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은 점點이다. 점 같은 순간만 봐선 전체를 파악할 수 없다. 전체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수많은 순간을 연결해 선線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앞뒤 맥락과 본질이 보인다. # 지난 1월 17일 수많은 미디어가 비슷비슷한 기사를 쏟아냈다. 2022년 7월,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원인을 다룬 기사였다. “…대한적십자사 직원이 버린 담배꽁초에서 불이 붙어서 혈액공급실이 타버렸다. 직원은 실화失火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 실화는 ‘실수로 불을 냈다’는 뜻이다. 이 때문인지 모든 미디어의
# ‘웃으면서 인사한다’는 이유로 맞았다.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며 또 맞았다. 대한적십자사 동부혈액원 직원 B씨는 그렇게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됐다. # B씨는 어쩔 수 없이 동부혈액원에 폭행의 실체를 털어놨다. 달라진 건 없었다. 폭행 여부를 감사한 동부혈액원 책임자 C씨는 “괴로워서 잠이 안 오면 양주 먹고 자라”는 등 괴상한 말만 늘어놨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담긴 ‘폭행 문답서’를 가해자 A씨에게 넘겨줬다. 훗날 A씨는 폭행 혐의로, C씨는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 # 이 이야
# 8년 전, 동부혈액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터졌다. 상급자가 후배직원을 틈만 나면 폭행했다. 사건이 공론화했는데도 동부혈액원 행동강령책임관은 해괴한 말만 늘어놨다. “참아라.” “괴로우면 양주 먹고 자라.” 이 책임자는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폭행 문답서를 건넨 혐의로 벌금형까지 받았다.# 그런데, 가해자는 여전히 대한적십자사에 있다. 문제의 행동강령책임관은 지난 3월 동부혈액원 원장으로 복귀했다. 지금 대한적십자사에 없는 이는 ‘피해자’뿐이다. 이 납득하기 힘든 일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더스쿠프가 동부혈액원에서 벌어
# 워치독(Watch dog·감시견)의 역할은 정부·기업·조직의 법적 부정과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는 거다. 워치독이 울지 않는 조직은 그래서 퇴행적일 뿐만 아니라 모럴해저드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 여기 한 공공기관이 있다. 누군가 징계 이력을 숨긴 채 고위직 임원에 올라도 내부감사실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그가 법인카드를 유용하고, 내규에 없는 값비싼 사택舍宅에 주거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그 자리에만 오르면 ‘출퇴근 기록’을 남기지 않지만 내부 감시망은 침묵한다. 웃지 못할 불공정 특혜다. # 이뿐만이 아니다.
# 대한적십자사 고위직은 근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일반 직원에겐 통상의 절차일 뿐인 ‘출퇴근 태그’조차 찍지 않아 관련 기록을 수개월 누락했다. 이것만으로도 공정하지 않은 데, ‘관용차를 타고 다녀서 찍지 않은 것’이란 그들의 변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기본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직원에게 업무를 부여하기 위해 끼우는 첫 단추인 채용 절차에서도 개선해야 할 과제가 숱하게 많다.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지적받고도 내부감사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다. 대한적십자사가 매년 국정
여기 헌혈과 회비 등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있다. 누구보다 높은 도덕적 우위를 견지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주요 기관장들이 출퇴근 기록을 남기지 않고 일하는가 하면 사무총장 같은 중요 직위를 내부공모 절차도 없이 임명했다. 혈액원에 화재가 발생해 혈액제제가 낭비되는 대형 사고를 쳤는데도 화재 원인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더스쿠프가 국민의 냉소와 허탈감을 부르는 대한적십자사의 느슨한 근태와 채용, 감사 시스템을 살펴봤다. 대한적십자사의 민낯 첫번째 편이다. 대한적십자사 고위직의 근태는 불량했다. 그냥 불량한 수준
2022년 여름에 발생한 ‘대구경북혈액원 화재’ 사고의 진짜 원인이 직원이 피운 ‘담배’ 때문이란 결과가 나왔다. 더스쿠프의 단독 취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검찰은 혈액원 직원 A씨를 담뱃불에 따른 실화失火(잘못해 불을 냄) 혐의로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일정한 벌금을 정해 재판부에 넘기면, 서면 심리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누전과 노후화한 시설을 화재의 원인 중 핵심이라고 주장했던 대한적십자사의 해명은 일단 ‘거짓’으로 드러났다.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검찰에서 담뱃불을
지난해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K씨가 임명 4개월 만에 사임했다. 더스쿠프가 보도한 K씨의 특혜 논란이 사실로 밝혀진 탓이었다. 문제는 불똥이 애먼 곳으로 튀었다는 점이다. K씨의 눈밖에 난 기관장 2명은 K씨가 사임한 직후 괘씸죄에 걸려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직접 나서 ‘사직서 거래’를 꾀했다는 점이다.전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K씨가 자리에서 물러난 건 2021년 3월 31일이다. 2020년 11월 16일 임명된 지 불과 4개월여 만의 일이었다. 그만큼 취임부터 사임까지 문제가
