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열전➏ 김경진 ㈜엔비인사이트 대표
난분해성 수질 오염물질 처리하는 오존 고도산화
최고의 기술을 최적의 솔루션으로 제공

모든 산업시설은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하다못해 삼겹살집에서 고기만 구워도 냄새와 기름때가 나온다. 그렇다고 거기에 천편일률적인 오염처리 설비를 적용할 순 없다. 현장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해줘야 한다. 탄탄한 협력체계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김경진(51) ㈜엔비인사이트가 말하는 ‘최적의 솔루션’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김경진 ㈜엔비인사이트 대표는 현장과 연구 경험을 두루 갖춘 환경 전문가다.[사진=천막사진관]
김경진 ㈜엔비인사이트 대표는 현장과 연구 경험을 두루 갖춘 환경 전문가다.[사진=천막사진관]

✚ 교원 창업으로 ㈜엔비인사이트를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수자원본부, 글로벌 환경 전문기업 수에즈(SUEZ WTS) 등에서 20년 이상 일해왔습니다. 그러다 2019년부터 성균관대 건설환경시스템 공학부 연구교수로 근무했고요. 그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서 주관하는 실험실 창업 프로그램에 선정돼 과기부와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아 이듬해(2022년) 창업했습니다.”

✚ 연구소, 글로벌기업, 학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셨지만 창업은 또다른 세계잖아요.
“다양한 곳에서 근무하면서 항상 느낀 게 있습니다.”

✚ 뭔가요?
“환경 분야는 연구와 현장의 괴리가 매우 큽니다.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의미한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현장은 또 어떻고요? 20~30년 전부터 유망분야라고 주목을 받아 왔지만 폐수·분뇨·폐기물 등을 다루다 보니 많은 이들이 기피합니다. 연구와 설계는 하이테크(Hi-tech)를 지향하고, 현장은 여전히 로테크(Low-tech)에 머물고 있습니다.”

✚ 연구와 현장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창업하셨다는 말씀이신가요?
“맞습니다. 현장 테스트와 진단을 바탕으로 현장 맞춤형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창업에 나섰습니다. 환경과 기술을 새롭게 통찰하고 싶다는 뜻을 담아 회사 이름은 엔비인사이트(environment+insight)라고 지었고요.”

✚ 환경 분야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엔비인사이트는 그중에서도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나요?
“최근 환경 분야에서는 ‘오존 고도산화(Ad vanced Oxidation Process)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첨단 기술이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처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사업모델입니다.”

✚ 오존 고도산화 기술을 조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시겠어요?
“환경부는 수자원 오염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올해부터 모든 하·폐수처리 시설의 총유기탄소(Total Organic Carbon·TOC)를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업체들은 기존 설비를 보완하거나 새롭게 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죠. 오존 고도산화는 산화제를 넣어서 TOC를 비롯한 난분해성 수질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공정입니다. 사실상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이고 가장 마지막에 적용하는 프로세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오존을 활용해 수질 오염물질을 처리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오존은 현장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2차 오염 없는 강력한 산화제입니다. 유럽에서는 100여년 전부터 수水 처리에 오존을 이용해왔죠. 과거에는 정수장을 소독하는 등 오존을 제한적으로만 이용했지만 현재는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 그동안 오존을 이용한 처리기술도 점점 발전했겠군요.
“예전엔 기껏해야 세균·살균 용도로 오존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발암물질·화학물질 등 제거해야 할 유기물질이 워낙 많습니다. 처리해야 할 타깃이 달라지고 개선해야 할 사항도 많아졌죠.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해 국내 기관, 기업들은 여전히 20년 전 설계나 시공 기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 고도화한 설비나 설계가 필요하단 얘기죠. 그러기 위해선 현장 테스트·진단 등 사전 컨설팅이 매우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국내엔 아직 그런 인식이 부족합니다.”

✚ 그걸 개선하기 위해 창업에 나섰다고 앞서 말씀하셨죠.
“엔비인사이트는 연구와 테스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와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수요자설계구역 2곳에 실험실, 연구장비 등을 구축했습니다. 현장 테스트를 위해 모바일 파일럿 테스트(Mobile Pilot Test)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요. 연구와 테스트 설비는 국내 관련 기업 중 최고 수준입니다.”


✚ 그럼 엔비인사이트에서 연구부터 테스트, 처리까지 모든 공정을 도맡아서 하나요?
“분야별 협력체계는 있습니다. 연구는 성균관대 건설환경연구소와 협업을 하고, 각종 수처리 프로젝트는 글로벌 1위 환경기업인 수에즈, 대구·경북지역 1위 환경기업인 ㈜청수와 전략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가령, 모 업체가 오염물질 처리를 청수에 요청하면, 저희가 현장에서 테스트와 진단을 한 뒤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그러면 협력업체들이 장비를 제공하고, 그걸로 다시 저희가 설치와 시운전을 합니다.”

✚ 탄탄한 협력체계네요.
“중요한 것은 오염물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처리하느냐입니다. 엔비인사이트는 현장 테스트를 통해 기존 장비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려해 효율성이 높은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말씀드렸듯 오존 고도산화는 최고의 기술입니다. 이제 이 기술을 쓰지 않으면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환경문제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졌습니다. 문제는 그만큼 비싸요. 그래서 저희는 최고의 기술을 최적의 기술로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 예를 들면요?
“기존 설비를 고효율 오존 용해 장치 또는 하이브리드 공정(오존+응집·여과, 오존+생물처리, 오존+활성탄 등)으로 바꿀 수 있도록 현장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설치 사례 또는 성과가 궁금합니다.
“지난해 전북 부안군 축산폐수처리시설에 고효율 오존시스템(Ozone Dynamic Sys tem)을 설치했습니다. 처리효율이 기존보다 50% 이상 향상됐습니다. 2021년 한해 제지·화학·전자·금속업종 등 15개 배출시설에 오존 고도산화기술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해 사업으로 연계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수자원공사 경북 고령정수장의 오존 설비를 수주했고요.”

✚ 예전보다 환경을 대하는 업체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죠? ESG 경영도 화두고요.
“현장에서도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경영층의 목표와 현장 간의 괴리감이 좀 있습니다. 세부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부에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개선되지 않을까요? 
“오염물 처리공정과 관련 설비를 확충해 오염물질을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해 탄소중립 취지를 훼손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적절하게 기존 설비를 보완하고 최적화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정부도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고요. 저희 같은 현장 중심의 환경 컨설팅과 솔루션을 보유한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엔비인사이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를 위한 다양한 기술적 솔루션도 주목받고 있고요. 오존 고도산화 처리는 그 선두에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 테스트와 종합적인 검토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저희에게 기회일지 모릅니다. 오존 고도산화 처리 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전문적 노하우를 가진 ‘작지만 강한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아부을 생각입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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