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골집 짓기 2편

하루만 쉬어도 잡초가 무성합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관리비는 왜 그리 비싼지 모르겠습니다. 장마철엔 수해, 겨울철엔 동파에 대비해야 합니다. 도시처럼 ‘가만히 있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일상은 마비돼 버릴지 모릅니다. 요즘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처럼 ‘시골집’은 정말 판타지 공간일까요?

시골집에서 생활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골집에서 생활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내집 짓기’에 도전했습니다. 시골살이 13년차 만입니다. 스스로 ‘시골살이를 잘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떨치지 못한 탓에 땅구입부터 집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시골’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기로 했습니다.지난번 칼럼에서 말씀드렸던 저의 ‘아버지처럼’ 말이죠. 오늘은 ‘아버지가 떠나신’ 그 이후의 일을 적어보려 합니다. 

아버지가 행복하게 ‘마지막’을 보내신 곳, ‘청양땅’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많은 걸 남겼습니다. 회의를 거쳐 우리 가족은 ‘청양땅’에 가족을 위한 새 시골집을 짓기로 했죠. 사실 읍·면에서 ‘스몰하우스’를 짓는 건 그리 까다롭지 않습니다. 전체 면적이 100㎡(약 30.2평)가 되지 않는 주택은 허가가 아닌 신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신고 후 면사무소의 검토만 거치면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참고: 다만, ‘허가방’이라고 불리는 면사무소 앞 건축사무소를 경유하면 검토 기간이 빨라진다는 점은 참고하면 좋습니다.] 

이렇게 집을 짓는 법적 절차는 간단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현지 주민과 스킨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지으면 곤란한 일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지역 특유의 제도와 관습이 있어서죠.

시골에서 제2의 삶을 가꿀 생각이라면 귀찮고 까다롭더라도 그 관습 정도는 익히는 게 좋습니다. 필자가 시골살이를 충동적으로 결정해 무턱대고 집부터 지으면 안 된다고 거듭 말하는 이유입니다. 


시골집을 지은 다음에도 상상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집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시골집을 ‘판타지 공간’처럼 연출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골살이를 한번이라도 경험한 이들은 그게 ‘허상虛想일 뿐’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을 정도죠. 

실제로 이천·여주·양평을 포함해 경기도 주변과 전국 각지에 만들어진 100~132㎡(30~40평대) 크기의 2층짜리 전원주택은 겉보기만큼 화려하지 않습니다. 난방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고, 근사한 잔디밭의 잡초를 제거하는 건 허리를 휘게 하는 중노동에 가깝습니다. 시골집에서 몇년을 지내보면 모두가 공감하는 시골살이의 모습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여름엔 자고 나면 잡초가 자라 있더군요. 아무리 제거해도 끝이 없습니다. 그것들의 이름이 왜 ‘잡초’인지를 그제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장마철엔 수해, 겨울철엔 동파에 대비해야 합니다. 도시처럼 ‘가만히 있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일상이 아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말씀드렸듯 관리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골집은 난방이 쉽지 않아 겨울철엔 보일러 돌리는 데만 상당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겨울철 난방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기요금이 싼 것도 아닙니다. 전원주택에 사용하는 주택용 전력(저압)의 가격은 아파트 전력(고압)보다 5% 이상 비쌉니다. 필자가 바닥면적이 45㎡(약 13평)에 불과한 스몰하우스를 만든 덴 이처럼 현실적 고민도 있었습니다. 말이 스몰하우스이지 다락에 발코니까지 있으니 딱히 불편한 것도 없습니다. 

필자의 ‘새집 짓기’ 프로젝트는 긍정적인 결과를 남겼습니다. 다만, “귀농이나 귀촌은 함부로 선택할 게 아니다”는 평소의 생각은 집을 짓는 과정에서 더 강해졌습니다. 집을 지을 때 거쳐야 할 ‘허가방’, 집을 지을 때 만난 지역 주민들의 속마음, 집을 관리할 때 드는 어마어마한 노동력 등을 경험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누군가는 지금도 제2의 인생을 시골에서 보내는 걸 꿈꾸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시사철 자연을 만끽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야 ‘시골살이’는 꿈처럼 아름다울 겁니다. 하지만 시골살이도 현실이기 때문에 ‘돈’과 ‘노동’을 투입해야 합니다. 시골살이를 꿈꾸는 이들에게 ‘5도2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의 삶을 먼저 경험해보길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가 약간 수그러든 올봄부터 필자는 ‘청양 시골집’에 친구나 지인을 초청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작지만 예쁜 시골집을 본 이들은 처음엔 ‘부럽다’는 말을 건네지만, ‘15년 정도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엔 얼굴이 달라집니다. 시골살이는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역시 ‘인생의 연장선’이니까요.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