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렇지만, 중세에도 사회를 지배한 중심축 하나는 ‘상인 집단’이었다. 이를 유럽 사람들은 ‘길드(Guild)’라고 불렀는데, 이 모임은 지역의 상거래를 독점하고 시장을 통제했다. 하지만 길드가 ‘권력집단’ 노릇을 한 건 아니다. 그들은 교회를 짓고 지역을 성장시키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수익에만 집착하는 오늘날 기업이 벤치마킹할 부분이다. ‘상인조합 길드의 탄생’ 첫번째 기사에서 봤듯, 길드의 기원은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 시대, 동업자들이 일정 구역에 모여 ‘콜레기아(Collegia)’란 이름의
[美 달구는 틱톡 논란]틱톡 금지, 정부가 강요할 수 있나“미국 하원의 입법(틱톡금지법 통과)은 연방법원에 ‘국가 안보상의 이유(하원이 인용)’와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를 놓고 평가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렇게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건데, 보도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3일 미국 하원에서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에는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의 IT 기업 바이트댄스를 향해 ‘6개월 안
# 지난 2월 더스쿠프는 視리즈 글꼴 저작권 사냥 1편 ‘7년 전 글꼴 도용했습니다: 갑자기 저작권 소장이 날아왔다(통권 586호)’란 기사에서 무분별한 글꼴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던 한 비영리법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해당 재판에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비영리단체는 똑같은 사안 탓으로 ‘쪼개기 소송’을 당했는데, 건별로 전혀 다른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視리즈 ‘글꼴 저작권 사냥’ 마지막 편이다. 가정을 하나 해보자. A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 B도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
[머스크 테슬라 스톡옵션 후폭풍]패소 시 뱉어낼 돈만 82조원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상대로 560억 달러(약 74조원) 규모의 테슬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취소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한 원고측 로펌 변호사들이 테슬라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법률수수료를 청구했다.주식매수선택권은 주식을 특정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따라서 주가가 매수가격보다 높아질수록 주식매수선택권을 가진 이의 이익도 커진다.지난 3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테슬라 소액주주를 대리했던 로펌의 변호사들은 이틀 전인 1일, 테슬라에 테슬라
종교인의 의복이 단순한 건 ‘신神’과 연관돼 있다. 1960년대 패션 용어로 쓰였던 심플리시티(simplicity)는 사실 신의 단순성(divine simplicity)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이는 신이 그 자체로 궁극의 존재란 뜻인데, 종교 의복이 단순한 것도 신의 단순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흥미로운 점은 맥주에도 ‘신의 단순성’을 구현한 제품이 있다는 거다.맥주는 기원전 때부터 제조해 먹었던 기록이 남아있다. 다만, 양조기술이 본격 발달한 건 중세시대다. ‘교회 세속화’에 반대해 8세기 때 불붙은 수도원 운동이 발단인데, 양조기
# 순간은 점點이다. 점 같은 순간만 봐선 전체를 파악할 수 없다. 전체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수많은 순간을 연결해 선線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앞뒤 맥락과 본질이 보인다. # 지난 1월 17일 수많은 미디어가 비슷비슷한 기사를 쏟아냈다. 2022년 7월,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원인을 다룬 기사였다. “…대한적십자사 직원이 버린 담배꽁초에서 불이 붙어서 혈액공급실이 타버렸다. 직원은 실화失火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 실화는 ‘실수로 불을 냈다’는 뜻이다. 이 때문인지 모든 미디어의
# 우리는 視리즈 ‘구독 공유 플랫폼 명암’ 1편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OTT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이 무엇인지를 알아봤습니다. 최근 OTT 업체들이 잇달아 구독료를 올린 탓에 이용자의 부담이 가중했고, 이에 따라 저렴한 가격에 OTT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 플랫폼의 인기가 급상승했죠.# 하지만 OTT 산업에 기댈 수밖에 없는 중개 플랫폼의 한계는 아직 명확합니다. 무엇보다 OTT의 약관을 거스르고 있다는 ‘약관 위반 논란’은 중개 플랫폼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약관 위반 논란에 OTT 업체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의
[애플, EU서 거액 벌금 물까]스포티파이 수수료 탓에 ‘덜미’애플이 유럽에서 거액의 벌금을 물게 생겼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 5명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해 유럽연합(EU)이 애플에 5억 유로(약 7185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EU 집행위원회(EC)는 애플이 자사 앱 마켓인 앱스토어를 이용해 스웨덴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스포티파이에 불리한 행위를 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2019년 스포티파이가 EU 규제
‘암표暗票.’ 글자 그대로 법을 위반해 몰래 사고파는 각종 표를 뜻한다. 사실 암표 문제가 불거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고속버스 터미널에선 명절 때마다 경찰 단속반과 암표상의 전쟁이 펼쳐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암표가 기승을 부렸다. 문제는 그로부터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암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다.1990년대만 해도 길에서 암표상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터미널이다. 이들은 특히 귀성객이 몰리는 명절에 활개를 쳤다. 승차권을 정가의 3~6배에 판매하는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원 노후화 개선을 명목으로 10억원이 넘는 나랏돈을 타냈다. 2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경북혈액원 화재 사건이 ‘시설 노후화’ 때문이라고 주장한 결과다. 하지만 이 혈액원에 불이 난 진짜 이유는 직원이 피우다 만 ‘담배꽁초’였다. 도대체 대한적십자사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22년 7월에 발생한 ‘대구경북혈액원 화재’ 사고의 진짜 원인은 더스쿠프가 단독 보도한 내용 그대로였다(“대구경북혈액원 화재 직원 담뱃불 때문”ㆍ더스쿠프 통권 532호). 화재를 일으킨 장본인은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은 당직
