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팔렸지만 2022년 거래 안 된 아파트
2066개 단지 아파트 시세 변화 들여다보니
지난해보다 더 저렴해진 아파트 최저 시세들

# 우리가 아는 아파트 통계는 대부분 ‘거래’의 결과다. 거래가 성사돼야 부동산 데이터로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래의 문턱까지 갔다 오거나 거래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아파트도 있다. 이들을 빼놓은 부동산 데이터는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 흥미롭게도 거래되지 않은 아파트를 통해서도 시장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너무 비싸거나 싸서 거래에 실패하면 ‘시세時勢’라는 게 형성되는데,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를 어림잡을 수 있다. 이른바 ‘무거래 아파트’는 사람들이 아파트 가격을 놓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준이란 얘기다.

# 더스쿠프(The SCOOP)가 2021년에는 거래됐지만 2022년엔 거래되지 않은 서울 ‘무거래 아파트’ 2066개의 현황을 분석했다. 기대감과 외면이 교차하는 결과가 나왔다.

 [무거래 아파트 2066개 분석]
시장은 침체로 방향을 틀었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건 ‘거래된 아파트’가 있기 때문이다. 거래되지 않은 아파트(무거래 아파트)는 ‘시세時勢’가 형성돼도 공식기록이 남지 않아 시장의 흐름을 엿보는 데 활용되지 않는다.하지만 무거래 아파트의 함의는 상당하다. 왜 거래되지 않았는지는 따져보면 시장의 흐름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스쿠프가 2021년 거래됐지만 올해는 거래되지 않은 2066개 아파트를 추려서 분석해봤다. 결과는 어땠을까.

9월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기준금리를 3.00~3.25%로 다시 인상했다.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미국 금리는 우리나라 금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2년 1월 17일 1.03%였던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9월 15일 1.79%로 올랐고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69%에서 2.96%가 됐다.[※참고: 코픽스(cost of fund index)는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를 말한다. 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농협ㆍ기업ㆍSC제일ㆍ씨티 등 8개 은행이 시장에서 조달하는 정기 예ㆍ적금, 상호부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8개 수신상품 자금의 평균 비용을 가중 평균해 산출한다(한경 경제용어사전).] 

이렇게 금리가 오르면 빚을 진 이들의 부담은 거기에 비례해 커진다. 있는 대출금은 무거워지고 돈을 빌리려던 사람들은 대출금 규모를 줄이거나 포기한다. 큰돈이 들어가는 부동산 시장은 그래서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를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A씨는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몰라보게 늘어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이자에 세금까지 내느니 팔아치워야겠다는 생각에 휩싸인다. 그렇다고 보유 부동산을 당장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금, 자신의 부동산을 제값에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A씨의 사례처럼 매달 내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이를 이기지 못하고 시장에 나오는 부동산이 생긴다. 그런데 부동산 수요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시장에 나온 부동산 매물은 팔리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물이 적체된다는 건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부동산 보유자의 선택은 두가지로 나뉜다. 때를 기다리든지, 가격을 내려서 팔아치우든지다. 일반적으론 후자다. 그래서 매물 적체는 대부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자! 이제 실제 부동산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2월 104.8을 7월까지 유지하다가 8월 들어 104.5로 내려앉았다. 기준을 아파트로 한정해도 흐름은 같았다. 2022년 1~2월 106.3을 유지했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3월 106.2로 소폭 하락했고 5월부터는 매달 떨어져 8월에는 105.3을 기록했다. 

각종 미디어는 이를 ‘침체의 일단’이라고 표현했다. 매매가격지수가 하락세를 띠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견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놓쳐선 안 되는 게 있다. 매매가격이 하락했다는 건 ‘거래가 성사’됐다는 거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가격지수의 대상은 이렇게 ‘거래가 성사된’ 아파트나 주택들이다. 

그럼 ‘거래 행위’가 없었던 아파트나 주택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판단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걸까. 그렇지 않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이유를 보면,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를 어림잡을 수 있다.

이를 판단하는 관점은 ▲가격이 여전히 비싸서 부동산 수요자가 거래를 망설이거나 ▲아니면 싼 가격에 매물이 나왔는데도 수요자가 없었거나 두개다. 거래 행위가 없었다는 점에선 같은 사례이지만, 전자는 ‘침체’가 아니고, 후자는 ‘침체’라고 봐야 한다. 그럼 이 관점을 바탕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 관점❶ 무거래 아파트 = 먼저 2022년 1월~9월 15일 단 한번도 거래되지 않은 아파트를 선별했다. 객관적인 분석을 위해 2021년 1월~9월 15일 거래된 아파트를 비교했다. 자료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활용했다.

그 결과, 2021년 거래가 있었던 아파트 단지는 5287개였다. 그중 2022년에 거래되지 않은 아파트를 추려내니 2066개였다. 2021년 거래됐던 아파트 10곳 중 4곳(39.1%)은 2022년에 거래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 2066개 단지를 더 자세히 살펴봤다. 2021년 이 단지들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592만원이었다. 그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KB부동산) 12억4978만원보다 8.3 % 싼 값에 거래된 셈이다. 당시 시세보다 싸게 팔렸다는 건데, 이를 통해 2022년 이 단지들이 거래되지 않은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집주인들이 더 싼 값에 아파트를 내놓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추정이 맞다면,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침체가 아니라 ‘웨이팅(wating)’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현상은 좀 더 냉정하게 해석해야 한다. 모든 집주인이 그렇게 선택하진 않았을 수도 있어서다. 실제로 2022년 거래되진 않았지만 집을 팔고 싶어 하는 집주인들도 있었다. 

■관점❷ 집주인의 선택 = 그럼 집주인들이 집을 팔 결심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부동산 중개소에 집을 팔고 싶다고 의뢰하면 온라인에 매물정보와 함께 가격이 게시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무거래 아파트’ 2066개 중에서도 온라인에 매물로 올라왔던 아파트들이 있었을 거다. 다만 거래되지 못했을 뿐이다. 실제로 무거래 아파트 중 온라인에 매물로 올라와 ‘시세’를 만들었던 아파트 단지는 1167개였다. 

그럼 1167개 단지는 과거보다 비싼 가격에 올라왔을까. 아니면 더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나왔을까. 더 비싸게 올라왔다면 아직도 집값이 상승할 거라고 보는 집주인이 많다는 뜻이다. 반대라면 매물 적체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일단 1167개 아파트 단지의 2021년 ‘최종 가격’을 확인해보자. 11억4592만원이다. 2022년으로 돌아와 현재 1167개 아파트 단지의 ‘시세’를 확인해봤다. 최저 시세는 평균 10억7665만원, 최고 시세는 11억7143만원이었다.

최저 시세는 ‘2021년 최종 가격’보다 6.0% 쌌고, 최고 시세는 ‘2021년 최종 가격’보다 2.2% 비쌌다. ‘무거래 아파트’를 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2021년 팔린 가격보다 비싸게 부르기보단 더 저렴하게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상황을 종합해보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한국부동산원)는 2022년 1월 104.4에서 8월 103.4로 1.0포인트 하락했다. ‘팔린’ 아파트의 가격이 내려간 건 확실하다. 주목할 건 ‘아직은 팔리지 않은 아파트’의 상황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어제’보다 비싸게 내놓는 사람도 있지만 싸게 내놓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거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로 방향을 틀었음을 시사하는 통계다. 금리가 압박하는 부동산 시장이 점점 더 싸늘해지고 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