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12ㆍ3계엄 1년: 권력자 하수인⑥
1년 전 정치 편향적 감사로 비판
尹에게만 너그러운 이상한 감사
감사원장 탄핵엔 위법하다 반발
1년 뒤 정치 감사 인정하며 사과
정권에 맞춘 감사 누가 신뢰하나
1년 전 감사원은 ‘감사원장 탄핵’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과 부실 감사 등의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 감사원은 “감사원장 탄핵이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런데 1년이 흐른 지금, 감사원은 1년 전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누군가는 이를 ‘정상화’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12ㆍ3 계엄 후 1년, 감사원은 정말 변했을까.
2024년 11월 28일, 감사원이 발칵 뒤집혔다. 현직 감사원장이 탄핵 소추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이하 당시 직책)의 탄핵 소추를 공식화했다. 최재해 원장 산하의 감사원이 대통령실의 관저 이전 과정을 부실하게 감사하고,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엔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등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감사원이 본분을 어겼다는 건데, 더불어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감사원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거 없는 주장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감사원이 정치 편향적 감사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었다. 감사원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들어선 신축 건물의 감사를 1년 8개월이나 의도적으로 감사에서 제외했다.
심지어 대통령실과 관저 리모델링 공사에 무자격업체가 참여해 다수의 법령을 위반한 점을 확인했다면서도 검찰 고발이나 수사 의뢰는 하지 않았다. 결국 감사원은 2024년 10월 대통령실에 ‘주의 촉구’를 통보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참고: 감사원이 대통령 경호처 직원과 시공업체의 담합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과는 다른 건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던 ▲월성 원전 감사(2019년 11월)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2022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 감사(2022년 10월) 등은 달랐다. 감사원은 이들 감사 후 모조리 ‘검찰 고발’이 아닌 ‘수사 의뢰’를 택했다. 고발은 검찰이 영장을 통해 각종 자료를 수집해야 하지만, 수사 의뢰를 하면 검찰이 감사원의 자체 포렌식 자료를 영장 없이 넘겨받을 수 있다. 감사원의 사법처리 의지가 강했다는 방증이다.
심증만이 아니다. 감사원의 ‘실세 원장’으로 통했던 유병호 감사위원은 사무총장 시절이던 2022년 10월,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에게 ‘감사원 해명자료 배포 예정’ 관련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그것이 모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러자 “감사원의 ‘정치 감사’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 감사원장 탄핵에 반발한 감사원 = 이처럼 문 정부와 윤 정부를 대하는 감사원의 태도는 너무나 달랐는데, 이는 감사원장 탄핵의 불씨가 커진 배경이었다. 이쯤 되면 감사원이 내부적으로 논란을 불식할 만한 제스처를 취할 법도 하지만, 감사원의 대응은 정반대였다.
감사원장 탄핵이 추진되자 감사원은 되레 반발했다. 감사원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감사원은 국가질서의 근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 엄정하게 대응해왔다”면서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감사원장 탄핵 추진은 국가 회계질서와 공직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국가 고유의 공직질서 유지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장의 탄핵은 감사원의 헌법상 기능, 다시 말해 감사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감사원장 탄핵 추진 자체가 불법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위헌ㆍ위법적인 감사원장 탄핵 시도를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의 탄핵을 불법으로 간주하면서까지 온 힘을 다해 최 감사원장을 방어한 셈이다. 물론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 지적에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 1년 후 180도 달라진 입장 = 그랬던 감사원이 1년 후인 2025년 11월 26일, 180도 달라졌다. 이날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는 “2022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과정에서 군사기밀이 외부로 유출됐다”면서 11일로 임기를 마친 최재해 감사원장과 임기가 남은 유병호 감사위원 외 5명을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참고: TF는 9월 16일부터 월성 원전 폐쇄 감사, 국민권익위원회 감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대통령실 이전 감사 등 7개를 재점검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당시 감사원이 보도 참고자료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점, 유병호 감사위원이 사무총장 시절 특정 감사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찰권과 인사권을 남용하고 인사평가 결과까지 임의로 변경한 점도 함께 밝혔다.
12월 3일엔 유 감사위원이 특별조사국을 활용해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 정치적인 표적 수사를 주도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인회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정치 감사와 무리한 감사로 많은 분에게 고통을 드린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고통을 받은 분들에게 감사원을 대표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월성 원전 감사로 오랜 수사와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산업통상부 직원들, 권익위 감사로 검찰 수사를 받고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께는 더욱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도 했다.
■ 감사원의 정권 맞춤형 변화 = 이런 감사원의 변화를 과연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다. 우선 논란의 중심에 있던 최 원장과 유 감사위원의 반성이 전혀 없었다. 최 원장은 11월 11일 퇴임식에서 “외풍을 맞으면서도 감사원 독립성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심사숙고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찬했다.
유 감사위원은 최 원장의 퇴임식에서 1990년대 유행곡 ‘세상은 요지경’을 틀며 “영혼 없는 것들”이라고 외치는 기행을 보였다. 정권 교체 이후 최 원장 체제에서 ‘감사원 운영 쇄신 TF’가 출범한 데 따른 불만의 표출이었다. 반성 없는 변화는 변화가 아니다.
TF를 가동한 지 고작 두달 반 만에 이전의 감사 결과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게 적절한지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현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이게 정상화일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혹시라도 정권이 바뀐 후, 또다시 감사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이 “이번 감사원 발표 역시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한다면 방어할 논리도 마땅치 않다. 어차피 TF도 ‘대통령의 명’으로 실시된 것이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이번 감사원의 결정으로 독립성과 정치 중립성이 이전보다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 중립성을 명확하게 확보해서 정권에 따라 감사 결과가 달라지지 않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원한 국립대 정치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몇몇 인사의 기행으로 감사원 내부 기강은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더군다나 여야가 바뀔 때마다 전前 정부 감사 결과를 뒤집는 재감사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들이 감사원의 공정한 감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는 “일부 공공기관에선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면서 이렇게 조언했다. “현재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는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하거나(국정감사와 맞물리게 감사 상시화) 완전히 독립기구로 만들 필요가 있다. 더불어 감사원 직원들의 정치적 행위나 표현을 강력하게 금지할 기준도 필요하다. 또한 정책 감사가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객관적인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감사원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최고 권력자의 의지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걸 탓하기 전에 ‘바람’을 넣지 말라는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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