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부동산 급등 원인 분석
세종 주택 공급량 부족하지 않아
내지인 거래 많아, 풍선효과 아냐 

7월 집권여당이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추진단을 발족했다. 같은 달 세종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달에 비해 6포인트 이상 올랐고 8월에는 9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풍선 효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7월 세종 부동산 거래 10건 중 8건은 관할 시군구 내에서 일어난 거래였다. 규제가 약하지도 않았다. 이미 세종은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지역이었다. 그렇다면 세종 부동산은 왜 꿈틀거렸을까. 정부와 집권여당엔 해답이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세종의사당 플랜과 세종시의 집값이 불타는 이유를 분석했다. 

세종 부동산은 올해 7월을 기점으로 급등했다.[사진=뉴시스]
세종 부동산은 올해 7월을 기점으로 급등했다.[사진=뉴시스]

정부 세종청사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는 KTX를 타도 2시간 이상(편도 기준)이 걸린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종청사 공무원 10명 중 4명은 한달에 3회 이상 서울로 출장을 간다(2019년 기준). 왕복 일정이라면 하루에 4시간은 길에서 일을 해야 한다. 세종으로 국회를 옮겨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세종에 국회가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85.0%를 넘었다.

7월 26일 발족한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ㆍ행정수도추진단은 5개월 만인 12월 9일 균형발전 4대 기조를 공개했다. 추진단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국가균형발전 추진이 첫번째”라며 “서울과 세종으로 분리된 행정 비효율을 극복하고 국민적 동의를 끌어내 여야 합의로 국회 균형발전특위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상임위원회 11개를 세종시로 옮겨 ‘세종의사당’을 만드는 계획이 포함됐다.

세종 부동산 가격 ‘유례없는 급등’

갑작스러운 발표는 아니었다. 일자리와 인구를 빨아들이는 ‘수도권 과밀’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전부터 있었다. 세종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2012년 7월 탄생했지만 정부 청사 일부만 이주하면서 본래 목적을 완벽하게 달성하지 못했다. 국회와 청와대까지 옮겨가야 한다는 요구도 끊임없이 나왔다.

문제는 7월부터 세종 부동산 가격이 유례없는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는 거다. 행정수도 이전이 가시화하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 주택매매가격지수(2017년 11월=100)는 2020년 1월 103.1포인트에서 11월 137.6포인트로 올랐다. 서울 부동산 매매가격지수가 같은 기간 2.1포인트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상승폭이다. 

당연히 주택 평균 매매가는 세종이 아직 낮다. 2020년 11월 기준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는 7억108만원, 세종은 4억9510만원으로 세종 주택 평균 매매가는 서울의 70.6% 수준이다. 

문제는 추세다. 2020년 1월 세종 주택 평균 매매가는 서울의 52.3% 수준이었다. 서울과 세종의 주택 평균 매매가가 10개월 만에 18.3%포인트나 좁혀진 셈이다. 세종의 주택 공급량이 부족해서일까. 세종시의 주택과 가구의 수를 살펴봤다. 

세종 가구는 2018년 12만2900가구(통계청)에서 2020년 11월 14만2912가구로 늘어났다. 그렇다고 주택이 늘어나는 가구를 충족하지 못한 건 아니다. 세종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했던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주택 보급률은 110.0% 이상이었다. 10가구가 있다면 주택은 11호가 있던 셈인데 모든 가구가 집을 하나씩 가졌다고 가정하면 빈 주택 하나가 남는다. 이 기간 세종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10건 중 8건은 세종에서

정확한 주택보급률 통계가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2019년과 2020년에도 공급이 부족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의 예를 들어보자. 그해 세종의 가구는 13만1679가구였고, 신축 주택은 1만2233호(국토교통부)였다. 2018년 기준 주택이 13만1000여호였기 때문에 신규 물량을 합치면 2019년 세종 내 주택은 14만3000여호가 된다. 주택보급률은 약 108%다. 여전히 공급이 모자라지 않다. 

2020년 세종 부동산 거래 10건 중 6건은 내지인끼리의 거래였다.[사진=연합뉴스]
2020년 세종 부동산 거래 10건 중 6건은 내지인끼리의 거래였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2020년에 갑자기 주택이 부족해진 걸까. 세종시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14만2912가구가 세종에서 산다. 2020년 11월까지 세종에 둥지를 튼 신축주택은 3084호다. 14만3000여호에 3084호가 추가됐다고 가정하면 14만6000여호의 집이 있다는 얘기다. 여전히 주택이 가구보다 많다. 공식통계가 아니라는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당장 세종에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 아니란 건 사실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면, 세종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원인은 뭘까. 일부에선 ‘서울을 규제로 눌렀기 때문에 발생한 풍선효과’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외지인이 세종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말인데, 그 비중을 확인해보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지역에 사는 주민끼리 거래한 세종 부동산 거래 월평균 비중은 63.38%(2020년 11월 기준)이었다. 2018년 54.89%, 2019년 57.34%보다 높아졌다. 범위를 좁혀 구체적인 통계를 보면, 2020년 7월 세종 전체 부동산 거래 9124건 중 지역 내(관할 시군구 내) 거래는 8096건에 달했다. 거래 100건 중 88건이 세종 내에서 이뤄진 셈이다.

규제가 약해서였을까. 아니다. 2017년 8월 세종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이후 단 한번도 규제가 해제된 적 없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모두 40%다. 3억원 이상의 주택을 살 때는 자금조달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서울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다. 

그래서 세종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건 공급부족 탓도, 풍선효과 때문도 아니다. 지역 개발에 기대감을 품은 세종 내 자금이 부동산에 유입됐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그럼 이대로 놔두는 게 맞는 걸까. 지난 7월 세종 주택 가격이 급등했을 때 국토교통부는 별다른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행정수도추진단은 세종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과 관련한 대응책을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진단 관계자는 “국회를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청사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세종의사당’을 만들겠다는 발표와 관련해선 추가 대책은 없다”며 “국회 이전이 구체화해야 그다음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국회가 세종으로 옮기면 서울 집중 현상은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과열 현상까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개발될 것’이란 기대감만으로 부동산이 꿈틀댄 걸 보면, ‘실제로 옮겼을 때’의 상황을 어림잡을 수 있다. 물론 세종에 의사당이 생긴 다음 ‘과도한 기대’가 한풀 꺾이면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하기 어렵다. 서울이 짊어지고 있던 부담을 나누는 게 아니라 제2의 서울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의 집은 모자라지 않았고 다주택 규제의 그늘에 있기도 했다. 공급도 규제도 답이 아니라면 세종의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정부와 집권여당은 아직 생각이 없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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