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벤처 단비기업❽
김동현 슬기로운도시농부 대표
도심 속에 스마트팜 설치
클린룸에서 무농약 수경재배
당일수확 당일배송 원칙

임금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3세(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ㆍ2022년)다.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65세까지 소득 크레바스(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가 무려 15년이나 된다. 이 기간 많은 은퇴자는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갖가지 ‘모험’을 하는데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김동현(42) 슬기로운도시농부 대표는 도심형 스마트팜(Smart farm)으로 이제 막 인생 2막을 열었다. 이를 통해 시니어 일자리 대안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김동현 슬기로운도시농부 대표는 ‘도심 속 농장’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사진=천막사진관]
김동현 슬기로운도시농부 대표는 ‘도심 속 농장’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사진=천막사진관]

도심 속 한 건물.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불을 켜자 농장이 나타난다. 165㎡(약 50평) 규모의 스마트팜에서 푸릇한 잎채소가 적당한 습도와 온도, 양액養液(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무기양분을 용해시킨 배양액)을 먹고 쑥쑥 자라고 있다. 165㎡가 작은 크기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수평 베드를 6단으로 쌓아 노지의 1320㎡(약 400평) 규모 생산량과 맞먹는다. 인천 계양구 서운동에 위치한 도심형 스마트팜 ‘슬기로운도시농부’의 모습이다.

슬기로운도시농부를 설립한 김동현 대표는 2021년 말까지만 해도 금융사 에이전트로 활동한 금융인이었다. 오랜 시간 금융업계에 몸담은 그는 ‘도심 속 농장’이란 콘셉트에 이끌려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고 농업박람회를 다니며 시장조사를 했습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도 지원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 탓에 문턱을 넘지 못했죠. 아무래도 혼자 힘으론 역부족인 거 같아 포기하려던 차에 동료도 저처럼 스마트팜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힘을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하는 스마트팜 관련 교육을 들으면서 동시에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가 운영하는 단비기업에도 지원했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관련 지식만큼이나 창업기업을 지탱해줄 ‘버팀목’이 중요하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단비기업은 사업계획서 한 장만으로 지원이 가능하고, 체계적인 컨설팅도 이뤄집니다. 그 과정에서 사업 방향을 가다듬을 수 있었죠.”

그는 ‘사업비전’을 인정받아 2022년 6월 단비기업에 선정됐다. 이를 발판으로 법인도 설립했다. 작은 성과를 냈지만 그때까지도 ‘잘되겠어?’라면서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김 대표는 자신의 결정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무농약으로 깨끗하게 재배하면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직을 살려 창업 후 재무제표를 냉정하게 분석한 것도 그의 자신감에 한몫했다. “농업박람회에 가보면 꿈같은 얘기를 많이 합니다. 금방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설비에 투자한 게 있으니까 당장 흑자를 내긴 어렵습니다. 3년까진 적자를 각오해야겠더라고요. 하지만 설비내구 연한인 10년 안에는 흑자로 전환하고, 슬기로운도시농부를 성장하는 회사로 키울 수 있겠단 계산이 나왔습니다.”

착실한 준비 끝에 슬기로운도시농부는 지난해 하반기 시험재배를 시작했다. 유해 환경을 완벽하게 차단한 클린룸에서 무농약으로 바티머ㆍ버터헤드ㆍ미니로메인 등 12종의 엽채류를 수경재배하고 있다.

“도심형 스마트팜에선 잘 자라는 작물 한 가지만 선택해 재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많아야 세 종류죠. 사업적으론 그게 좋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재배 기술을 익히고 싶어서 여러 종류를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최근엔 무농약 재배 인증을 받아 온라인 판매를 개시했다.

김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일수확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하루 정해진 양(40㎏)만 수확한다. 매일 수확하고 매일 포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소비자에게 가장 신선한 상태로 채소를 제공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김 대표는 이 시스템이 잘 갖춰지면 수도권 벨트를 구축해 오늘 수확한 채소를 오늘 먹을 수 있는 환경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가 되면 슬기로운도시농부 스마트팜을 프랜차이즈로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까지 구상하고 있다.


“일반 농업은 거친 야외 환경에 노출되고 노동 강도도 꽤 높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팜은 환경이 쾌적하고 고강도의 노동력을 요하지 않죠. 시니어 일자리로 안성맞춤이에요. 소득 크레바스를 해소할 창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고요. 물론 그렇게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슬기로운도시농부가 우리 사회에 좋은 대안이 되길 꿈꿉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편집자 주-

☞ 단비기업은 “가장 절실한 순간 가장 필요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모토로 시작한 부천형 소셜벤처 브랜드입니다. 딱 한장만 내면 되는 ‘One page 사업계획서’ 시스템으로 문턱을 낮췄고, 2017~2022년 총 54개팀을 발굴했습니다. 이번 소셜기록제작소에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단비기업 6기 중 8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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