# “조직의 고위 관계자가 내부규정에도 없는 호텔 숙박비를 쌈짓돈처럼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조직은 이를 감추기 위해 결재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했다. 심지어 시행규칙을 졸속으로 신설해 호텔비 결제를 정당화했을 뿐만 아니라 값비싼 사택舍宅까지 제공했다. 이 모든 게 단 한사람만을 위한 셀프 특혜였다.” 지난해 3월 26일 더스쿠프가 단독보도한 기사의 골자다.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K씨를 둘러싼 특혜 논란이었다. ☞ 관련기사➊ 대한적십자사 셀프 특혜➋ 대한적십자사 총장은 왜 고발당했나# 기사가 보도되자 대한적십자사 내부에선 ‘대책회의’가
# A사는 공공기관 B사에서 2006년부터 자신들이 생산한 면역검사장비를 운영해 왔다. 그렇게 14년째가 되던 2020년 A사는 B사에 “해당 장비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B사는 다른 면역검사장비를 들이면 그만이다.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면 ‘합리적인 가격대’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B사는 ‘이상한 선택’을 했다. “유찰 가능성이 높다” “검사 공백이 발생하면 안 된다” 등등의 이유를 들어 A사의 새로운 면역검사장비를 받기로 했다. 공개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 방식은 진행하지 않았다. 단순 ‘변경계약’으로 일을 마무
# 당신의 헌혈정보가 제3자에게 무단으로 넘어갔다. 여기엔 헌혈 장소, 성별, 나이, 직업, 혈액형, 기념품 수령 내역 등 신상정보가 담겨있다. 혹시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헌혈할 때 개인정보를 넘겨도 좋다고 동의한 적이 있는가. # 국내 헌혈의 93%를 책임지고 있는 대한적십자사에서 176만건의 헌혈자 개인정보를 민간업체(카이스트ㆍSK텔레콤)에 무단으로 넘긴 사건이 터졌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심지어 개인정보가 유출된 헌혈자도 이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더스쿠프(The
대한적십자사는 국민의 적십자사회비와 헌혈사업 등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대한적십자사에 엄격한 청렴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인사 문제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의 인사 논란은 고질병에 가깝다. 지난 3월엔 사무총장이 모럴해저드 논란으로 해임되더니, 최근엔 ‘깜깜이 깐부 인사’ 논란으로 시끄럽다. 모두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 체제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대한적십자사 신 회장의 ‘맘대로 깐부 인사’ 논란을 단독 취재했다.“부회장과 회장 특별보좌관을 선임 기준도
호텔에서 법인카드부터 긁었다. 근거는 없었지만 멋대로였다. 그 후에 ‘셀프’로 근거를 만들었다. 그것도 ‘높은 사람’만을 위한 근거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규정에도 없는 비싼 사택을 얻으려 셀프 규칙을 활용했다. 자기 회사도 아니다. 국민의 헌혈로 얻은 수익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을 둘러싼 논란이다. 그는 왜 그런 걸까. 그에게 부역한 이는 누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독 취재했다.김태광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이 지난 3월 8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스쿠프가 입수한 고발
■ 김태광 총장 업무상 배임혐의 고발 당해■ 임시숙박비 규정 없는데 호텔비 맘대로 결제 ■ 적십자사, 총장 위해 임시숙박비 규칙 신설 ■ 이 규칙 근거로 값비싼 사택까지 제공■ 임직원 4000여명 중 1명만 위한 규칙 ■ 규칙 신설시 심의‧의결기구 의견 듣지 않아■ 신희영 회장 승인 절차 ‘패싱’ 의혹 # 보건복지부 산하 ㄷ공공기관엔 ‘임시숙박비’ 규정이 없었다. 설사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임직원이 ‘거처’를 마련하지 못했더라도 임시숙박비를 청구할 수 없었다. ㄷ공공기관 임직원 4000여명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규정이었다. # 이런
간호사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살쪄서 유니폼 하의가 타이트하다.” “바지가 너무 붙는다.” “일자 몸매다.” 신체접촉도 했다. 간호사의 팔짱을 끼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안마를 한다’면서 어깨를 두드리고 주물렀다. 간호사로부터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는 민원을 받았지만 사실 확인도 없이 가해자의 각서만 받은 채 전결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기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는 ‘대한적십자사’ 김태광 사무총장이 2015년 10월 받은 징계 이유들이다. 징계 수위는 견책이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김 총장은 지난 11
“적십자회비는 깨끗하게 사용됩니다. 철저한 자체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정감사와 보건복지부 감사를 통해 투명성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측이 설명하는 ‘(자신들의) 예산 집행 투명성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연 7600억원에 이르는 모든 예산이 촘촘하게 감시를 받는 건 아니다. 최근엔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헌혈송 제작사업에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애먼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김다린 더스쿠프 기자quill@thescoop.co.kr
# 대한적십자사는 비영리 특수법인이다. ‘혈액사업’ ‘대북민간사업’ ‘재난구호’ 등 공공사업을 맡고 있다. 직원 복무관리엔 국가공무원 규정을 준용하고, 계약을 맺을 땐 국가계약법을 따른다. 예산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적십자회비와 헌혈로 모인 피를 활용해 만든 돈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대한적십자사가 사업을 진행할 땐 공공성은 물론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 최근 이 기관이 벌인 두건의 사업을 보자. ‘헌혈송’을 만드는 데 20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고, 3분짜리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용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