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창업하고 싶다면…
창업 전 알아둬야 할 조언
창업 관련 교육은 필수

은퇴를 앞둔 직장인은 크게 두가지를 생각합니다. 재취업과 창업입니다. 재취업이 어려우니 창업이 낫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준비 없이 창업했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창업교육을 꼭 받아보길 권합니다. 창업을 하고 싶은 업종에서 ‘알바’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창피해할 필요 없습니다. 그게 망하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요.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은 창업을 생각한다. 하지만 창업시장은 섣불리 뛰어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사진=뉴시스]

퇴사 등을 앞둔 예비 은퇴자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둘 중 하나죠. 물론 노후준비를 편하게 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필자 주위엔 ‘은퇴 후 창업’을 선택한 친구가 많습니다.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느니 치킨집이라도 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지 않을까란 기대감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 창업은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휘감은 지금은 더더욱 그럴 겁니다.

그럼 은퇴를 앞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필자의 지인 최병훈(가명·58)씨의 창업 일화를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금융권에서 일했던 최씨는 2017년 다니던 회사를 나왔습니다. 금융권에 밀려온 ‘명예퇴직’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특별퇴직금으로 받는 돈만 3억원에 가까웠고, 집도 한채 있어 자금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최씨는 “작은 카페를 하면서 노후를 여유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창업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창업을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최씨는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알게 된 ‘브런치 카페’에 꽂혔습니다. 특별퇴직금(3억원)으로 시작하기 적당했고, 브랜드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프랜차이즈 본사의 마케팅이었습니다. 당장 계약하면 가맹비(500만원)와 교육비(200만원)을 면제해 주고, 인테리어도 싸게 해주겠다며 최씨를 유혹했습니다. 그렇게 최씨는 뭐에 홀린 듯 가맹점 계약을 하고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준비 없이 시작한 창업이 성공으로 이어질 리 만무했죠. 최씨는 창업의 기본조차 몰랐습니다. 잘나가는 금융권에서 일한 탓인지 그의 어깨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습니다.

서비스직인 카페 사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툭하면 손님과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렇다고 서빙을 하거나 음식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최씨는 고민 끝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했지만 이는 더 큰 패착이 됐습니다. 인건비를 빼고 나니 남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죠.

최씨는 그렇게 3년을 버티다 코로나19가 터진 지난해 브런치 카페를 접었습니다. 최씨의 손에 남은 건 상가 임대 보증금과 집기를 팔고 남은 돈 8000만원이 전부였습니다. 혹시 최씨 사연을 보고 ‘잘못했네’라면서 혀를 끌끌 차셨나요? 하지만 최씨 사례는 이례적이지 않습니다. 창업시장에 뛰어든 많은 이들은 최씨와 비슷한 일을 겪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창업실태조사(2018년)’ 결과를 보시죠. [※참고: 이 조사의 모집단은 187만4532개의 창업기업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은 사업을 시작한 날부터 7년이 지나지 않은 중소기업을 창업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창업자 10명 중 8명 교육 안 받아

이를 업력별로 나눠보면, 1년차 기업이 가장 많은 23.0%(43만1068개)를 차지했고, 2년차는 20.8%(38만9760개), 3년차는 16.3% (30만5554개)였습니다. 3년 이하 업력의 기업이 총 112만6382개로 전체의 60.1%를 차지한 셈입니다. 이 말은 창업 후 3년을 버티는 게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최씨처럼 아무런 준비 없이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이들은 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창업 전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18.8%에 그쳤습니다. 창업자 10명 중 8명은 관련 교육도 받지 않은 채 창업을 했다는 겁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은퇴 준비자의 창업 의지를 꺾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험난한 창업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몇가지 조언을 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창업을 결심했다면 바닥부터 다시 배운다는 자세로 시작해야 합니다. 제아무리 잘나갔더라도 그건 창업 전 얘기입니다. 어깨에 힘을 빼지 않았다간 최씨처럼 실패하고 맙니다.

둘째,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5060세대라면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충분히 경험했을 겁니다.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창업에 뛰어드는 건 청년에게도 위험한 발상입니다. 은퇴자에게 창업은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발생 가능한 모든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창업에 나서야 합니다.


창업도 경험이 중요해

셋째, 먼저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자신만의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 게 아니라면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알바 경험을 통해 사업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창업하려는 업종이 본인에게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창업 교육을 반드시 받아보길 권합니다. 필자는 적어도 10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창업’에 도전하는 건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겁니다. 재취업이 안 돼 창업을 해야 한다면, 점검하고 또 점검하세요. 창업이 다소 늦어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래야 할 때입니다.

글=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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