚잔치를 한 후 없앨 것인지, 아니면 기업을 되살릴 것인지를 법원이 결정한다. 법원이 청산을 결정하면 해당 기업은 공중분해된다. 반면 기업회생절차를 선택하면 해당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모든 채무동결 등)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법원은 기업의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잘 판단해서 회생과 청산을 결정해야 한다. 회생을 결정했다면 해당 기업을 매각할 때에도 성장성을 고려해 다양한 검증을 통해 적절한 인수자를 골라야 한다. 

하지만 쌍용차의 인수자를 구할 때 법원은 그리 꼼꼼하지 않았다. 살펴본 것처럼 법원은 돈도, 능력도 없는 데다 편법까지 쓰는 에디슨모터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법원을 향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법원의 능력을 끌어올리면 말 많고 탈 많은 기업회생제도를 개선할 수 있느냐는 거다.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핵심은 다른 데 있다”고 꼬집는다. 송 대표는 “기업회생제도가 목적에 맞게 제대로 굴러가게끔 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건 법원이 기업의 존속과 파산을 판단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법원에 전달되는 정보들이 오염되는 경우가 많다. 객관적으로 보려 해도 기업이 속이려고 하면 속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법원이 에디슨모터스를 우협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수사를 통해 밝힐 일이지만 법원에 모든 책임을 넘기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회생법원은 좀 더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사진=뉴시스]
기업회생법원은 좀 더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파산부 판사 1명은 평균 20건 이상의 기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전문성을 갖기엔 인력이 너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박 교수는 “현재 파산부 판사도 순환보직(3년)인데 이래서는 전문성을 갖추기 힘들다”면서 “파산전문법원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에디슨EV 주가조작’ 사건의 이면에는 ▲승자의 저주 ▲허술한 금융시장 감시시스템 ▲허점 많은 기업회생제도와 악용 등 고질병이 숨어 있었다. 어쩌면 이런 중병重病이 복합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에디슨EV 주가조작’을 가능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에디슨EV 주가조작’ 사태가 단순히 주가조작 세력의 처벌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철저한 ‘복기復棋’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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