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의 현주소 1편
인텔, TSMC, 삼성전자 투자 경쟁
韓 반도체 순위 6개국 중 5위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예전만큼 견고하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ㆍ더스쿠프 포토]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예전만큼 견고하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ㆍ더스쿠프 포토]

# 호황일 때는 누구든 잘나간다. 진가는 불황일 때 드러난다. 미래를 정확히 예견하고 대비를 철저히 할 때 새로운 변곡점이 생긴다. 세계 반도체 산업에 불황의 먹구름이 드리웠고, 한국 반도체 산업은 위기와 기회를 맞았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선 추격을 따돌리고,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느냐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 혹한기에도 꽃은 피는 법이다. 앞서느냐 처지느냐 분기점을 맞은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전망해 봤다. 그 첫번째 편이다.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1990년대다. 1974년 반도체 산업에 첫발을 내디딘 삼성전자가 18년 만인 1992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64M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듬해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제조국은 일본이었다. 1990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10개 반도체 기업 중 6개가 일본 기업이었다. 그들의 위상은 굳건해 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년 만에 시장의 판도는 180도 바뀌었다.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 기업들이 하나둘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한국 기업이 대체했다. 

한참 후발주자였던 한국이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메모리반도체 최강국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선제적 투자였다. 1990년대 후반 경기침체와 함께 메모리반도체 시장에도 예상치 못한 불황이 찾아왔고 일본은 투자를 축소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한국은 되레 투자를 늘렸다. 발빠른 선행 투자로 기술력과 생산력 확보에 힘을 쏟았다. 미래를 내다본 대비책이었다. 이는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재편되던 산업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면서 이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흥미롭게도 지금 반도체 산업은 199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또 한번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등 미래 사회를 열어젖힐 신산업이 반도체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들 신산업의 등장으로 반도체 산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거란 건데, 이는 단순히 시장이 확대되는 것뿐만 아니다. 기존에 형성된 국가간ㆍ기업간 힘의 구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례로 미국은 지난 8월 527억 달러(약 68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예산을 편성한 ‘반도체와 과학법’을 만들었고, 중국은 ‘반도체 굴기屈起’를 가속화하기 위해 1조 위안(약 186조원)에 달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밖에 유럽연합(EU)은 430억 유로(약 60조원), 일본은 6170억엔(약 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꺼내들었다.

각국의 정부만이 아니다. 인텔, TSMC,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기업 간의 투자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각 기업이 계획한 투자액만 해도 적게는 수십조원에서 많게는 100조원을 훌쩍 넘는다. 

문제는 한국 반도체의 현주소다. 세계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위상은 예전만큼 견고하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2021년 반도체 산업 경쟁우위 평가 결과’를 보면 이런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

이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ㆍ중국ㆍ대만ㆍ일본ㆍEU를 포함한 총 6개국 가운데 종합 반도체 경쟁력 순위가 5위에 그쳤다. 2020년 평가 결과(4위)보다 순위가 한 단계 더 낮아졌다. 메모리반도체(87점)에선 점수가 높았지만 시스템반도체(63점)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과거 메모리반도체가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던 것과 달리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결과다. 그럼 한국 반도체는 지금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할까. 2편에서 답을 찾아보자. 

고준영 더스쿠프 경영전문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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