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하는 분들에게

“은퇴하면 난 무조건 놀 거야.” 은퇴를 앞둔 이들이 늘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막상 은퇴를 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바쁜 일상이 몸에 밴 탓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낯선 일’에 도전한 은퇴자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 역시 얼마 전에 ‘버스운전면허증’을 땄습니다. ‘엉클조’가 보내는 첫번째 은퇴편지입니다.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소소한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은퇴 후 삶을 위해 준비할 것으로 금융자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사진=연합뉴스] 
은퇴 후 삶을 위해 준비할 것으로 금융자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사진=연합뉴스] 

“은퇴 후 뭐 하고 살래?” 은퇴를 앞둔 사람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명확한 답을 갖고 있는 은퇴준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얼마 전 친구 자녀의 결혼식에서 만난 필자의 고향 친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견기업에서 30년간 일하고 곧 은퇴를 앞둔 친구는 ‘뭘 할 것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은퇴하면 잠이나 실컷 자고, 좋아하는 낚시나 하러 다니겠다”고 답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겠다는 다짐도 덧붙였습니다.

사실 이는 30년 가까이 일만 했던 은퇴준비자가 하는 공통적인 대답입니다. 지긋지긋한 일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여유를 실컷 즐기고 싶다는 바람일 것입니다. 그래서 은퇴하면 늘어지게 잠을 자거나 가고 싶었던 여행을 가고, 하루 종일 골프나 낚시를 즐기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한 대부분의 사람은 짧게는 3개월 길어야 1년 만에 여유로운 은퇴생활이 지겨워졌다고 말합니다. 직장생활로 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던 예전이 그립다는 푸념을 늘어놓는 은퇴자도 적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말이란 휴식이 달콤한 것은 바쁘게 보낸 5일이 있어서입니다. 매년 여름휴가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나머지 240일을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여름휴가가 계속되면 휴가로서의 의미는 사라지고 맙니다.


물론 은퇴 후 삶을 직장을 다닐 때처럼 바쁘게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 삶이 더 피곤할 수 있다는 건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할 일을 만들고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 삶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일이 쉽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은퇴 준비자 대부분은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에는 초보입니다. 생각해보면 뻔한 결과입니다. 10대 이후 삶의 대부분을 사지선다형 혹은 ○×형 문제에 답하는 것이 익숙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주관식 문제에 답을 하는 게 쉬울 리 없죠.

하지만 은퇴 후 인생은 문제도 자기가 만들고 답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기주도 학습을 어려워하는 학생처럼 자기주도적 삶 앞에서 허둥지둥하는 은퇴자가 한둘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은퇴 후 생활패턴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는 은퇴자도 많습니다. 생활이 무너지면 삶은 더 무기력해지고, 나약한 사람으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여유롭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더라도 느슨하게나마 정해진 스케줄로 자신을 스스로 제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은퇴 후 시간 계획 세워야

그래서 필자는 은퇴를 준비하는 첫 단계에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합니다. “원하는 은퇴를 하면 매일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은퇴 후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주일, 한달, 1년의 시간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거창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사람은 아침에 눈을 떠 해야 하는 일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이 기다려질 때 가장 행복합니다. 학창시절 소풍 가기 전이나 해외여행을 가기 전날 밤의 설렘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야 행복한 은퇴생활을 보낼 수 있습니다.

누가 그런 은퇴생활을 보내고 있느냐고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뜻밖에 이런 은퇴자가 많습니다. 은퇴 후 중장비 자격증을 따고 재취업에 성공한 친구, 그 많던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시골에 묻혀 과수원을 가꾸는 선배, 초등학교 앞에서 아침저녁으로 등하교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는 전직 경찰관 등 재취업·봉사활동을 통해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는 은퇴자도 많습니다.

그런 당신은 어떤 은퇴 후 삶을 계획 중이냐고 되물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의 계획을 조금 소개할까 합니다. 올해 60세가 된 필자도 은퇴 후 삶을 항상 고민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사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준비가 부족한 탓에 완전히 도시를 떠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농사를 짓거나 확실히 정해진 직업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무작정 시골로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우선 4도都 3촌村이나 5도 2촌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4~5일은 도시에서 지내고 2~3일은 시골에서 보내겠다는 것입니다. 2~3일의 시골생활은 정말 할 일이 많습니다. 텃밭을 가꾸고 집을 관리하는 수고로움도 있지만 계절마다 산을 오르는 등 자연의 변화를 즐기는 것도 즐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 삶도 쉽지 않아

물론 도시에서 보내야 할 4~5일의 계획도 세워야 합니다. 금융컨설턴트라는 경력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혹시 모를 변화에 대비해 최근엔 버스운전면허증도 취득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필자의 계획대로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은퇴 후 삶을 계획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은퇴 생활의 질이 크게 다르다는 건 확신합니다. 멋진 은퇴 생활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은퇴 준비는 10억원 이상의 은퇴 자금을 모으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하루하루가 기다려지는 소박한 삶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은퇴 후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인생은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할 때 행복할까’란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은퇴 후 매일 무엇을 하고 살 건가요?”

글=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 더스쿠프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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