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 재취업 후 이야기 1편 
재취업 노리는 5060 위한 전략

5060세대는 말합니다. ‘아직도 일할 힘이 충분한데, 사회가 시간을 주지 않는다’고요. 2030세대도 일자리를 찾기 힘들긴 하지만, 이 목소리에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어쩌면 2030과 5060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 사회의 몫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5060세대가 2030세대와 똑같은 일자리를 찾으려 하면 안 됩니다. 2030세대가 원하지 않는 지점, 그곳에 5060세대의 수요가 있을지 모릅니다. 

재취업을 원하는 5060세대는 젊은층이 원하지 않는 곳을 노리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취업을 원하는 5060세대는 젊은층이 원하지 않는 곳을 노리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가 재취업에 성공한 게 올 5월이니 벌써 100일이 훌쩍 흘렀군요. 지금 제가 근무하는 곳은 물류센터의 시설팀입니다. ‘높이 400m 너비 200m’에 이르는 물류센터의 전기·기계·시설 등을 관리하는 게 제 업무죠.

명색이 ‘금융컨설턴트’란 사람이 웬 시설팀이냐고요? 오해 마세요. 낙하산도, 지인 찬스를 쓴 것도, 제 전공과 무관한 것도 아닙니다. 금융컨설턴트란 타이틀답게(?) 전 재취업 준비를 남들보다 빨리 시작했습니다.

전략도 제법 탄탄하게 세웠죠. 나름의 현장 경험과 강의를 통해 제가 선택한 전략은 ‘자격증 따기’였는데, 일일이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2019년 1종 대형면허 자격증, 2020년 지게차·굴삭기 자격증, 2021년 전기기능사 자격증…. 

이쯤 되면 누군가는 또 이렇게 묻겠군요. “자격증만 따놓으면 나이가 많아도 취업할 수 있겠네요”라고요. 이 질문에 냉정하게 답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50대를 넘어선 나이에 재취업에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힘듭니다. 

관련 통계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기업에서 퇴사한 55~74세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재취업 여부를 물어본 결과, ‘1년 이내에 정규직으로 재취업’한 사람의 비중은 9.0%에 불과했습니다. 더불어 5년 내 재취업에 실패한 비중은 30%를 훌쩍 넘었습니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물류센터 시설팀은 쉽게 구한 자리가 아닙니다. 이런저런 자격증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취업박람회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닌 끝에 구했습니다. 어쨌거나 ‘자격증 따기 전략’은 더스쿠프 통권 493호 ‘60세 된 나의 정규직 재취업 일지’에 자세히 적어놨으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금융컨설턴트 엉클조의 ‘재취업 이후 삶’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까요? 별 얘기는 아닐지 몰라도,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이들에겐 도움이 될 듯합니다. 

■재취업 후❶ 주주야야비비= 제 하루 일과는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물류센터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수리→점검→확인 등의 절차를 마무리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갑니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엔 하루 두세번씩 온 몸이 땀에 젖고 마르기를 반복합니다.

다만, 저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에 근무하지 않습니다. ‘주주야야휴휴’ 3교대를 돕니다. 주주야야휴휴가 뭐냐고요? 쉽게 말해 이틀은 주간, 또 이틀은 야간에 일하고, 나머지 이틀은 쉬는 근무형태입니다. 

사실 ‘주주야야휴휴’는 은퇴자가 고민해 볼 만한 근무방식입니다. 주말을 중시하는 젊은층이 선호하지 않는 근무 패턴이어서 ‘일자리’가 비어 있을 확률이 제법 높습니다. 

실제로 물류센터 현장에선 인바운드(Inbound), 아웃바운드(Outbound) 등 물류 업무에 땀을 흘리는 2030 젊은이들도 많지만 ‘주주야야비비’의 근무패턴을 좋아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참고: 인바운드 물류는 비즈니스 조직에 제공되는 물품을 조달하고, 처리하며, 수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웃바운드 물류는 조직에서 나가는 물품을 보관하고 포장하며, 운송하는 작업을 뜻합니다.] 

실제로 ‘주주야야비비’를 해보니 어떠냐고요?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만족스럽습니다. 사실 ‘주주야야비비’엔 쉴 타이밍이 두번 있습니다. 이틀에 걸친 주간 근무를 마치고, 야간 근무를 들어갈 때가 첫번째 ‘휴식 타이밍’입니다. 저녁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 다음날 오전·오후를 맘껏 쉴 수 있다는 건 ‘꿀 같은 여유’ 입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이틀에 걸친 휴무일은 ‘두번째 휴식 타이밍’인데,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휴무 첫날엔 시골에 가고, 휴무 둘째날엔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갈 수 있으까요. 주말이면 늘 사람들을 괴롭히는 ‘교통 혼잡’ 현상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것도 있긴 합니다. 주간·야간·휴무를 반복하다보면 ‘생체리듬’이 깨질 수 있습니다. 색다른 근무 시스템 속 건강 이야기는 ‘다음호’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글 =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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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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