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증축 시정 미이행 90%
‘돈 되는’ 불법 행위 근절 어려워
감시망 더 탄탄하게 만들어야

이행강제금을 부과해도 ‘방 쪼개기’로 적발된 건물의 90% 이상이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이행강제금을 부과해도 ‘방 쪼개기’로 적발된 건물의 90% 이상이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집을 찾다보면 종종 이상한 건물을 만난다. 문턱이 있는데 복도가 이어지거나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은 원룸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건물이다. 이런 곳은 대부분 불법 증개축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설계도와 비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설계도를 확인하는 건 쉽지 않다. 제3자는 열람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 데다 애초에 설계도가 없는 건물도 숱해서다. 

서울에서 조금이라도 월세 비용을 아껴보려는 사회 초년생들은 한번쯤 이상한 건물을 만난다. 복도 안에 또 복도가 있는 건물이다. 두드리면 텅 빈 소리가 나는 이상한 벽으로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이는 불법으로 방을 쪼갠 집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1호 규모였던 공간을 억지로 여러개로 쪼개다보니 집을 구분하는 벽은 취약하고 수도ㆍ가스배관 등도 안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원룸’ 주택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지난해 고양시 원흥동의 한 지식산업센터에서는 전체 호수의 42% 이상이 불법 증축으로 적발됐다. 이마저도 원상복구한 32%의 호실은 제외한 거다. 이 지식산업센터 호실의 70% 이상에서 불법증축이 이뤄진 셈이다(2021년 ‘고양시 지식산업센터 불법증축 단속현황 및 결과보고’).

불법 ‘방 쪼개기’의 실례가 상당하다는 걸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민홍철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7월 불법 ‘방 쪼개기’가 일어나 새롭게 적발된 건물은 전국에서 254동에 달한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치로 계산하면 5090동이다.

그중 불법증축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을 피하기 위해 원상복구한 사례는 9% 수준에 불과한 463동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는 걸 알고도 ‘방 쪼개기’를 유지한 경우가 90.1%에 달한다는 거다.

그럼 이행강제금을 내면서까지 ‘방 쪼개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손해’가 아니어서다. 불법증축한 건물을 빌려주고 있는 건물주라고 가정해보자. 납부해야 하는 이행강제금보다 ‘방 쪼개기’를 통해 들어오는 임대료가 훨씬 많다면 어떨까.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불법 증축을 유지하더라도 금전적 손해 따윈 없다.

‘방 쪼개기’ 등 불법 증축의 폐해는 크게 두가지다. 안전과 형평성이다. 불법 증축은 그 자체로 안전을 위협한다. ‘방 쪼개기’로 만들어진 원룸은 화재시 통행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 등 최저주거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불법 증축의 대가로 안전을 넘기는 대신 건물 소유주는 돈을 벌 수 있다. ‘큰집’ 하나(주택 1호)를 빌려줘서 받을 수 있는 임대료보다 ‘쪼갠 집’ 여러 곳에서 벌어들이는 임대료가 더 많아서다. 불법으로 쪼갠 기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임대 소득을 허위로 신고할 수도 있다. 특히 건물주가 ‘쪼갠 집’을 개별 등기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입자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어렵다. 

불법 증축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감독’과 ‘신고’다. 항공 사진 등으로 불법 증축 여부를 확인해 이행강제금을 물린다. 다만 의무는 아니다. 건축법(제79조)은 ‘위법 건축물, 대지 등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자체장의 실태조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태조사가 ‘가능할 뿐’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별 실태조사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서면이나 현장조사도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물론 공공의 실태조사 없이 직접 신고를 받을 수도 있다. 내부에서 ‘방 쪼개기’가 벌어졌다는 걸 거주민이 신고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는 거다. 문제는 일반 시민인 거주민이 불법 ‘방 쪼개기’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거다. 

방법은 없을까. 말레이시아의 경우, 안전을 위해 제3자가 주택 평면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배수로를 설치한 이웃집이 제대로 공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때 설계도를 확인하고 현장과 다른 부분을 발견했다면 신고할 수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건축물대장의 기재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11조 3항 7호)에 따르면 제3자도 공공의 이익, 안전 등을 위해 다중이용건축물의 평면도를 열람할 수 있지만 주택은 대상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불법건축물 실태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 공무원만이 주택 설계도를 확인할 수 있다”며 “범죄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주택 설계도는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범죄 우려 때문에 제3자의 주거용 건물 평면도 열람이 불가능하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서는 범죄 우려 때문에 제3자의 주거용 건물 평면도 열람이 불가능하다.[사진=뉴시스]

한계는 또 있다. 법에 따라 다중이용건축물과 본인 소유의 건물, 임차한 건물은 설계도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정작 그게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건축 신고 서류에 배치도(건물 배치 형태)와 평면도(건물 내부 배치)가 포함된 건 2006년 5월 12일 건축법 시행규칙(제12조)이 개정되면서다. 그 전에 만들어진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의 경우엔 평면도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시민이 ‘불법’을 감시하고 신고하려 해도 자료가 없는 셈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주택 설계도를 열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더라도 설계도가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불법 증축을 감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언급했듯 ‘방 쪼개기’는 거주자의 안전을 사각지대로 내몬다. 설계도조차 맘대로 볼 수 없는 거주자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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