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알뜰폰 엇갈린 시선➊
가입자 1400만명 앞둔 알뜰폰
중소 사업자는 고사할 위기
시장 장악한 이통3사 자회사
자본 탄탄한 금융사 뛰어들어
도매대가 낮추면 숨통 트일까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처우를 두고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처우를 두고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알뜰폰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가입자 수 1400만명을 넘을 거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집니다. 이만하면 ‘소비자 가계 통신비 인하에 기여한다’는 출범 당시의 목표도 어느 정도 달성한 듯합니다. ‘0원 요금제’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지갑 부담을 덜어주고 있죠.

# 하지만 이곳에선 여전히 비명이 흘러나옵니다. 알뜰폰 시장을 이통3사 자회사가 빠르게 장악한 탓에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고사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 왜 알뜰폰의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른 걸까요? 알뜰폰 시장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더스쿠프가 視리즈 알뜰폰의 비명을 통해 그 시장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살펴봤습니다. 그 첫번째 편입니다.

알뜰폰 가입자가 올해 1400만명에 이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알뜰폰 가입자가 올해 1400만명에 이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알뜰폰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알뜰폰 가입자 수는 1306만2190명으로 2012년 서비스를 출범한 지 11년 만에 13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3월에도 1363만3057명을 기록하면서 꾸준히 가입자 수가 늘고 있습니다.

이 속도대로라면 올해 안에 가입자 1400만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통사 3곳의 평균 가입자 수가 2145만6909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수입니다.

그런데도 알뜰폰 업계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습니다. 내부에선 ‘위기’란 단어가 자꾸 흘러나옵니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알뜰폰 사업자 대부분이 고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을 운용하는 53개사 중 알뜰폰 가입자 수가 10만명을 넘는 사업자는 19개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34개 업체의 가입자 수는 10만명을 밑돌았다는 얘깁니다. 심지어 그중 17개 업체는 가입자를 1만명도 모으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가입자 10만명 이상인 19개 사업자의 상황이 괜찮은 것도 아닙니다. 가입자 100만명을 넘는 KT엠모바일을 필두로 미디어로그(LG유플러스 자회사)·LG헬로비전·SK텔링크 등 이동통신3사가 운영하는 알뜰폰 사업자 4개가 50만명 이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를 제외하면 가입자 30만명 이상을 보유한 곳은 유니컴즈, 프리텔레콤, 큰사람, KB국민은행 등 4개에 불과합니다. 규모가 커진 알뜰폰 시장의 과실을 이통3사가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약간 오래된 자료이긴 합니다만, 현재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전체의 51.0%(과학기술정보통신부·2022년 2월 기준)에 달하죠.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 | 뉴시스]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 | 뉴시스]

이런 구조에서 KB국민은행·토스모바일 등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을 제외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19개 사업자 중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3243억원, 영업적자 55억원으로 2021년(75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스테이지파이브도 매출 272억원, 영업적자 55원에 그쳤죠. 그나마 규모가 큰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러니, 영세한 사업자들의 상황이 어떨지는 불 보듯 뻔합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최근 중소 알뜰폰 사업자 달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 3월 10일 과기부는 알뜰폰 간담회를 열고 ▲이통3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 제한 ▲다양한 5G 알뜰폰 요금제 출시 장려 ▲알뜰폰 회사들의 도매대가 인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5G에서 알뜰폰 사업자에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간담회 이후 박운규 과기부 제2차관은 지난 4월 25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5G 도매대가를 신속하게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죠.

5G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망을 빌린 대가로 이통3사에 지급하는 비용으로, 이를 책정하는 권한은 이통3사에 있습니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들은 LTE(4G)에선 요금제의 40%, 5G에선 60%를 이통3사에 도매대가로 지불합니다.

그렇다면 5G 도매대가가 뭐기에 과기부 차관이 나서 ‘5G 도매대가의 인하’를 언급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과기부가 알뜰폰 육성 정책을 펼치는 이유 중 하나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을 이통3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중소 사업자들의 주요 무대는 4G입니다. 5G 알뜰폰 가입자는 22만105명(3월 기준)으로, 전체 5G 가입자(2960만502명)의 0.7%에 불과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알뜰폰 사업자들이 성장하려면 5G 가입자를 늘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언급한 것처럼 알뜰폰 사업자는 요금제의 60%를 이통3사에 지급해야 합니다. 당연히 5G 요금제를 짤 때 4G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만드는 게 쉽지 않습니다.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5G 도매대가 인하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인하한 만큼을 요금제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 5G 도매대가를 인하하면 5G 알뜰폰 가입자도 늘어날까요? 이전의 통계를 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20년 이통3사가 5G 도매대가를 한차례 낮춰주자 이듬해 5G 알뜰폰 가입자 수가 5905명(2020년 12월)에서 5만4815명(2021년 12월)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이통3사가 도매대가를 낮추면 중소 알뜰폰 업체에 큰 도움을 준다는 걸 입증해 줍니다. 정부가 이통3사를 재차 설득해 도매대가를 낮추려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 | 뉴시스]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 | 뉴시스]

여기까지가 알뜰폰 시장의 현재 상황입니다. 알뜰폰 가입자는 늘어난 게 사실이지만, 그 속 업체간 불균형은 더 심화했습니다. 이 상황을 두고 언론은 저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알뜰폰의 혜택을 보는 소비자가 늘어났으면 된 것 아니냐”면서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건 시장의 몫”이라고 말합니다. ‘모로 가든 한양으로만 가면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론도 귀담아들을 만합니다. “지금은 알뜰폰의 수혜를 입는 소비자가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멀리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소 알뜰폰 업체가 고사하면 결국엔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 것이다.”

양쪽의 주장 모두 타당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린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이어가 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