“촉법소년 연령을 만 12세(현행 만 14세)로 하향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공약이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는 2022년 12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로 한 살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의 공약보단 완화했지만 소년범의 처벌을 강화하겠단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그렇다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재범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25일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서울 강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 건으로 기소된 재판(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함께 기소돼 수년간 재판을 받아온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3명의 피고인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주장은 왜 뒤집힌 걸까. 하나씩 살펴보자. ■ 검찰의 판단 = 이 회장 등은 2020년 9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
때아닌 상속세 논란에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주는 상속세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법의 개정을 두고 의견이 오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국가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도는 고려해야 한다. 그런 논의도 없이 선거를 앞두고 상속세 완화나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포퓰리즘일 뿐이다. 상속세는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세금보다 비장하다. “상속은 사망으로 인해 개시된다”란 민법(제997조) 조항처럼, 상
영화 파고(Fargo)는 ‘스릴러 코미디’ 장르로 분류돼 있다. 아마도 미국 관객들에게는 극도로 감정을 억누르고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도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들이 비현실적이다 못해 코믹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아내와 장인에게 쌓인 불만이 많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항상 미소를 머금고 상냥하게 대한다. 제리는 장인이 자신이 힘들게 기획한 사업 아이템을 날로 먹을 때도 그 부당함을 정면으로 따지지 않고 어정쩡한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용을 쓴다. 어깨가 축 처져 장인의
상황5금전 몇 푼을 위한 출근길수백 일 벽을 마주해야 오도송을 읊을까오전 9시 15분 전, 2호선 전철 속손끝 하나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타인의 숨결이 뒷덜미로 느껴지는초여름 초만원 전철 속에서코피가 터진다황급히 고개를 쳐든다턱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피를닦을 수 없다피는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적시지만닦을 수 없다피는 왈칵 밀려드는 사람의 파도 속에서타인의 등에도 묻지만닦아줄 수 없다내 피가 당신의 등을 더럽혔노라고사과할 수도 없다밟고 밟히는 발사과의 말 대신소리 죽인 신음, 기어드는 비명이 많은, 많고 많은 사람 가운데양옆의 두 사람
21년 만에 도서정가제에 큰 변화가 나타날 조짐입니다. 정부는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웹툰ㆍ웹소설 등 웹 콘텐츠를 제외하겠다는 겁니다. 영세서점들은 도서정가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더 많은 할인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출판업계에 내재된 고질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도서정가제는 출판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찬반 논쟁도 격합니다. 2022년 대선 당시엔 거대 양당 후보가 ‘도서정가제 축소(윤석열)’와 ‘강화(이재명)’란 엇갈린 정책을 내놓기도 했죠. 도서정가제는 책 할인을 15%(가
#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12년 만에 사라질 듯합니다.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죠.# 찬성하는 여론도, 반대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의 당사자 격인 소상공인이 ‘의무휴업’ 폐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점입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단말기유통법’ ‘도서정가제’와 함께 대형마트 영업
과거를 따져 묻지 않은 채 미래를 지향할 수 있을까. ‘그땐 몰랐다’는 말이면 그게 뭐든 면죄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과거를 따지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자는 말은 가해자들이 즐겨 구사하는 언어다. 자국이든 타국이든 과거를 ‘묻어놓고’ 미래를 보자는 사람들의 생각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그 여자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독일의 법대 교수이자 소설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대표작 「책 읽어주는 남자(1995년)」는 10대 소년과 30대 여인의 파격적인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1958년 서독 노이슈타트. 비 오는 어느 날
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것을 잊는다. 기억은 불안정하고 우리는 이 불안한 기억을 취사 선택한다. 하지만 불편하고 수치스러운 과거를 응시하는 자만이 용서를 바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2차 세계대전 때 생체실험을 진행한 규슈대학 의학부가 2015년 그 자료를 전시하기로 결정한 건 함의가 크다.1945년 6월, 미군의 B-29 폭격기 한대가 일본 규슈(九州) 상공에서 격추돼 승무원 12명이 포로로 잡혔다. 미군의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인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일본 군부는 재판도 없이 미군 8명의 처형
2023년은 팬데믹으로 숨죽였던 문학계가 활기를 다시 찾은 한해였다. 전국 단위의 문학행사들이 활발하게 열리고 K-문학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건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이 범람하고, 도서정가제 합헌, 알라딘 해킹, 블랙리스트 기억의 소환 등 곱씹어볼 만한 이슈도 숱했다. 더스쿠프와 Lab. 러터러시가 2023년 한해 문학계 이슈를 모아봤다.■빛 : 대형 문학 행사 = 제9회 세계 한글 작가대회, 목포문학포럼, 한국문학번역원 디아스포라 교류행사 ‘경계를 너머, 한글문학’ 등 문학계 내 대형 행사가 모두 성황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