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의 노후준비 ‘우습게 생각하기’ ❸

많은 사람이 은퇴 후 시골살이를 꿈꾼다. 각박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시골살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은퇴자금을 넉넉하게 모으지 못했다면 생활비 때문에 골치를 앓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귀농이나 귀촌을 선택한 사람 대부분은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한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위해 필요한 건 뭘까.

은퇴 후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최종성(가명·60)씨는 올해 퇴직을 앞두고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공공기관에서 30년을 일한 최씨지만 노후가 걱정이긴 마찬가지다. 아직 뒷바라지해야 할 대학생 딸이 있어서다. 최씨의 계획은 퇴직 후 시골로 내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시골살이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노후를 보내기엔 시골 만한 곳이 없다”는 등 엇갈리는 조언에 머리가 복잡하기만 하다. 
최씨는 “시골살이에 필요하다는 것들을 배우고 있지만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성공적인 시골살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고 문의했다.

사람들은 노후라고 하면 금융권에서 이야기하는 퇴직금·연금 등의 노후자금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에 골몰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남은 인생을 보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질문의 답을 찾아야 행복한 노후를 만들 수 있어서다.

많은 은퇴자가 꿈꾸는 시골살이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귀농 또는 귀촌으로 불리는 시골살이가 시작된 건 1990년대 후반이다. 1997년 터진 IMF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쫓기듯 직장에서 나온 은퇴자가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골로 내려간 게 귀농의 시작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한 귀농·귀촌은 개인 차원에서 진행됐다. 당시 전원주택 붐이 일면서 근사한 2층짜리 집이 시골 곳곳에 지어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귀농의 체계가 잡힌 건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2008년께였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귀농 바람이 다시 불었다. 꽤나 오랫동안 귀농이 정착하지 못했던 건 ‘귀농이 생각보다 만만한 도전이 아니다’라는 걸 사람들이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시골에 전원주택이라도 지으려고 하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도시의 아파트를 팔고 시골로 가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시작한 귀농은 성공하기 어렵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들 게 뻔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귀농 5년차 가구의 소득은 귀농 전 4184만원에서 귀농 후 3660만원으로 12.5%(524만원) 감소했다. 귀농 이후 벌이가 쪼그라든 셈이다.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 ‘귀농을 하고 싶다면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다.

시골살이 꿈꾸는 은퇴자

이 때문에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선 일정기간 시골살이를 경험하면서 주거문제·생활환경·경제적 여건·시골의 인간관계 등을 느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시간을 갖고 계획을 세우는 게 가장 성공률이 높은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앞서 언급했던 ‘2020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를 참고하자. 정부는 2017년부터는 귀농인 2000명, 귀촌인 2000명의 사례를 조사해 관련 통계를 작성했다. 자신보다 빨리 시골살이를 선택한 선배들이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를 이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귀농 5년차 가구의 소득이 귀농 전 4184만원에서 귀농 후 3660만원으로 감소했다.[사진=뉴시스]
귀농 5년차 가구의 소득이 귀농 전 4184만원에서 귀농 후 3660만원으로 감소했다.[사진=뉴시스]

특히 조사 대상자의 귀농·귀촌 만족도가 각각 62.1%, 63.3%로 높아 귀농을 꿈꾸는 예비 은퇴자가 참고할 만하다. 자! 그럼 ‘2020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에 담긴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이 알아야 할 조언들을 정리해보자.

■아는 게 힘 = 흥미로운 점은 귀농·귀촌 가구의 70~80%가 농촌에 연고가 있거나 농촌 생활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무작정 시골로 가서는 정착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통계다.


■가구원의 감소 = 귀농·귀촌 후 가구원 수가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것도 잘 살펴야 한다. 혼자 시골로 내려가 살아본 이후에 가족들이 합류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모든 가족이 시골로 내려갔다가 적응하지 못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다.

필자도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살이, 이틀은 시골살이’를 시작으로 귀농을 준비하길 권한다. 이른바 ‘양다리 작전’을 통해 시골생활이 나에게 맞는지 살펴보란 거다. 실제로 ‘2020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귀농과 귀촌의 준비기간은 각각 25.8개월, 17.7개월이었다. 귀농이나 귀촌이 한번에 이뤄진 건 아니란 얘기다.


■또다른 경제활동 =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한 사람들은 다양한 경제활동을 했다. 귀농 가구의 절반(50.1%)이 농업활동 이외에 임시직, 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에만 의존해서는 귀농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경제활동은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종합해보면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선 최소 비용으로 시골살이를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 1~2년 시골이 어떤 곳인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두는 건 중요한 절차란 얘기다.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농사로 일정한 소득을 올리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은퇴한 후 고된 농사일을 하는 것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연금이나 퇴직금으로 생활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귀농 후 소득감소 대비해야

불가능하진 않지만 부채가 없고, 부양할 자식이 없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귀농과 귀촌 후 월평균 생활비는 각각 184만원, 205만원에 이른다. 갚아야 할 빚이 없고 부양할 자식이 없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럴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누군가에게 은퇴 후 꿈을 물으면 ‘귀농이나 귀촌’이란 말이 툭 튀어나온다. 하지만 귀농과 귀촌은 꿈이 될 수 없다. 도시생활보다 더 냉정한 현실일 뿐이다. 필자가 철저한 준비와 함께 귀농·귀촌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분석해 보길 권하는 이유다.


글=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 더스쿠프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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